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7월 20일

말 많고 탈 많았던 새만금 세계프레잼버리대회가 개최 2주일을 앞두고 결국 취소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취소했지만 올 초에도 코로나19로 세계잼버리대회 개최 시기를 1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반대하면서 번복이 이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재유행이 충분히 예견되었던 만큼 ‘안일한 대응과 준비에서 비롯된 사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감안, 2주 전에 전격 취소?..."안일한 대응·준비" 비난 

전주MBC 7월 19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7월 19일 뉴스(화면 캡처)

특히 5년 전인 2017년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유치 확정 이후 송하진 전 도지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프레대회와 본 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줄곧 언론에 장담해 왔다.  

그런데 프레대회 2주일을 앞두고 전격 취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그동안 전북도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차질 없는 대회 유치를 하겠다며 많은 언론 홍보를 해놓고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느냐"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 8월 당시 전북도는 "새만금에서 개최될 '2023 세계잼버리대회'에 419억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해놓고 3년이 지난 2020년 다시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사업비가 약 1.7배 증가한 846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하자 지역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큼지막하게 무비판적으로 받아 써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해당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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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19일 새만금 세계잼버리조직위원회(위원장 김윤덕)는 최근 확산세에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제15회 한국잼버리 겸 프레잼버리를 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내년 8월 세계잼버리 본 대회 개최에 앞서 행사 운영 및 프로그램을 점검하기 위해 프레잼버리대회를 준비해왔다. 

"그늘 없는 야영장, 30도 넘는 폭염에 열사병 등 안전에 문제 될 수 있다?" 

JTV 7월 19일 뉴스(화면 캡처)
JTV 7월 19일 뉴스(화면 캡처)

프레잼버리는 오는 8월 2일부터 7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몽골, 태국 등 5개국에서 1,317명 규모로 세계잼버리대회 개최 예정지인 부안군 새만금 매립지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앞서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지난 4월 정부가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8월에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 여성가족부, 전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 등 유관기관 회의에서 참가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해 프레잼버리를 취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조직위 측은 취소 배경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이 공동 취사와 숙박을 하며 단체로 영내·외 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이 높고, 마스크를 상시 착용할 경우 그늘이 없는 야영장에서 30도가 넘는 폭염에 열사병 등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취소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청소년 및 학부모의 우려가 증폭돼 참가 신청자의 다수가 행사 직전에 참가신청을 철회하는 경우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우려와 지적들 사전 충분히 예견...시간 끌고 예산만 낭비

KBS전주총국 7월 19일 뉴스(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7월 19일 뉴스(화면 캡처)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지적들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됐다는 점에서 결국 시간을 끌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프레잼버리에 배정된 예산은 모두 9억 1,000만원(국비 2억원, 도비 4억 6,000만원, 참가비 2억 5,000만 원)으로 이 중 기반시설 공사 등으로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유행이 충분히 예견됐던 만큼 대회 준비에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오다 대회가 임박해서야 뒤늦게 연기를 한데 대한 의구심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변수로 작용했다”며 “내년도에는 올해와 같은 상황에 사전 대비하고 보완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되풀이할 뿐, 별로 달라진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올초 대회 연기 문제가 거론될 당시에도 정부는 “신종 변이에 대한 면역이 떨어지면서 재유행으로 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밝혀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조직위원장 조차 부정적 입장...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처럼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가 계속된 연기와 혼선 속에서 1년 남짓 남은 잼버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프레잼버리대회 취소는 이미 예견됐다는 점에서 조직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달 초 김윤덕 새만금 세계잼버리조직위원장은 "기반시설이 없는 프레잼버리 개최는 무의미하다“며 ”해외 스카우트 지도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대회 2주 전까지 시간을 끌다가 전격 취소한 배경에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된다. 

민선 6기와 7기 동안 송하진 전 도지사는 “새만금에 세계잼버리대회를 유치하게 됐다”며 그동안 많은 언론 홍보를 통해 도정의 최우선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내년 세계잼버리의 정상 개최와 연기를 두고 조직위원회가 갈팡질팡하면서 "상·하수도,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많은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게다가 참가자 수도 대폭 줄어 정상적인 대회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소통과 준비 부족을 코로나19 재확산을 핑계로 은폐하려는 꼼수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새만금 잼버리대회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른 데 대한 책임론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아 이래저래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가 애물단지로 둔갑하는 양태다.

“새만금 잼버리대 개최 이유 공기 단축 압박...잇단 사망 사고”, 그 후 어떻게? 

2017년 8월 17일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한 전북 유치단이 송하진 도지사를 무등 태우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사진=전라북도 제공)
2017년 8월 17일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한 전북 유치단이 송하진 도지사를 무등 태우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사진=전라북도 제공)

앞서 전북지역 노동단체는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고가 발생한 새만금 지역 해당 공사는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 등을 이유로 공기 단축 압박이 심한 곳'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민노총전북본부)는 지난 3월 10일 성명을 내고 “3월 8일 새만금 수변도시매립공사 현장의 굴착기가 전복되면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졌다”며 “김제 새만금 공사 관련 현장에서는 작년 10월 화물차 운전자 한 명이 장비와 차량 사이에 끼어 숨졌고, 같은 달 교량 건설 중 하청노동자 1명도 추락사했다”고 밝혔다.

민노총전북본부는 “확인된 것으로만 반년 새 3명의 노동자가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숨졌다”면서 “이번 사고의 공사 규모는 50억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노총전북본부는 "최근 새만금 관련 공사는 새만금 잼버리 개최 등을 이유로 공기 단축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발주처인 새만금개발공사와 전라북도 송하진 지사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라고 밝히면서 “이번 사고를 계룡건설의 책임으로만 꼬리자르기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만금개발공사는 그동안 새만금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을 낱낱이 공개하고 발주처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과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구멍 뚫린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고 발주처 책임의 근거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지만 여지껏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혀 준비하지 않고 연습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대회 어려울 것”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식 사이트(홈페이지 초기 화면 갈무리)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식 사이트(홈페이지 초기 화면 갈무리)

프레대회는 그렇다치더라도 내년에 예정된 본 대회도 걱정이 앞선다는 지적이다. 김종필 전라북도 잼버리지원단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더블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지금 상당히 대회에 변수가 됐다"고 밝혔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또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방법 외에 달리 묘안이 없음을 암시했다. 

그는 또 “다만, 규모를 줄여서라도 시설 점검은 하고 방역 대책도 마련해 본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제시했으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혼선을 빚는 상황이어서 쉽게 본 대회 유치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것은 과연 누구 책임?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윤덕 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갑)이 일찌감치 참가자와 기반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프레잼버리 개최에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도 큰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전북도와 조직위는 프레잼버리대회에 당초 1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밝혔다가 1,000여명으로 축소한 것도 무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정기 전북도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새만금 세계잼버리 본 대회를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전혀 준비하지 않고 연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대회를 치른다면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1920년 영국 국제 야영대회를 시작으로 4년마다 열리고 있다. 한국은 1991년 강원도 고성의 제17회 행사 이후 32년 만에 두 번째 행사를 전북도가 적극 나서서 새만금에 유치했지만 예비 대회가 무산되면서 내년 본 대회 개최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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