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미완의 친일 청산(10)
일본은 식민지 금융 지배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일본 제18은행을 9곳에 개설하고 수탈의 전진 금고로 활용했다. 군산지역에 유독 많은 수탈 잔재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을 비롯해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 군산시 장미동에 남아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일본이 식량을 수탈할 목적으로 활용했던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도 잔재가 남아 있다.
이밖에 군산지역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조선총독부 관저와 매우 유사한 건축물들이 남아 있는데 이영춘 가옥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바닷가에 보존돼 있는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역시 친일 잔재물에 속한다. 군산지역의 친일 잔재, 세 번째 편을 소개한다.
(구)일본 제18은행군산지점(군산 근대 미술관)

일본 제18은행은 일본에서 국립 은행들의 설립 과정에서 18번째로 설립된 은행이다. 나가사키에 본점을 둔 은행으로 1877년 창립됐다. 우리나라에는 1890년 인천에 최초로 일본 제18은행 지점을 두었다.
식민지 금융 지배를 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일본 제18은행은 이후 총 9개의 지점을 한국 내에 개설했다. 군산지점은 1907년에 개설되었고, 1936년 한국 내 모든 지점이 폐지되면서 군산 지점도 폐지되었다.
1911년에 지어진 현재의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영업장과 금고, 사무 공간을 별동의 건축물로 구성하여 은행 기능을 수용한 특징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근대기 은행 건축의 한 형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근대 건축 유산을 수리 및 보수하고,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로서 의의를 갖는다.
(구)조선은행 군산지점(군산 근대 건축관)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근대기에 건립된 벽돌 조적조 건축물로 일제 강점기에는 은행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상업 건축물로 사용되다가 근대 문화 중심 도시 조성 사업을 통해 전시 시설로 수리 및 보수하여 활용하고 있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일제 강점기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채만식의 '탁류(濁流)'에 등장하는 건물로 군산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건축물의 전체적인 형태와 세부 표현에서 근대기 은행 건축의 형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근대 건축 유산을 수리 및 보수하고,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로서 의의를 갖는다.
(구)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는 일제 말기 전시 체제 하에서 국가가 식량 자원을 통제하고 관리한 체계를 보여주는 건물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니며, 일제가 호남평야 지역의 식량을 수탈한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는 보존하고 있으나, 후면을 증축하면서 변형된 부분이 있고 누수 및 관리부실로 인하여 노후화가 심한 상황이다. 2014년 등록문화재 제60호로 지정받았다.
이영춘 가옥

군산시 개정동에 위치하는 이영춘 가옥은 현재 군산시에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건물 중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건물이다.
일본인 농장주인 구마모토(熊本)가 1920년대에 건축하였는데, 건축 당시 조선총독부 관저와 비슷한 건축비를 들여 별장처럼 지은 곳이다. 외부 형태는 유럽 양식을 띄며, 평면 구조는 일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양식의 응접실과 한식의 온돌방이 결합된 한식, 양식, 일식의 복합 건축 양식으로, 우리나라 근대 주거문화가 들어오는 양상을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 때의 토지 수탈의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해방 후 우리나라 농촌 보건 위생의 선구자인 쌍천(雙泉) 이영춘 박사가 이용했다는 의료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군산 내항의 뜬다리 부두는 간조와 만조의 수위 변화와 무관하게 대형 선박을 접안시키기 위해 조성한 시설로서 군산항의 제3차(1926년∼1932년)와 제4차 축항공사(1936년∼1938년)를 통해 건설된 뜬다리와 부유식 함체로 구성된 구조물이다.
일제 강점기 쌀 수탈 항으로서 군산항의 성격과 기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설물로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역사적 가치가 우수하다.
※참고 자료 : 전라북도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2020.12)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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