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어릴 적부터 충청북도에 대한 저의 기억은 도세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제가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전라북도 뒤에 항상 있었던 지역이라는 점과, 둘째는 도세가 꼴찌 수준에도 불구하고 전국소년체전에서 항상 1등을 했던 지역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제 기억에는 "도세로 보면 당연히 전라북도 뒤에 있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전국 지역내 총생산과 세수실적을 발표한 걸 보니 전북은 총생산 51조원에 세수 실적이 약 3조원인데 비해 충북은 총 생산 70조원에 세수 실적 약 4조원으로 전북을 한참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 전북 뒤에 있던 또 다른 한 곳이 강원도였는데 강원도도 세수실적이 약 4조원으로 전북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그래도 제주도가 뒤에 있으니 꼴찌가 아니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1인당 개인 소득 전북 '꼴찌'
그러나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전국 최고의 곡창지대인 전북과 비교하는 건 좀 아닌 듯 싶습니다. 물론 세수는 약 2조원으로 전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인당 개인 소득으로 보면 1,848만원으로 전북 1,829만원을 추월합니다.
1인당 개인 소득도 전북은 꼴찌입니다. 호남의 3대 도시의 하나였던 익산의 인구가 30만명이 무너졌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많이 접했습니다. 인구로 봐도 제가 고3 시절 때인 1978년도 전북의 인구는 240만명에서 현재 약 180만명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1978년 당시 147만명이던 충북의 인구는 최근 164만명을 넘긴 상황입니다. 같은 기간 전북의 인구가 4분의 1수준인 25%가 감소한 반면 충북은 11.6%가 증가한 것입니다. 물론 지정학적으로 충북은 수도권과 가까운 점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충북은 대부분 평지보다 높은 산이 많은 산간 지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수도권에서 더 멀리 있는 광주와 전남은 그래도 발전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지리적인 조건은 핑곗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충청과 호남을 비교해 보면 충청은 수도권과의 근접성 및 수도권 규제에 따른 기업들의 충청권 진출 그리고 세종시 출범 등으로 충청권으로 인구의 유입이 급증한 면도 있을 겁니다.
무대접이 푸대접보다 나은 결과?
그러나 그러한 배경에는 충청도 분들은 정치적으로 호남지역과 달리 특정 정당만을 고집하지 않고 중요한 선거 때마다 자신들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결정권)를 쥐고 자신들의 몫을 제대로 챙긴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호남지역, 특히 전북은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새만금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전북 분들도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을 앞세워 전북지역 경제 활성화에 정부가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강력한 요구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전북 출신 인물이 충북보다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호남 분들이 '푸대접을 받는다'고 불평을 하면, 충청도 분들은 '푸대접은 커녕 무대접'이라며 푸념하신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역시 무대접이 푸대접보다 훨씬 나았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역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제 눈에 비치는 현상을 그대로 보고 몇 자 적다보니 읽기에 마음이 불편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