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을' 재보궐선거를 4개월가량 앞두고 검찰이 이 전 의원과 관련된 ‘타이이스타젯 수사’를 재개, 속도를 내면서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 회삿돈 71억원을 빼돌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를 특혜 채용해 줬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 태국 법인의 '타이이스타젯' 수사가 11개월 만에 재개되자 지난 총선에서 이 전 의원을 공천해 준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일부터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음에도 아직 공천 여부를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4월 5일 실시될 전주을 재선거는 물론 2024년 4월 치러질 제22대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검찰, '타이이스타젯 배임 사건' 11개월 만에 수사 재개…후폭풍 예고, 정치권 ‘촉각’ 

전주지방검찰청(사진=전주지검 제공)
전주지방검찰청(사진=전주지검 제공)

전주지방검찰청(전주지검)은 8일 오전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을 실소유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스타항공 본사 등으로 수사관을 보내 증거품을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당일 오후 늦게 끝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압수수색은 이스타항공 회삿돈 5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 중인 이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 전 임원·간부들이 개입된 부정 채용에 이어 전 정권과도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타이이스타젯 수사'라는 점에서 정치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이스타젯 수사의 향배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그동안 자주 예고돼 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이상직 전 의원의 차명 회사로 보이는 타이이스타젯이 2017년 2월 설립됐다"면서 "당시 이스타항공의 재무제표에 타이 바트로 된 외상매출금 70억여원이 갑자기 생겼다"고 배임 의혹을 제기하고 이 전 의원을 고발했다. 

이밖에 노조는 "지난 2019년 12월 18일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MOU를 체결할 당시 이스타홀딩스로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며 "이 가운데 65억원이 타이이스타젯으로, 나머지 35억원이 IMSC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타이이스타젯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면밀하게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 사건에 대한 증거 자료가 외국에 소재한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으나 최근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과 관련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사건도 재개돼 동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상직 자금줄‘ 외에 문 전 대통령 사위 ’채용 특혜‘ 정조준

YTN 10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YTN 10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의 자본이 흘러간 정황 외에도 이스타항공과 사명, 로고 등을 공유해 '이스타항공 자회사'라는 의심을 받았왔다. 게다가 타이이스타젯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취업해 이 전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일부 서울의 보수언론은 “검찰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8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서모 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해당 언론은 “서씨는 증권·게임 업계 출신으로 항공업계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2018년 7월부터 2020년 초까지 태국에 있는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근무했다”며 “이상직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전 의원과 ‘문재인 청와대’ 측은 해당 의혹을 부인해왔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550억원대 횡령·배임 등으로 이스타항공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횡령 등)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이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검찰의 타이이스타젯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선거를 앞둔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을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1년 전 '문 전 대통령 뇌물 혐의' 고발…사위 특혜 취업 의혹 관련

JTV 8월 9일 뉴스 화면(캡처)
JTV 8월 9일 뉴스 화면(캡처)

하필 이 회사는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 씨가 취업한 곳이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20년 4월 총선 때 민주당 공천으로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정의로운 사람들’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자신의 사위인 서씨를 타이이스타젯의 고위직으로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국회의원과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고 밝힌 뒤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의원을 2018년 3월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해준 대가로, 자신의 사위가 이상직의 영향 아래 있는 타이이스타젯의 고위직으로 특혜 취업하는 방법으로 해당 기간 급여 1억 1,550만원 상당을 이상직으로부터 뇌물로 수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북도당 “아직 지도부 공천 여부 결정 못해...결정 날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로고

한편 이번 수사가 내년 전주을 재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에 무공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와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쳤을 뿐,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을 노리며 1년 전부터 물밑 활동을 펼쳐온 인사들은 10명 내외에 이르지만 중앙당이 최근 전북도당에 '후보 등록을 하지 말라'고 요청하면서 예비후보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지도부가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결정이 날 때까지 다들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힐 정도로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처럼 민주당이 공천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당헌·당규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 이상직 전 의원 낙마로 치르는 재선거...공천하지 않는 것이 책임 정치”

이상직 전 의원(자료사진)
이상직 전 의원(자료사진)

민주당 당헌·당규 재보궐선거 특례조항(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책임 정치를 명분으로 신설한 조항이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에서는 이 조항을 민주당이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진보당은 이와 관련 8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된다”며 “민주당이 공천한 이상직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해 치르는 재선거인 만큼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는 것이 책임 정치”라고 압박했다. 

앞서 전북민중행동도 지난 5월 12일 이상직 전 의원이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낸 논평에서 “이번 사태는 무자격 인사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오만한 정치 행태가 보여준 결말’이라며 ‘민주당은 사죄하고 내년 4월 치러질 전주을 재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상직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550억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 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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