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적폐 청산의 대상이었던 최순실 씨 딸의 명문 여대 입학 취소 이후 현 정권에서는 조국 교수의 딸이 의전원과 명문대학 입학이 취소되었고, 아직 정권이 들어서기도 전에 차기 정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편입에 대해 말들이 많자 오늘 오후 당사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의혹을 해명했습니다.

과거 이 땅에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도 관리가 될 수 있었던 음서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당시에도 이 나라에는 아빠 찬스가 엄연히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정이 있어 1976년 전주에 소재한 후기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학생 둘이서 전주의 명문고로 전학을 갔습니다. 

저희 반에서 2명 다른 반에서 2명 등 제가 알기로만 4명이 전주의 명문고로 전학을 갔습니다. 그러니 다른 학교에서도 그 학교로 전학을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전주시내에 있는 공립학교에서 적선거리 1km 이내에 있는 전주에 있는 다른 공립학교로 전학갈 이유는 없습니다.

단 한가지 이유는 자식을 명문고에 보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당시 광주지역에 고교 평균화가 실시되자 광주와 전남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전주로 몰리면서 특히 전주에 소재한 명문고의 커트라인이 급격해 상승하는 바람에 예년 같으면 그 학교에 들어갔을 만한 우수한 인재들이 시험에 떨어져 제가 다닌 학교에 들어온 친구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부모님들 중에는 자기 자식을 명문고에 보내려고 힘쓴 분이 계셔서 그 학교로 전학을 보낸 겁니다. 지금으로 보면 다 아빠 찬스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지요! 당시 전학을 간 4명의 부모님들 중에는 언론사에 계신 분도 있었고, 교육계에 계신 분도 있었고, 한 친구 부모님은 부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학을 간 4명 중 한 친구는 의사가 되었고 나머지는 제가 다닌 학교 출신들과 비슷한 대학에 들어가서 특별히 출세를 한 친구도 없는 거 같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학을 간 그 친구들보다 자신의 부모님이 훨씬 센 권력기관에 다녔던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훨씬 더 부자였던 친구들 중 부모님의 권유에도 전학가는 게 창피하다며 그냥 제가 다닌 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에서 명문대학을 나와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이 훨씬 많습니다.

또한 익산에 호남 제일의 명문사학이 있는데 그 학교에도 한 반에 서너 명은 전학을 온 친구들이란 얘기를 그 학교를 졸업한 친구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러니 그 학교가 10반까지 있었으니 졸업생의 30~40명 정도는 그 학교 입시에서 떨어지고도 인근에 있는 후기 고교에 들어갔다가 학기 초에 아빠 찬스를 이용하여 명문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었던 겁니다.

이런 게 모두 우리나라가 학벌을 지나치게 따지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명문고의 위세는 아직도 대단한 거 같습니다. 이런 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 부모님이 성인의 마음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에게는 '라후라'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 '라후라'의 의미가 장애(障碍), 즉 '골칫거리'라는 뜻이랍니다. 부처님께서 출가를 하시는데 자식이 장애물이 된 셈이죠. 이 정도의 생각을 가진 부모님이 아니라면 아빠 찬스를 쉽게 포기하기 힘들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부처님과 비슷한 분이 계셨습니다. 한국 선불교의 커다란 별, 성철 스님도 속가와의 인연으로 낳은 친딸에게 불필(不必)이라 이름했다는 얘기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필요 없는 자식이란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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