[기획 특집] 미완의 친일 청산(34)

‘미완의 식민 잔재 청산과 올바른 역사 의식 고취’를 위한 전북지역 친일 잔재 청산이 민선 7기 동안 전북도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돼 왔지만 진척률은 더디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간 민선 8기 전북도정에서도 제대로 청산 작업이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전북도가 지난해 12월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친일 잔재 청산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 친일 잔재 133건 중 청산이 완료된 것은 35.3%(4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일 청산 대상 133건 중 절반 넘는 75건 여전히 '검토 중' 왜?
앞서 전북도는 2020년 초부터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14명의 교수 및 연구진 등이 참여한 가운데 9개월 동안 250여 페이지로 구성된 ‘전라북도 친일 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2020년 12월 완성·발간하면서 친일 청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전북도는 많은 인력과 예산, 시간을 투입한 연구용역 결과에서 '전북 출신 친일 인사는 118명, 친일 잔재는 133건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미완에 그쳐 많은 비난을 사왔던 친일 청산 작업이 곧 완료될 것처럼 공언했다.
하지만 친일 잔재 133건 중 청산이 완료된 것은 고작 47건에 불과하고 장·단기 검토 대상 75건, 추진 중인 대상 11건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56.4%(75건)는 계속 검토 대상이어서 조만간 청산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도민들의 강한 추진 열망과 달리 일선 시·군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개인 소유이거나 후손·향토 사학계에서 청산에 거부감을 보이는 시설물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북의소리, ‘미완의 친일 청산’ 연중 특별기획 보도...행정, '눈치 보기' 급급
이에 <전북의소리>는 2021년 1월 16일부터 8월 29일까지 ‘미완의 친일 청산’ 기획 특집 보도를 통해 전북지역 친일파 인물들 118명을 공개하고, 친일 청산 대상을 각 지역별로 소개한 바 있다.
[해당 기사] 33건
전주지역의 덕진공원 내 취향정을 비롯해 동학군을 살해하고 명성황후를 시해한 기린봉 내 이두황의 묘, 다가공원 내 일제 신사참배지 등에 이어 군산지역의 대표적 친일 잔재인 채만식 생가와 문학비, 묘지, 일본인 농장, 창고, 세관, 사찰 등을 소개했다.

또한 미당 서정주와 인촌 김성수, 수당 김연수 등 대표적 친일 인물들이 태어난 고창군 지역의 이들 생가와 문학관, 송덕비 등도 소개됐다. 모두 전북도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친일 청산 대상으로 꼽은 곳들이다.
그런데 전북도는 시·군과 함께 안내판 설치 및 명칭 변경 등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조치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눈치 보기 행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전북도는 친일 잔재가 가장 많은 군산지역의 경우 친일 인사로 분류된 소설가 채만식의 문학비, 문학관, 도서관에 대해 관련 단체 의견을 들어 명칭 변경을 검토하는 등 옛 대야합동주조장의 경우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에 따른 농어민 소득증대 시설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 친일 시설에 안내문 설치·자문위원회 구성키로 그러나...

또 채만식 묘소와 옛 전주지방법원, 신흥동 유곽 등 개인이나 공공기관 소유 시설에 대해선 안내문 설치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시·군 지역 친일 청산 대상들은 아직도 대부분 협의가 필요한 상태로 남아 있다. 전북도는 급기야 올해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다시 구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북도는 올 상반기 중 '친일 청산 자문위원회(가칭)'를 꾸려 친일 잔재 청산 자문과 과제 발굴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제도화하는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시·군의 친일 잔재 청산 계획을 점검하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3년 전 ‘친일 청산 TF’ 구성하더니 또?

그러나 전북도는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 청산 TF'를 가동하고 친일 청산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자문위원회와 조례를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선 7기 동안에 더 이상 친일 청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전북지부장은 지난해 1월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말하듯, 친일 청산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관점과 철학, 의지“라며 ”친일 청산에 관련된 도 조례와 시·군 조례를 제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친일 청산은 발굴보다 실행·실천이 더 중요"

김 지부장은 또 ‘전라북도 친일 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발간과 관련해서도 ”미완의 친일 청산은 발굴보다 실행·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과 충고에도 불구하고 전북지역 친일 청산은 계속 협의 또는 조사 중인 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친일 청산은 여전히 ‘멀고도 먼 길’임을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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