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5일 치러지는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상됐던 수순이지만 당장 지역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 공천을 겨냥해 물밑 활동을 벌여왔던 10여명의 지역 입지자들 사이에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더욱 복잡해진 정치적 셈법 앞에서 진로를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당의 규정과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내년 4월 전주을 재선거에는 공천하지 않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당 규정·국민 눈높이 고려, 전주을 재선거 무공천 결정”

하지만 해당 규정이 지나치다는 당 일각의 지적에 따라 당헌·당규를 수정할 가능성의 여지도 남겼다. 이날 안 수석대변인은 "무공천 조항이 포괄적 과잉 규정으로, 현실 정치와 책임 정치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개정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일부 공감이 있었다"며 "향후 관련 논의들이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 재보궐선거 특례조항(제96조)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지난 제21대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이덕춘 후보와 경선 경쟁을 벌였던 이상직 후보를 최종 공천했지만, 당선 이후 이 전 의원은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외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와 재판, 구속 등을 반복하다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던 지난 2019년 1~9월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2,600여만원에 달하는 전통주와 책자를 선거구민 377명에게 제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 5월 이 전 의원 상고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이 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으나 민주당의 공천 책임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 사과 및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높게 일었다.
지역 정치권 '요동'...민주당 출마 입지자들 무소속 출마 '저울질'
이 전 의원의 구속과 의원직 상실로 재선거를 치르게 된 전주을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진보당, 무소속 후보 등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공천을 노리며 1년 전부터 물밑 활동을 펼쳐온 인사들은 10명 내외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거나 다음 총선에 대비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등 정치적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을 맞게 됐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과정의 당내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꾸준히 지역구를 다지며 최근에는 출판기념회까지 마친 한 입지자는 “민주당의 전주을 무공천 방침은 아쉬움이 크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신중한 결정이란 점에서 기꺼이 따르겠다"며 "하지만 대의와 민생을 고려해 다음 총선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 정치 반길만” vs "출마 준비해왔는데 막막"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민주당 공천 입지자는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무공천이라는 결정을 내리니 막막할 따름”이라며 “당 내부와 정치적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며 재선거 출마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는 “민주당이 전주을 지역구 의원 공석 원인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번 무공천 결정은 책임있는 정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반응과 함께 “그래도 민주당 텃밭인데 공천이 배제돼 아쉽다”는 반응으로 갈렸다.
전주을 재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현재 출마를 공식 선언하거나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로는 국민의힘 소속 김경민 전 전주시장 후보, 진보당 소속 강성희 진보당 전북도당 노동자위원장, 무소속 박종덕 전 한국학원 총연합회장 등 3명이다.
민주당 공천 입지자들 중 2~3명 탈당 후 출마 가능성
국민의힘에선 김 예비후보 외에 전북도당위원장인 정운천 의원(비례)의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 이 외에 그동안 민주당 공천을 겨냥해 온 입지자들 중 2~3명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전주을 공천 경쟁 후보로 거론된 인물로는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 21대 총선 당시 이상직 의원과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이덕춘 변호사, 최형재 전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원회 공동대표, 고종윤 변호사, 이정헌 전 JTBC 앵커, 성치두 정당인 등이 공천을 겨냥해 꾸준히 물밑 활동을 전개해 왔다. 여기에 유성엽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승수 전 전주시장, 임정엽 전 완주군수 등도 후부군에 거론돼 왔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전주을' 재선거 앞두고 ‘이상직 수사’ 전 정권 겨냥 확대...민주당, 공천 '할까 말까’
- 민주당, ‘전주을’ 재선거 책임론·우범기 전주시장 '징계 시간 끌기'...전북도 정책협력관 ‘언론 팔이’ 논란
- ‘이상직’ 공천한 민주당, 전주을 보궐선거 무공천 여부 '촉각'...예비후보 등록 시작, 10여명 '물망'
- 전 정권 겨냥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검찰 수사 '속도'...전북언론·정치·행정 '불똥' 우려
- 전주지검, 이상직 '이스타항공 부정채용 의혹' 재수사...왜?
- 민주당, ‘전주을’ 위원장에 현역 전북도의원 직무대행 체제...왜?
- “민주당, 사고지역 '전주을' 재선거 후보 내면 안 돼”...총선까지 공석 유지하나?
- 계보·계파 정치, '선거 브로커'와 무관치 않아...전주을 보궐선거 '주목' 이유
- "민주당, 전주을 보궐선거 무공천하고 사죄하라", “이상직 늑장 판결로 의정 공백 장기화” 비난 쇄도
- 선거법 위반 당선 무효형, 이상직 국회의원 직위 상실과 지역언론 보도
- 민주당, 사죄 대신 뒤늦은 ‘전주을 재선’ 포기...‘책임정치’ 가면 쓰고 '무공천' 뒤로 숨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민주당 무공천' 속 6명 입지자 윤곽...'군웅할거' 예고
- 민주당 빠진 ’전주을‘ 재선거, ’시민사회단체 후보‘ 새 변수 등장...투표율, 승패 최대 '관건'
- 전주을 재선거 9명 후보 ’윤곽‘...가칭 ’시민후보‘ 명칭 논란, 일부 언론 ‘오보’ 등 ‘시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