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덕진공원 내 산책로가 공사 때문에 자갈과 진흙길로 변해 있다.
                  덕진공원 내 산책로가 공사 때문에 자갈과 진흙길로 변해 있다.

덕진공원 연화교 40년 만에 교체...1년도 안 돼 곳곳 ‘움푹 진푹’

장대비가 집중적으로 일주일가량 퍼붓고 나더니 금세 무더위가 찾아든 7월 9일. '전주 천년고도 옛길'의 정점이라고 일컫는 덕진공원을 찾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화려한 홍련이 활짝 피어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곳이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을 상징하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에 이맘때면 전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공원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움푹 패인 자갈길하며,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연꽃을 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연꽃은 화려한데 불편한 시설물들, 관광객 내쫓아

                            연화교 입구.
                            연화교 입구.

수줍은 듯 노란 속살을 드러내며 연꽃들이 찾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으나 입구부터 불편한 산책로가 방문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게다가 40년 만에 교체했다는 덕진공원 상징인 연화교는 가는 곳마다 대리석이 들썩거려 통행이 불편하다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연화교 대리석들이 제대로 평형을 이루지 못하고 떠 있는 모습.
연화교 대리석들이 제대로 평형을 이루지 못하고 떠 있는 모습.

연화교 내부의 보행을 위해 깔아 놓은 대리석들은 서로 연결 상태가 매끄럽지 않아 일부 대리석들이 떠 있는 모습들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일부 돌은 지면과 간격이 떠 있어 자칫 보행자들이 발에 부딪혀 넘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곳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굳이 대리석이 아닌 흙길이면 더 좋았을 텐데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며 “예산을 많이 들여 안전을 위협하는 대리석을 깔아놓은 꼴”이라며 행정을 비난했다.

밟지 않았을 때 대리석 모습.
밟지 않았을 때 대리석 모습.
보행자가 밟는 순간 대리석이 평형을 잃고 있는 모습.
보행자가 밟는 순간 대리석이 평형을 잃고 있는 모습.

외지에서 공원을 찾았다는 또 다른 보행자는 “예전의 연화교도 참 보기 좋았는데 공사를 한다기에 그보다 훨씬 좋은 다리가 개설될 줄 알고 다시 찾아 왔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예산을 쓰기 위해 공사를 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60억 예산 들여 재 가설 연화교, 대리석 곳곳 수평 잃어 보행자들 불편 호소 

지난해 12월 2일 전주시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연꽃 속 추억을 선사했던 덕진공원 연화교를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재 가설 공사를 마쳤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을 통해 홍보했었다. 

2018년 11월 16일 덕진공원 내 연화교 출입 통제 이후 약 2년 만이었다. 그동안 시민들과 외지에서 공원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공사 중에 발생한 공원 내 불편함들을 감내해 왔다. 새로 드러낼 연화교 모습을 기대하며 불편함도 잊었다. 

멀리서 본 연화교 모습.
멀리서 본 연화교 모습.

드디어 지난해 연말 모습을 드러낸 새 연화교는 연장 284.3m, 폭 3.06m 규모로 설치됐다. 전주시는 기존 철제 현수교 형태의 연화교는 폭 1.2m였으나 새로 놓인 연화교는 폭이 2배 이상 커져 양방향 통행이 편리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전주시 관계자는 "휠체어와 유모차 이동도 가능하다”며 “전통 석교 형태의 새 연화교는 난간도 전통담장 형태로 꾸며졌다”고 자랑했다.

공사장에서 흐르는 흙탕물로 공원 호수가 오염돼 있는 모습.
공사장에서 흐르는 흙탕물로 공원 호수가 오염돼 있는 모습.

그런데 개통한지 7개월여 만에 석교의 평면이 움푹 꺼지거나 굴곡진 곳이 많아 보행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기에 덕진공원 내부는 온통 공사판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물론 외지에서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조차 되돌리게 하고 있다. 

연화교와 함께 덕진공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연화정도 재건축이 한창이어서 주변이 진흙탕인데다 호수 물 역시 공사장에서 흐르는 물들로 오염돼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연화교 외에도 80억 넘는 예산들여 연중 내내 공사 중..."누굴 위한 공원인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연중 내내 공사 중인 덕진공원,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란 비난이 높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연중 내내 공사 중인 덕진공원,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란 비난이 높다.

전주시는 이미 완료한 연화교 교체 외에도 공원내 연화정과 덕진정 조성을 위해 도비 28억 9,000만원과 시비 48억 5,000만원 등 모두 77억 4,000만원을 들여 2024년까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비와 시비 등 8억 5,400만원을 들여 'LID그린빗물인프라 조성사업'을 산책로 주변에 실시함으로써 덕진공원은 그야말로 수년간 공사판으로 얼룩진 상태다. 

이에 대해 시민 이 모씨(59.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는 “김승수 시장 재임 기간 내내 덕진공원은 공사판으로 둔갑했다”며 “막대한 혈세를 퍼붓고도 시민들이 불편하고 외지인들로부터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누구를 위한 공원인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왔다.

김해강 시비 단죄비 ‘절도’ 주장불구, 전주시 ‘냉랭’

김해강 단죄비가 있었던 자리.
김해강 단죄비가 있었던 자리.

이처럼 시민 보행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덕진공원 내부, 이런 와중에 최근 한 시설물이 절도당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관리의 허술함을 보여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덕진공원 내에 있던 김해강 시비 인근의 단죄비가 사라졌다”며 전주시와 전주시 문인협회 등에 원상복구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덕진공원 안에 오랫동안 자리해 왔던 '김해강 시비'의 주인공인 김해강은 민족 반역시를 남긴 인물로 지난해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회원들의 소중한 회비와 전주시의 일부 재정을 보태 단죄비를 세웠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최근 단죄비가 사라졌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전주시 문인협회가 김해강 시비를 장수군의 사유지로 옮기면서 단죄비도 같이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9일 설치됐던 김해강 단죄비.
지난해 8월 29일 설치됐던 김해강 단죄비.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김해강 단죄비는 역사의 산 교육장 역할과 더불어 전주시민들이 공유해야 할 엄연한 공공재”라며 “지난해 설치된 단죄비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데 전주시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니 엄연히 절도”라고 말했다.

덕진공원 불편 호소 잇따라...관광벨트 조성 ‘빈말’ 그칠라

덕진공원 전경.
덕진공원 전경.

이에 대해 전주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전주시 관계부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조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취재한 결과, 한심한 답변들만 내놓았다. 

해당 부서들과 통화 결과, 서로 관리 책임을 떠넘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심지어 예산담당 부서는 1년 전 단죄비 설치를 위한 예산을 집행해 놓고도 제대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시설관리 책임에 대해서도 정확히 모르고 있거나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1980년 준공된 연화교는 2015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재 가설됐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진정 누구를 위한 공원인가?'란 시민들의 불만에 전주시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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