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전주총국 '패트롤전북' 7월 14일 방송, 상반된 주장에 논란 '가열'

KBS전주방송총국 '패트롤전북' 7월 14일 방송(유튜브 동영상)

지난해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맞아 전주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광복회 전북지부 등이 전주덕진공원 내에 설치한 '김해강 단죄비'가 1년도 안 돼 사라진 것과 관련, 책임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때마침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전북'이 14일 오전 방송에서 '사라진 김해강 단죄비?'란 주제로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는 단죄비를 설치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측과 사전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아무런 협의 없이 단죄비를 이전한 전주시 문인협회 측 관계자가 출연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출연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김재호 지부장과 전주시 문인협회 유대준 회장은 각각 다른 입장을 밝혀 책임 논란은 가라 앉지 않고 오히려 증폭된 양상이다. 따라서 방송 이후 전주덕진공원 전반의 관리 책임이 있는 전주시의 명확한 해명과 관련자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아무런 협의 없이 김해강 단죄비 옮긴 것은 명백한 잘못"  문제 제기

지난해 8월 29일 전주덕진공원 김해강 시비 앞에서 단죄비 제막식이 열리던 모습.
지난해 8월 29일 전주덕진공원 김해강 시비 앞에서 단죄비 제막식이 열리던 모습.

이날 방송에서 먼저 김재호 지부장은 "전주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덕진공원의 노른 자위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 온 김해강 시비는 현재까지 4편의 민족 반역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진 시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어서 논란이 돼왔다"며 "진주만을 공습한 일본 결사대를 찬양하는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와 '호주여', '인도 민중에게',  '아름다운 태양'의 김해강 시는 천진한 아이의 동심마저도 제국주의 일본의 찬양에 이용한 시라는 점에서 지난해 단죄비를 세운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그런데 전주시 문인협회가 최근 김해강 시비를 이전하면서 단죄비까지 함께 이전했다"며 "단죄비는 지난해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의 회비와 전주시 예산 등이 들어가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협의 없이 이뤄진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대준 전주시 문인협회장, "전주시와 협의하면 될 일...민족문제연구소와는 상관 없는 일" 일축 

전주덕진공원에 지난해 설치했던 김해강 단죄비.
전주덕진공원에 지난해 설치했던 김해강 단죄비.

그러나 이에 대해 유대준 전주시 문인협회장은 "김해강 단죄비를 김해강 시비와 함께 장수군 천천면에 '옮긴 것'이지 '가져간 것'이라고 한 말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회장은 "단죄비는 전주시의 재산이기 때문에 전주시와 협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한 "전주시 문인협회 후원자의 개인 사유지인 장수군으로 최근 김해강 시비와 단죄비를 옮겼다"면서 "김해강 단죄비를 설치할 때도 민족문제연구소는 전주시 문인협회와 이무런 협의도 없었다"면서 오히려 문제를 역으로 제기했다. 

"단죄비 이전, 전주시와 협의 했다", "확인 결과, 협의 없었다" 상반된 주장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가 "왜 단죄비까지 옮겼느냐"는 질문에 유 회장은 "원래 김해강 시비를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단죄비가 설치된 것"이라며 "단죄비와 함께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재호 지부장은 "김해강 단죄비를 옮기기 위해 김해강 시비까지 옮긴 속셈"이라며 "김해강은 전주시 전동 출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주시민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친일을 했는지'  등을 널리 알려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전주시 문인협회가 전주시와 협의했다고 한 것은 틀리다"며 "확인 결과, 전주시 자치행정과나 문화정책과는 단죄비 이전 문제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전주시 책임 있는 조사·조치, 해명 필요 

최근 덕진공원에서 사라진 김해강 시비(우측)와 단죄비(좌측).
최근 덕진공원에서 사라진 김해강 시비(우측)와 단죄비(좌측).

이처럼 사라진 김해강 단죄비에 대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해명조차 내놓지 않아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1년 전 경술국치일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회원들의 소중한 회비와 전주시민의 혈세를 들여 세운 김해강 시비 옆 단죄비가 갑자기 사라진 사안에 대해 전주시의 명확한 조사와 조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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