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미완의 친일 청산(5)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위치한 오목대는 유구한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언덕이다. 경기전에서 동남쪽으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바로 아래 전주천이 흐르고 전주한옥마을이 펼쳐져 있다.
1380년(고려 우왕 6년), 남원 운봉의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던 이성계(李成桂, 1335 ~ 1408) 장군이 승전 잔치를 베풀었던 곳이다. 또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과 완산동에 걸쳐 있는 다가산은 다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예로부터 수목이 울창하여 물에 비치는 바위의 절경이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서 깊은 곳에 친일 잔채들이 즐비해 있다.
전주 오목대에 지금도 남아 있는 박영근 아버지 박한상 정문, 박한상 정려비, 다가산과 다가공원 주변에 위치해 있는 다가교 석등, 호국지사충령비, 참궁로, 기전대학교 내 신사 계단석을 차례로 소개한다.
박한상 정문과 박한상 정려비

전주 오목대 동쪽 건너 언덕에 박영근(朴永根)과 그 집안 관련 건물과 비석이 있다. 『조선신사보감』에 따르면 박영근은 1872년생으로, 전주 대화정(大和町) 즉 지금 전주 웨딩거리로 유명한 곳에서 거주했던 인물이다.
박영근은 주식회사 전주농공은행장을 역임하고, 전주여자잠업전습소장으로 근무하는 등 전주지역 친일 인물이었다. 박한상(朴漢庠)은 박영근의 아버지였다.
박한상 정문(旌門)은 박영근이 건립한 한옥으로 보이는 건물 근처에 세워져 있다. ‘효자 종2품 가선대부 호조 참판 박한상의 정문’이라는 내용이 있고, 설립 연대는 훼손되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박한상 정문 인근에 있는 박한상 정려비에는 ‘효자 종2품 가선대부 호조 참판 박한상의 정려’라는 내용이 있으며, 설립 연대는 훼손되어 파악하기 어렵다. 박한상 정문과 정려비는 모두 친일 잔재로 분류됐다.
전주 다가교 석등

전주천 다가교에 설치되어 있는 석등이다. 이 석등은 다가교 동쪽과 서쪽 교량 진입부에 있는 교명판(橋名版) 위에 설치되어 있다.
모두 4개인 이 석등은 직사각형 기둥이 기와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태이다. 석등의 형태가 우리나라 전통 건축 양식과는 거리가 멀고, 일본 신사와 비슷한 형상을 띠고 있어 식민지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석등이 있는 다가교는 1937년 만들어져 1981년 확장되었는데 1960년대 다가교 사진에도 이 석등이 존재한 것으로 보아 식민지 시대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석등 하단에는 친일 잔재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전주 호국지사충령비

전주 다가공원 내에 위치한 호국지사충령비는 6.25전쟁에 출정한 이들을 기리는 현충탑이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출정하여 순국한 호국충령의 명복을 빌고,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1951년 세워졌다.
그러나 현충비의 탑의 기단부 양식이 일본식 현충탑의 형태를 띠고 있어 식민지 잔재임을 알 수 있다.
전주 참궁로

전주 다가공원 내에 위치한 참궁로(參宮路)는 일제 강점기 다가산 정상에 세워진 전주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조선 총독부가 수선한 길이다.
때문에 참궁로는 ‘신사에 참배하러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현재 다가공원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전주 신사 계단석

신사(神社)는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지 조선을 사상적으로 위압하기 위한 종교책이자 사상통제책의 구현 공간이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총독부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자신들의 거주지에 신사를 세웠고, 조선총독부 설치 이후 신사의 수는 폭증하였다.
1914년 전주 다가산 자락에 신사가 세워졌고, 1940년 전북신궁 건립이 추진되던 중 해방이 되었다. 현재 다가산 자락에는 전주 신사로 이어지던 ‘참배로(參拜路)’ 역할을 했을 것을 보이는 계단석이 남아 있다. 전주기전대학교 내에도 계단으로 남아 있다.
※참고 자료 : 전라북도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2020.12)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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