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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다가 멎은 뒤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그것도 쌍 무지개가. 그리고 금세 사라졌다.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하나의 사건이 우리들의 추억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먼 과거지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추억의 그리움이 다시 포착될 수 없을 만큼 되려면 얼마나 먼 과거지사가 되어야만 합니까? 대개의 사람들이 이점에 관해서는 하나의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시간적으로 너무 가까운 것도 회상할 수가 없고, 또 너무 먼 것도 회상하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한계를 모릅니다
세평(世評)
신정일 객원기자
2022.07.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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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불교 경전들 가운데 가장 분량이 많은 화엄경을 "경전 중의 왕"이라 부르고, 원효스님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금강삼매경'은 어렵기로 유명한 최고의 경전이란 평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금강삼매경은 위경이라는 비판도 있는 경전입니다. 원효스님께서 남긴 수많은 저술 중의 대승기신론소와 금강삼매경론이 제일 유명하며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두 책을 모두 접해본 결과 어렵긴 해도 요점은 "열반에 이르면 열반에 머물 수 없다"는 것 같습니다.즉 깨달았으면 중생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 때문에 나 혼자만 편안히 열반에 머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2.05.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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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의 대상이었던 최순실 씨 딸의 명문 여대 입학 취소 이후 현 정권에서는 조국 교수의 딸이 의전원과 명문대학 입학이 취소되었고, 아직 정권이 들어서기도 전에 차기 정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편입에 대해 말들이 많자 오늘 오후 당사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의혹을 해명했습니다. 과거 이 땅에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도 관리가 될 수 있었던 음서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당시에도 이 나라에는 아빠 찬스가 엄연히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정이 있어 1976년 전주에 소재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2.04.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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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전 출근길에 피었던 목련이 진 그 자리에 오늘아침 출근길에 보니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거 같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도도하게 꽃을 피웠던 목련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때가 되면 살며시 자리를 비킬 줄 아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보다 더 낫습니다.꽃이 아름다운 건 지기 때문이고, 진다는 건 온 힘을 다해 피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면 가을에 목련의 아름다운 자주색 열매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그것은 다름 아닌 가을이 되면 목련나무에 열매가 맺힙니다. 목련은 꽃이 지고 난 뒤에는 고구마와 같은 생김새의 굵고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2.04.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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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봄날, 오늘도 점심을 먹고 탄천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하늘은 잔뜩 흐려 햇빛도 나질 않고 바람마저 불어 기온은 높이 올라갔는지 몰라도 쌀쌀한 날입니다. 탄천에 핀 야생화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바가 있어 몇 자 적어봅니다.어느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합니다.그런데 비단 꽃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자연은 우리 인간들이 이름을 붙이기 전에는 자연 속에서 차별 없는 그저 똑같은 들풀이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2.03.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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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포의 무차별 학살 위협과 인류의 양식한국사회 지식인들 중에서 사태나 상황에 대한 이해나 인식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취합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한 '유식자 의식 과잉의 오류'를 자주 본다. 정보란 발신자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어떤 기구의 정보든 매체의 정보든, 마찬가지로 푸틴의 TV 연설문 또한 그렇다. '깨끗한 객관적인 정보'란 무해 유해를 떠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사실의 유무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페이스북에 "긴 푸틴 연설문을 읽었다. 그동안 서방 시각으로 편향된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
세평(世評)
김상수 작가
2022.03.0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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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정치권은 군불을 땐다. 정치권의 한 쪽은 화끈하지 못하다고 탓한다. 다른 한쪽은 금방이라도 폐지할 기세다. 언론은 섣부르고 여야 정치권 모두 오만한 자세다. 공수처는 국민의 염원 속에서 출발했다. 국민을 우롱하는 권력기관을 막기 위한 장치다.국민 위에 군림한 기관이 바로 검찰이다. 그들은 고시 출신자와 그들을 떠받드는 수사관을 합해 만여 명으로 단단히 뭉친 조직이다. 중앙에서는 국정을 희롱하고 지역에서는 토착비리의 온상으로 지탄받기도 한다. 지금 공수처를 흔드는 짓은 공수
세평(世評)
김명성 객원논설위원
2022.01.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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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말엽의 일이다. 문장이 뛰어났던 송옥(宋玉)은 굴원(屈原)과 더불어 대표적인 남방시인이었다. 그러나 송옥의 문장은 난해하여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송옥의 글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초왕(楚王)이 어느 날 송옥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사람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대의 문장을 따르는 사람이 없소?”초왕의 말의 뜻을 알아차린 송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어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쉬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여 따라
세평(世評)
신정일 객원기자
2022.01.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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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충청북도에 대한 저의 기억은 도세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제가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전라북도 뒤에 항상 있었던 지역이라는 점과, 둘째는 도세가 꼴찌 수준에도 불구하고 전국소년체전에서 항상 1등을 했던 지역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그리고 그 이후에도 제 기억에는 "도세로 보면 당연히 전라북도 뒤에 있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전국 지역내 총생산과 세수실적을 발표한 걸 보니 전북은 총생산 51조원에 세수 실적이 약 3조원인데 비해 충북은 총 생산 70조원에 세수 실적 약 4조원으로 전북을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2.01.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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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화합, 국민 통합'의 진정한 사례를 ‘샤를르 드골’에서 읽게 된다. 나치에 맞서서 레지스탕스 지도자로 이후 프랑스 대통령으로 드골은 그가 생각하는 '국민 화합, 국민 통합'의 지침을
세평(世評)
김상수 작가
2021.12.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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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다른 유명 시인의 시를 그대로 갖다 비슷하게 모방해서 쓰는 것과 단순히 참고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갖다가 비슷하게 모방하는 것은 표절이라고 비난하지만, 참고만 해서 더 멋진 시를 쓰는 건 창조적 모방이나 새로운 창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하지만 말이 좋아 모방이고 표절이지 둘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모방과 표절의 경계가 너무 모호해서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또한 저 같은 일반인들이 유명 시인의 시를 모방해서 습작을 하는 건 문제가 없겠으나 명색이 시집을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1.12.2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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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떠날 것인가? 그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어떻게 임종의 시간을 맞을 지, 심히 궁금하면서도 사실 부질없는 생각이다.왜냐, 아직 죽음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고, 그 때는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래도 불안한 것,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것이 문제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인들만이 아니고 오래 전 이 땅을 살다가 간 철학자들도 그 문제에 대해 수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매우 긴 노년을 얻는다 해도 죽음에 이
세평(世評)
신정일 객원기자
2021.12.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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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추이가 심상치 않다. 골든크로스를 점치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더 지켜봐야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본인과 부인, 장모의 이른바 ‘본‧부‧장’ 비리가 아직은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긍정평가인 40% 선에도 미치지 못한다. 호남 표심도 이례적으로 20% 가량이 윤 후보에 호의적이다. 서울 민심은 양자 간 격차가 여전하다.왜 그럴까. 2016년 트럼프의 대선 돌풍이 떠오른다. 백인 노동자층의 열렬한 지지가 정치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를 일약 공화당의 주자로 등극시켰다.
세평(世評)
김명성 객원논설위원
2021.12.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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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면도의 안면암에 들렀다. 바다 멀리 두 개의 섬을 바라보고 있는 절, 그 섬 가운데 이국적인 탑이 있고 그 길로 떠 있는 길이 만들어져 썰물 때나 밀물 때나 걸어갈 수 있는 절. 하지만 나라 안의 여느 절과 달리 나무 절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항산 낯선 절이 안면암이다. 그 안면암에서 두 개의 섬으로 걸어가며 오늘의 시대를 생각했다.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십대 제자 중의 하나인 사리불이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에 나가 걸식을 하고 있었다. 그때 술에 잔뜩 취한 어떤 사람이 비틀거리며
세평(世評)
신정일 객원기자
2021.12.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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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11월의 마지막 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이 날이 아니면 이 산의 단풍이 다 떨어져 버릴 것 같아서 찾아간 건지산. 아직도 남은 단풍잎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저 단풍잎들, 오늘 밤 비바람에 다 떨어져 버리고 말 테지, 하고 거닐다가 바라본 나무 벤치에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문득 한 편의 시가 떠오른다.광장의 벤치 위에어떤 사람이 앉아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그는 외 안경에 낡은 회색 옷엽권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그를 보면 안 된다.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그냥 지나쳐야 한다.그
세평(世評)
신정일 객원기자
2021.12.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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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TV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Laura Bicker).2020년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만 하루 6천 명 이상이 발생하고, 일본이 가장 먼저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중앙일보 전수진 국제외교안보팀 차장이 중앙일보에 워싱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미국인에게 "한국인이어서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쓸 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21363#home)그 무렵에, 로라 비커 특파원은 자신의 임지(任地)인 한국과 한국인 한국 정부를 주시했다. 어떻게 코로
세평(世評)
김상수 작가
2021.11.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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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 후보를 빼고 네 개 정당 후보가 나섰다. 2강 구도다. 그것도 박빙이다. 득표를 과반 넘는 후보는 없다. 2~3% 차이로 당락을 결정지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앞으로 후보 간 단일화, 정당 간 연정 여부도 관심을 끌 것 같다. 합종연횡이 당락을 결정짓거나 판세를 바꾸는 게임이 될 수 있다.이재명의 당찬 추진력, 정권교체 여론에 올라탄 윤석열, 세 번째 도전하는 안철수, 진보의 불씨를 되살려야할 심상정. 이는 배신과 연대, 복종, 반란이 횡행했던 천 백여 년 전 시대를 언뜻 떠올리게 한다. 전주를 무대로 천하를 설계한 후백제 견
세평(世評)
김명성 논설위원
2021.11.1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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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에 달린 감들이 제일 멋지게 보일 때는 파란 하늘에 햇살도 비춰주고, 감나무에 달렸던 나뭇잎도 다 떨어졌을 때가 아닌가 싶다.노란 감이 저 혼자 잘나서 멋지게 보이는 게 아니라 주변의 희생(떨어진 감 나뭇잎)과 도움(파란 하늘과 빛나는 햇살)이 있기에 빛나는 것이다. 조연이 있어서 주연이 빛나는 것처럼 말이다점심 먹고 산책을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교차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교차로에서 사이렌을 울리는 병원 구급차량과 차량을 견인하는 렉카차가 서로 먼저 가려고 옥신각시하더니 결국 렉카차가 병원 구급차보다 먼
세평(世評)
이화구 객원기자
2021.11.1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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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는가. 이해인 수녀는 ‘가을이 아름다운 건’이란 시에서 그 답을 내놓는다.“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 여름 헤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리의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이해인 수
세평(世評)
이강록 기자
2021.11.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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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은나무와 꽃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연두 빛 새잎을 내는 것이라면 누구라도그저 예쁘고 소중한 것을지금도 꿈인 듯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볕 고운 날 오후겨울이 어깨위로 내려 와 앉는다오늘따라 활엽수 단풍이 더욱 외로움을 탄다강한 햇살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하현달이서녘하늘에 지기 전에 살짝 모습을 드러내어둥근 해와 둔각을 이루며 마주하다물들지 않은 나무를 향해마지막 눈인사를 건네고 간다조미애, 「상강(霜降)」 이제 코로나는 담담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올 봄에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할 때에는 마치 세기적 종말이 예고된 것처럼 암담한
세평(世評)
양병호 교수
2021.11.06 0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