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 회삿돈 550여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국회의원(무소속·전주을)이 구속 만료일을 2주 앞두고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러나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는 가운데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석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 현실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비난
그의 구속 만료일 전 석방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전북민중행동은 28일 이 의원이 석방되자마자 논평을 내고 "구속 중인 이상직 의원이 6개월 만에 석방됐지만 황당한 점은 이 의원의 구속 만료일이 내달 13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 측에서 보석 신청을 하지 않자 재판부에서 먼저 나서서 '재판부 직권으로 이 의원의 보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북민중행동은 이어 "전주지법 제11형사부는 대체 무엇이 무섭고 두려워 500억 횡령범,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2선 국회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 수석 부본부장을 맡기도 했던 인물인 이 의원은 작년 9월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논란 및 55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이스타항공으로부터 횡령·배임한 혐의로 국회의 체포동의안을 거쳐 구속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꼬리 자르기 식의 행보를 보여줬던 이 의원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비호를 받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또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을 현실에서 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는 봉쇄하고 차단하면서 이재용, 이상직과 같은 재벌 자본가는 또 다시 석방하는 문재인 정권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이상 노동자, 민중 편에 서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전주지법은 무엇이 무섭고 두려워 노동자 민중 삶을 도탄에 빠뜨린 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가?"
그러면서 단체는 "전주지법의 저의는 뻔하다"고 의심했다. "그들 역시 문재인 정부를 위시한 더불어민주당, 재벌 자본가와 한 패"라고 규정한 뒤 "그렇지 않고서야 보석 기한이 2주나 남은 피의자를 지엄한 법관께서 제 발로 보석시켜줄 리가 없다"고 단체는 성토했다.
성명 말미에서 단체는 "우리는 단 한 번도 노동자 민중, 서민이 구속 기한 만료 전 재판부가 직접 보석 결정을 해 밖으로 나온 일을 본 적이 없다"며 "전주지법은 과연 노동자 민중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50분께 전주시 완산구 전주교도소 정문 옆 쪽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이 의원은 교도소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전주시민들에 대한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게다가 이 의원의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구속 기한 6개월 만료일이 다가오자 직권으로 보석 허가를 결정한 것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주시민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교도소에서 사라져... 다음달 연속 재판

지난 4월 28일 구속된 이 의원은 5월 14일 구속기소 됐으며 오는 11월 13일 석방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이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은 11월 3일과 10일에 2번 더 열리며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2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이 의원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스타홀딩스 등 계열사에 저가 매도하는 수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의원과 그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은 약 5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달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에 이어 김재원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태국 소재 회사에 고위 임원으로 취업했었다"면서 "그 자체가 바로 뇌물죄"라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었다.
"대통령 사위, 이상직 회사 취업 자체가 뇌물죄" 주장 이후 어떻게?
김 최고위원은 9월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는 이상직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무렵, 기존에 다니던 게임회사를 사직하고 태국에서 이 의원의 회사(타이이스타)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했다"면서 "뇌물·횡령죄 공범인지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이상직 의원이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자신의 회사에 대통령 사위를 고위 임원으로 채용하고 막대한 연봉을 지급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이 의원이 구속되면서 불사조로 돌아올 거라 말할 때 의아했는데 지금 여러 정황이 나타난다"며 "이 의원이 2018년 3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청와대 임명권이 있는 자리인 중진공 이사장을 지냈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문 대통령 사위 서씨는 게임업체에 근무하다 2018년 3월 이상직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될 무렵 사퇴하고 태국으로 가 타이이스타란 항공사 고위 임원을 지냈다"고 연관성을 강조했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또 "타이이스타는 검찰 수사 결과 이상직 의원이 세운 정황이 확인되고 자금도 이 의원에게서 흘러들어갔고 실제 소유주로 알려졌다"며 "서씨는 사실상 이 의원의 횡령배임 사건에 깊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직 의원이 '나를 건드리지 마라, 당신 사위가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협박한 듯하다"며 "부당한 커넥션과 불법 행위를 밝히지 않으면 검찰이 역사의 죄인이 될 뿐 아니라 직무유기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직-이스타항공 비리' 수사 촉구하던 곽상도 의원 사퇴...남은 재판에 관심
또 이에 앞서 지난 7월 26일 이스타항공 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은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직함은 ‘전무이사’였다”면서 “항공업 경력이 없는 서씨가 어떻게 고위직으로 취업할 수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곽 전 의원은 최근 성남시 대장동 특혜 논란에 휩싸여 의원직을 사퇴했다.
따라서 남은 재판 과정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부에서는 이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 횡령과 배임 혐의 외에도 남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 과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내년에 실시될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의 재판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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