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덕진공원 내 단죄비가 사라지고 없다.
전주덕진공원의 김해강 단죄비가 사라지고 없다.

전주 덕진공원에 자리 잡고 있던 김해강 시비(詩碑)는 늘 시빗거리였다. 전주의 자랑이자 전주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덕진공원의 노른자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김해강은 현재까지 4편의 민족 반역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만을 공습한 일본 결사대를 찬양하는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와 '호주여', '인도 민중에게',  '아름다운 태양'이 그것이다.

문인협회 모 인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자기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친일 시들이다. 민족을 배반하고 욱일승천의 깃발 아래 대동아 전쟁의 승리를 부르짖고 천황을 위하여 죽는 것보다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죽음이 어디 있느냐고 언급하며 천진한 아이의 동심마저도 제국주의 일본의 찬양에 이용한 사악한 시다.

그래서 지난해 경술국치일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회원들의 소중한 회비와 전주시의 일부 재정을 보태 김해강 시비 옆에 단죄비를 세운 것이다. 

지난해 8월 29일 제110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아 덕진공원에서 전주시와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광복회 전북지부 회원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친일 행적을 알리는 '김해강 단죄비' 제막식이 열렸다.

경술국치는 일제가 한일합병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공포한 1910년(경술년) 8월 29일을 일컫는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사라진 단죄비는 누구의 소행일까?

전주덕진공원 내에 지난해 8월 29일 설치됐던 김해강 단죄비.
전주덕진공원 내에 지난해 8월 29일 설치됐던 김해강 단죄비.

바로 전주시 문인협회다. 스스로가 부끄러웠는지 김해강 시비를 장수군의 사유지로 옮기면서 단죄비도 같이 가져간 것이다.

전주시 문인협회장이란 자는 "김해강 단죄비를 치우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김해강 시비를 옮긴 것이며, 단죄비를 덕진공원에 존치시킨다면 굳이 김해강 시비도 옮길 이유가 없었다"는 상식 밖의 망발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왜 김해강만 가지고 시비냐"는 것이다.

지난해 덕진공원 김해강 시비 앞에서 단죄비 제막식이 열리던 모습.
지난해 덕진공원 김해강 시비 앞에서 단죄비 제막식이 열리던 모습.

전주시 문인협회에 경고한다. 좋은 말로 할때 김해강 단죄비를 덕진공원에 원상복구 시켜라. 이미 김해강 단죄비는 역사 교육의 산 교육장으로 역할과 더불어 전주 시민들이 공유해야 할 엄연한 공공재이다.

역사 속에서 문인협회의 치욕스러운 행보를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전주시 문인협회 전체 회원들의 의사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지난해 설치된 단죄비, 그러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지난해 설치된 단죄비, 그러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전주시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는 단죄비 철거는 엄연히 절도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전주시 문인협회장의 오만방자한 발언도 잊지 않겠다.

단죄비 갖다 놔라...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