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국정감사가 여야 간 정쟁 속에 파행의 연속인 가운데 전북을 비롯한 지역 현안들이 실종되고 있어 실망감이 크다.
특히 대선 이후 첫 국감을 지역 주요 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상임위마다 고성과 막말 끝에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이 반복되면서 전북지역 중요 현안인 새만금 메가시티와 전북특별자치도, 제3금융중심지 지정, 남원 공공의대 설립 등 중요 현안들이 묻히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온다.
국감 시작부터 '윤석열차' 논쟁 등으로 여야 충돌...지역 현안 외면

1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시작된 국정감사는 아직 2주가 남았지만 여야 정쟁은 갈수록 격화될 조짐이다. 첫날부터 파행으로 시작된 이번 국감은 외교통일위원회의 경우 박진 외교부장관의 퇴장 요구 등으로 고함 속에 회의가 35분 만에 중단됐다. 겨우 속개된 회의는 같은 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영상’ 논란 속에 또다시 정회가 이뤄졌다.
또 첫날 진행된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차' 그림을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며 격한 충돌이 벌여졌다. 고등학생의 대통령 등을 풍자한 그림을 두고 야권은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지적했고, 여권은 해당 그림에 관한 ‘표절 의혹’으로 맞서며 공방이 오갔다.
이어 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차’ 만화 작품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칠게 이어지면서 기대를 모았던 전북지역 현안인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사업에 관한 질의와 정부 측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문체위 여야 간사가 전북 출신 의원들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았으나 여야 충돌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문체위 간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전주시갑)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지만 ‘윤석열차’를 놓고 여야 공방의 맨 앞에서 진두지휘했을 뿐, 지역 현안을 수면 위로 올리진 못했다.
‘금융중심지’ 현안, 끄집어냈지만 냉랭한 답변만

그나마 국감 첫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감장에서 전북 현안인 금융중심지 지정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실망만 가득 안겨준 꼴이 되고 말았다.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전주병)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던 전주 제2금융도시 육성 공약을 끄집어내면서 시선을 끌었지만 정부 측 답변은 냉랭하기만 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답변에서 전주 제2금융도시 육성과 관련한 한국투자공사 전북 이전 주장에 대해 "기관 이전 문제는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며 "관련 기관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답해 원론적인 입장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앞서 김 의원은 "기금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공단과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205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를 연결함으로써 자산운용의 집행·연구·데이터·상품개발 등이 순환하는 자산운용 중심 금융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해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공통 공약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려면서 김 의원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의 생존이 달린 초당적 과제로 인식하고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KIC 등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라는 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국민연금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금융기관의 전북 추가 이전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도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제 2주 남은 국정감사에서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지만 12일부터 14일 동안 전북지역 주요 기관들이 국감 대상에 올라 있어 중요 지역 현안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전북지역 남은 국감 이슈들은?

12일에는 전북도교육청을 비롯해 전북대학교와 전북대학교병원, 새만금개발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국감 대상이다. 이어 13일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14일에는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 한국은행 전북본부, 태권도진흥재단이 국감을 받는다.
먼저 12일 열릴 전북도교육청과 전북대학교, 전북대병원의 국감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라 지금도 계속 논란이 이어지는 등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인 서거석 교육감의 과거 전북대 총장 재직 시절 불거진 ‘동료교수 폭행 의혹 사건’과 전북지역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가 이슈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전북대 교수 ‘수상한 새만금 대박 행적’ 등 연구비 관련 비리 쟁점 가능성 커
전북대와 전북대병원 국감에선 최근 불거진 새만금 지구에 개발 중인 해상풍력 사업권(99.2MW 규모)을 중국계 기업에 팔아넘기려 한 전북대 S교수의 ‘수상한 새만금 대박 행적’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해당 교수와 가족 등은 투자금 7,000배가 넘는 수익과 회삿돈 횡령, 연구용역비 부풀린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외에 전북대 일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제자 인건비 착취, 제자 논문 바꿔치기 등도 국감에서 제기될 만한 쟁점들로 꼽힌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매우 열악한 간호사 고용 및 높은 이직률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12일 열릴 새만금개발공사와 14일 한국은행 전북본부 국감에서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전반적인 부실과 관련해 질타가 이어질 전망이다.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부실 문제·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 최대 관심사

특히 국민의힘은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해당 지자체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에 대한 금융, 발전 등에 대한 총체적 관리 감독 점검이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여기에 정부도 지난 7일 TF를 꾸려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정부의 ‘태양광 사업 광풍 몰이’가 현 정부에서는 ‘태양광 감사 광풍’으로 변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따라서 최근 5년 사이에 태양광 사업 및 관련 금융상품 판매 실적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많은 새만금개발공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도내 일선 시·군, 전북은행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 새만금 국제공항 찬반 논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4일 열리게 될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 국감에서는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에 연루된 정치인 또는 지역 인사들과 문재인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거기에다 지방선거 기간 중 불거진 선거 브로커 사건과 전북도 산하 자원봉사센터의 선거 개입 수사도 쟁점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날 국감에선 새로운 의혹들도 제기될 것으로 보여 남은 전북지역 국감 중 두 기관은 최대 관심 대상으로 꼽힌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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