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5월 24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새만금잼버리)’ 야영지 배수 문제가 심각하다는 조직위원장의 발언이 1년 전 프레잼버리 취소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면서 다시 파장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참가자들이 머물며 숙영해야 할 야영지의 폭우와 폭염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1년 전부터 계속 나왔지만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배수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드러나면서 프레대회 취소 이후 안전대책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김윤덕 위원장 “어떤 방식으로 누가 배수 공사를 할 건지에 대한 계획도 잡히지 않았다?”...'유체이탈 화법' 도마 위

김윤덕 새만금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김윤덕 새만금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전주갑)은 23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새만금잼버리 부지의 호우 피해 발생 후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둘러본 결과 새만금잼버리가 두 달여를 앞둔 현재까지 피해 예방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예산 수립은 커녕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누가 배수 공사를 할 건지에 대한 계획도 잡히지 않았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조직위원장을 맡아 온 그는 대회가 임박하자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이는 대회인 만큼 예산이 얼마가 소요되든지 신속하게 문제점 해결에 나서는 게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한 급선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 새만금잼버리 부지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함으로써 '유체이탈 화법'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줄곧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왔음에도 마치 남 일 이야기하듯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이달 초 부안에 내린 폭우로 잼버리 현장의 부실한 배수 문제가 확인됐다”며 “국비를 투입해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지난 5일을 전후해 전북 전역에는 100㎜가 넘는 비가 내린 가운데 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부안지역에는 149.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매년 100㎜ 넘는 폭우 지역, 허술한 안전대책 1년 전과 다를 바 없어

5월 8일 KBS전주총국 뉴스 화면(캡처)
5월 8일 KBS전주총국 뉴스 화면(캡처)

더욱이 최근 3년간 새만금잼버리가 열리는 부안지역은 여름철마다 집중호우가 있었던 곳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020년 8월 한달에만 421mm가 쏟아졌고, 2021년에는 409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8월에도 강수량이 276mm에 달해 매년 100㎜가 넘는 폭우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집중호우에 대비한 안전대책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대회 조직위원장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어서 오히려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날 김 위원장과 함께 동석한 전북도 관계자는 “외곽 배수로 침사지를 100곳 가까이 설치해 펌프를 이용한 강제 배수도 추진하겠다”며 시급성을 강조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여과없이 노출시켰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 소배수로를 설치하고 격자형 배수로는 6월까지 정비를 마칠 것”이라며 “숙영지를 중심으로 침사지(토사를 제거하는 연못)를 88∼100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대회가 이제 겨우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과 우려가 크다.

배수 사업비 추가로 60억원 필요...확보 어려울 경우 '난감'

5월 11일 전주MBC 뉴스 화면(캡처)
5월 11일 전주MBC 뉴스 화면(캡처)

더욱이 이러한 추가 설치에 드는 예산이 약 60억원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배수 문제 해결과 원활한 대회 운영 준비를 위해 여성가족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문화관광부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총재 등 4명의 공동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도지사와의 공동회의를 서두르겠다”고 밝히면서 “대회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조속히 국비를 지원해 침사지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업비 확보가 어려울 경우 본대회 취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2일부터 개최될 예정이었던 새만금 프레잼버리대회는 개최 2주일을 앞둔 7월 19일 잼버리조직위원회가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을 함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코로나19 재확산이 변수가 되어 의견을 모아 취소했다고 조직위원회는 밝혔지만 '코로나19는 핑계고 안전시설 등의 준비 부족이 진짜 원인'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됐다.

프레잼버리를 제대로 개최할 준비가 안 된 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은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또한 프레잼버리에 배정된 예산 9억 1,000만원(국비 2억원, 도비 4억 6,000만원, 참가비 2억 5,000만원) 중 이미 사용한 1억원은 '매몰 비용'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1년 전 “호우로 곳곳 물바다...본대회 차질 우려” 제기  

2022년 7월 19일 JTV전주방송 뉴스 화면(캡처)
2022년 7월 19일 JTV전주방송 뉴스 화면(캡처)

당시 JTV 등 일부 지역 언론들은 대회 개최 예정지인 새만금 매립지를 직접 찾아 불안한 상황을 보도하면서 “내년 잼버리대회 개최 시기 또한 폭염은 물론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는 시기이지만 며칠 전 내린 호우에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내년 대회 개최도 우려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1년 전에도 집중호우로 인해 새만금잼버리 야영지 설치 장소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과 진흙으로 변해 발이 빠지는 장면을 화면으로 담아 언론들이 보도했었지만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해당 지역은 여전히 물웅덩이로 변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프레대회 치르지 않아 미숙”...각국 점검 대표단 이구동성 지적

이 바람에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새만금잼버리 점검을 위해 전북을 찾은 52개국 162명의 대표단은 행사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안전시설 부족 등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특히 본대회에 앞서 치르기로 했던 프레잼버리를 실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1년 전 당시에도 김윤덕 의원은 조직위원장으로서 대회 준비 부족에 대한 큰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에도 마치 자신은 관련 없다는 듯이 발언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역뉴스 모니터 보고서에서 “남 일 이야기하듯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대회 준비 부족과 프레잼버리 대회 취소에 대한 사과가 먼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전북도는 2017년 새만금잼버리 유치 확정 이후 송하진 전 도지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프레대회와 본 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줄곧 장담해 왔다. 그런데 프레대회 2주일을 앞두고 전격 취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그동안 전북도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차질 없는 대회 유치를 하겠다며 많은 홍보를 해 놓고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느냐"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됐다. 

2주 전까지 시간 끌다 '전격 취소' 프레대회 '악몽', 본대회 2개월 앞두고 '아른아른' 

17일 부안의 새만금잼버리 대회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17일 부안의 새만금잼버리 대회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예산도 눈덩이처럼 증가했다. 2017년 8월 당시 전북도는 "새만금에서 개최될 '2023 세계잼버리대회'에 419억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해놓고 3년이 지난 2020년 다시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사업비가 약 1.7배 증가한 846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안전시설 등의 추가 설치로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프레잼버리가 전격 취소되면서 본대회 차질이 이미 우려됐다. 더구나 프레잼버리 취소 전인 지난해 6월 김윤덕 위원장은 "기반시설이 없는 프레잼버리 개최는 무의미하다“며 ”해외 스카우트 지도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으로써 불안한 대회 준비 상황을 예고했다. 

그러더니 결국 프레대회 2주 전까지 시간을 끌다가 전격 취소함으로써 배경에 의구심까지 강하게 제기됐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한 모습이 본대회 2개월을 앞두고 다시 재현되는 양태여서 과연 새만금잼버리가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새만금잼버리는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부안군 새만금 부지 일원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 170여개국 청소년 4만 3,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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