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북 국정감사 이슈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절 의혹 때문에 논란이 크다" 

"고등학생에 대해선 엄격한 표절의 잣대를 들이대고, 권력자의 부인에 대해선 너그럽다 못해 한없이 관용적인 태도다" 

4일 국회에서 진행된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 그림을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첫날 국감장에서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등을 풍자한 그림을 두고 야권은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지적했고, 여권은 해당 그림에 관한 ‘표절 의혹’으로 맞서며 공방이 오갔다. 해당 만화 작품은 제2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전시된 것으로,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에 검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탑승한 모습 등을 담고 있다. 

문체부 국감 ‘윤석열차’ 만화 둘러싼 날선 공방...여야 전북 간사들 '설전' 

YTN 10월 6일 뉴스 화면(캡처)
YTN 10월 6일 뉴스 화면(캡처)

그러더니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전북지역 현안 실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5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 만화 작품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칠게 이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바람에 이날 기대를 모았던 전북의 중요 현안이 묻혀버렸다. 더구나 문체위 여야 간사가 전북 출신 의원들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았으나 여야 충돌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문체위 간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전주시갑)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전북의 현안으로 꼽히는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건립 사업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 추궁과 답변에 관심이 쏠렸다. 

윤석열 정부의 약속인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사업은 전북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과 함께 윤 대통령의 '전북 7대 공약' 으로 선정된 사업이지만 정부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따라서 이날 국감에서 전북 출신 간사 의원들의 역할에 큰 기대가 모아졌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국정감사 첫날은 고교생이 그린 만화 ‘윤석열차’를 놓고 여야가 ‘표현의 자유’ 공방으로 시작하더니 지역 현안은 끝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은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웹툰 강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 작품을 두고 문체부가 긴급하게 두 차례 협박성 자료를 낸다는 게 어처구니없다”며 “박근혜 블랙리스트가 떠오른다”고 비판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문체부 장관, 지역 현안 대신 만화 해명 '급급'

JTV 2021년 2월 4일 뉴스 화면(캡처)
JTV 2021년 2월 4일 뉴스 화면(캡처)

그러자 국민의힘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중·고등학생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작품은 당연히 빠지는 게 맞다”며 “문체부가 엄중한 조처를 한 건 바람직하고 당연하다”고 맞받았다. 

공방은 이날 국감장에서 내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천시의 지도감독을 받는 기관에 대해 문체부가 과도하게 간섭한 것은 향후 윤 대통령 집권 기간 중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게 표현의 자유 침해고, 문체부가 ‘검열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정부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을 때 민형사 소송과 내사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며 “공모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반격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와 관련 “작품의 내용이나 표현의 자유 제한이 아니다”며 “공모전 주최 측인 만화영상진흥원이 문체부 후원을 받는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 타인의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작품을 결격 사유로 꼽았지만, 실제 공모에서는 결격 사유를 제외한 점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엄중히 경고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사업 공감대 확인 못 해...아쉬움 

그러나 이 때문에 최근 '태권도의 대내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올림픽 종목을 유지하며 글로벌 태권도 인재 양성기관 설립을 하자'는 취지에서 윤 정부가 약속했던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사업의 공감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전북도는 이 사업을 위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4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타당성조사 용역비 3억원을 내년 국비 반영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정부의 태도를 확인하는 자리로 이날 국감을 기대해왔다. 그런데 여야 간사가 전북 출신임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만화 정쟁으로 끝이나 많은 아쉬움과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윤석열차’ 만화 논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전국학생만화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에 제출된 작품 중에 '윤석열차'라는 만화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비롯됐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전국단위 공모전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경기지사가 시상하는 권위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중등부는 카툰과 웹툰, 캐릭터, 고등부는 카툰과 웹툰 부문으로 나눠 작품을 받는데 이번에 논란이 된 작품은 고등부 카툰 부문이었다. 

'윤석열차' 만화, 무슨 내용이기에?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품 '윤석열차'(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품 '윤석열차'(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카툰 부문 고등부 금상을 받은 이 작품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지나가면서 주변 건물을 부수며 철도 위를 달리는 장면이 주된 내용이다. 조종석에는 한 여성이 서 있는데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상되고, 그 뒤 각 열차 칸에는 검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한 손에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작품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학생 공모전 수상작이지만 너무 정치색이 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공모전을 후원한 문체부가 엄중 경고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게 확대됐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이 작품을 놓고 표절과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우며 정치 공방으로 사태가 번졌다. 문체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과 학생공모전에 맞는 작품을 선정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서로 대치 중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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