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상직의 몰락, 그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회삿돈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문을 일으키더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까지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결국 국회의원직까지 상실한 이상직. 

선거법을 위반해 국회의원 배지를 뗀 그가 이스타항공의 500억원대 횡령·배임으로 시작된 사건에 이어 채용 비리 사건 등과 얽히면서 복마전과도 같은 ‘이상직 게이트’에 연루된 정치인들, 지역의 토호 인사들이 검찰의 번득이는 수사 칼날 앞에서 떨고 있는 모양새다.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검찰 수사 어디까지...복마전처럼 얽힌 ‘이상직 게이트’ 

전주MBC 10월 7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10월 7일 뉴스 화면(캡처)

문재인 정부 시절 자신을 ‘불사조’에 비유하며 당당하던 이 전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날선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하진 못하게 됐다. 이번엔 자신이 창업했던 이스타항공에 7~8년 전 부정과 비리로 직원들을 채용한 혐의로 검찰의 정조준을 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하면서 검찰이 더욱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7일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권찬혁)는 이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5일 열린 이 전 의원과 측근 등 5명의 ‘이스타항공 5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10년과 추징금 554억원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최 전 대표 등과 함께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이스타항공 직원 및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에 특정 지원자들을 추천하고 채용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준모' 고발로 불거진 사건, 경찰 ‘무혐의’ 종결 불구 검찰 ‘불씨’ 살려 

KBS 전주총국 9월 23일 뉴스 화면(캡처)
KBS 전주총국 9월 23일 뉴스 화면(캡처)

이는 지난해 4월 시민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이 전 의원을 ‘업무방해와 수뢰후부정처사’,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됐던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경찰서로 이첩됐으나 경찰은 올 3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지었다.

그러자 서울남부지검은 강서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또다시 지난 7월 무혐의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시 이 사건을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관련 배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전주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 사건도 지난 1월 ‘자료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시한부 기소 중지된 상태였으나 정치적 쟁점이 가열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재개했다. 앞서 이 전 의원 등은 부조종사를 비롯한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 과정에 관여해 특정 지원자를 추천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 8월 수사를 시작한 전주지검은 최근 "여러 채용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 중으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 채용과 관련된 인사들이 일부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국감 첫날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민주당 양기대·이원욱 의원 연루” 주장 파문 

지난 4일 시작된 올 국회 국정감사 첫날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국감 첫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작심한 듯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양기대(경기 광명시을)·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의원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날 한 전 총리와 민주당 두 의원의 이름이 ‘추천인’란에 적힌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지원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윤 의원은 “한 전 총리가 관련돼있는 분은 (채용 과정에서) 70명 중 70등을 했다”며 “양기대·이원욱 의원과 관련된 인물의 경우 각각 132명 중 106등. 70명 중 42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때마침 검찰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들을 추천하고 채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일부 정치인들 이름이 거론돼 향후 더 큰 논란의 불씨로 비화될 조짐을 내비쳤다. 

당장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국감서 거론된 이름 말고도 청탁한 사람들이 더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건을 넘겨 받아 재수사를 벌인 검찰은 정권이 바뀐 뒤 더욱 탄력을 받은 양태다. 

7일 전주지검이 이 전 의원 등을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직 “지역 인재 채용에 기여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을 줘야할 일?” 

전주MBC 7월 31일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캡처)
전주MBC 7월 31일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캡처)

이 전 의원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지역 인재를 채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24일 오후 전주지법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수백억원대 배임·횡령 사건에 대한 항소심 속행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그는 “(채용과 관련해) 관여한 바가 없다. 청탁은 무슨 청탁이냐”고 잘라 말한 뒤 “민간 기업이 지역인재 채용에 기여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을 줘야할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할당제를 통해 지원한 인재들만 수천명에 달한다”며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도 모르고 (절차상 문제 없이) 지원자들끼리 경쟁해 (회사가)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강한 자신감과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 국감장에서 폭로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연루 정치인들 외에도 많은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돌고 있는 마당에 수사 향배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현 정부 미묘한 신경전 속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채용 관련 수사 ‘촉각’ 

KBS전주총국 10월 7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10월 7일 뉴스 화면(캡처)

하지만 이보다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에 이어 이스타항공과 태국 현지 기업인 타이캐피털이 합작해 설립한 '타이이스타젯'의 배임 비리 및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서모 씨 취업 특혜 의혹 등의 사건을 수사 중이란 점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 정부와 전 정부 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문 전 대통령 사위 채용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똥이 또 어디로 튈지 주목된다. 

이상직 전 의원 끝나지 않은 재판...쟁점은?  

한편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1월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544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4만 2,000주를 아들과 딸이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에 105억원 상당으로 저가 매도해 계열사들에 약 43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3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의 자금 53억 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와 2016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며, 이후 이 의원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2심(항소심)선고 공판은 다음 달 25일에 열린다. 

앞서 이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받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5월 12일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른 정치인들, 지역 토호들도 적지 않은 타격 불가피할 전망 

검찰 로고(대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검찰 로고(대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이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2019년 1∼9월 3차례에 걸쳐 2,600여만원에 달하는 전통주와 책자를 선거구민 377명에게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시의원 등과 공모해 2020년 총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당원과 권리 당원들에게 중복 투표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1·2심은 이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과 구속, 보석 등을 오가며 사건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여기에 채용 비리 수사가 현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 따라서 이 전 의원은 물론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와 관련된 정치인들, 그리고 지역 토호 인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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