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10월 16일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가 여야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사건의 본질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채용 청탁과 관련한 규모가 100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는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와 관련된 인물들이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론되고 있어 현 정부와 지난 정부의 ‘선 긋기’ 또는 ‘정치적 보복’ 용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상직, ‘일자리위원회’ 활동 기간에 벌어진 대규모 채용 비리...왜 하필?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지난 2015년 말부터 2019년 초 신규 채용하는 과정에서 직원 500명 중 전체의 20%에 달하는 120여명이 자격 미달인데도 부당하게 선발된 것으로 검찰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에서 대규모 부정 채용 정황을 포착해 지난 7일 업무방해 혐의로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데 이어 1주일 후인 14일 전주지법(지윤섭 영장전담판사)은 이 전 의원과 최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2015년 10월 이후 이뤄진 이스타항공 승무원은 물론 조종사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과 채용 심사위원에게 특정 지원자를 뽑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이스타항공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채용 담당자의 업무용 이메일에서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자리위원회 위촉장을 직접 받으며 화려한 언론의 조명을 받던 시절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이 전 의원 등이 구속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이스타항공 채용 청탁에 관여했거나 채용을 조건으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대상 인물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실명으로 거론돼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민주당 현역 광역단체장·국회의원 연루 강조...정치 공방, 사건 본질 희석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연루 대상자 중에는 민주당 현역 광역단체장과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중견기업 회장, 외교관, 방송사 PD, 언론사 보도본부장, 체육협회 임원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 사건을 대검찰청에 처음 고발하면서 밝힌 대상 인물들과 비슷하지만 주로 민주당 소속 의원 및 단체장에 초점이 가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자칫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져 사건의 본질이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처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강서경찰서가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전주지검이 다시 올 7월 재수사하면서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 시절에는 혐의가 없던 사건이 정권이 바뀌면서 혐의가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찰은 왜 이상직 ‘이스타 부정 채용’ 사건 서둘러 종결지었나?

특히 지난해 서울 강서경찰서는 업무방해와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이 의원과 최 전 대표에 대해 내린 불송치 결정서에서 “진위가 불분명한 언론보도 외 피의자들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으나 부정 채용에 관한 비리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당시에도 ‘너무 성급한 수사 마무리’란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합격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최 전 대표에게 이를 부탁해 채용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를 채용하게 한 혐의(업무방해) 등을 받았다. 이 의원과 최 전 대표는 채용 청탁자로부터 뇌물이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종결되자 ‘청년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검찰이 끝까지 다시 수사하고, 법원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높게 일자 이 사건은 다시 이 전 의원의 이스타항공 회삿돈 배임·횡령 등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전주지검으로 이송돼 수사가 재개된 사건이란 점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남북·외교문제 등을 놓고 문재인 전 정부와 윤석열 현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된 시점에서 다시 이 사건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민주당 정치인들의 연루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지난 4일에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청탁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양기대 의원이라고 실명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명숙·양기대·이원욱, 국감장서 연루설 제기...당사자들 극구 부인

윤 의원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한 전 총리와 양기대·이원욱 의원 이름이 ‘추천인’란에 적힌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지원자 명단을 공개한 자료에는 ‘한명숙 의원’ ‘이원욱 의원’ ‘양기대 광명시장’이란 이름과 당시 직함이 같이 적혀 있었다.
윤 의원은 “한 전 총리가 관련돼 있는 분은 (채용 과정에서) 70명 중 70등을 했다”며 “이원욱·양기대 의원과 관련된 인물의 경우 각각 70명 중 42등, 132명 중 106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70명은 1차 면접자 인원이고 최종 합격자는 20명 정도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이게 잘못된 자료라면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문제를 삼으면 되고, 제대로 된 자료라면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거나 부인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이날 이러한 폭로 이후 일부 언론에 “국감에서 공개한 채용 관련 자료는 공익 제보를 통해 받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지원자들의 인적 사항이 상세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추천인’란에 왜 야권 인사들이 들어갔는지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의 발언도 일부 언론에 조명됐다. 한 보수언론은 “박 위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청탁 채용으로 지목된 세 명 중) 두 명은 같이 일했고, 비행도 여러 번 했다’며 ‘그런 소문(청탁)이 있어서 선입견을 갖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함량 미달의 기장과 부기장이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관련 기사에서 부각시켰다.
국민의힘·보수언론, 정치 쟁점화...검찰,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국민적 신뢰 얻어야

또한 해당 언론은 기사에서 “박 위원장은 ‘한 명은 부기장인데, 그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관제사와의 소통도 안 돼 비행할 때 기장이 부기장 업무까지 같이 해야 하는 중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 모씨 채용 특혜 의혹 수사를 벌이고 있는 전주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을 정치 공세로 이어가면서 사건이 점점 정치 쟁점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연루자로 국감장에서 폭로된 민주당 의원들 외에도 ‘민주당 현역 광역단체장, 민주당 전현직 중진 의원’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방송사 PD를 비롯해 언론사 보도본부장, 공무원, 기업체 임원 등 다수가 부정 채용에 연루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취업난 시대에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해 온 청년들을 허탈하게 하는 명백한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공정 가치를 훼손한 자들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만이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검찰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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