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횡령·배임 혐의’ 이상직 조카, 업무 복귀⋯뒤로 가는 이스타항공" 

"이상직 비호하는 사람, 1심 선고 나오지도 않았는데 출근?...증거 인멸, 증언 왜곡 가능"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상직 무소속 국회의원의 조카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뒤 이스타항공에 출근하면서 따가운 시선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재무팀장 이 모씨는 지난달 12일 전주지법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뒤 지난달 중순부터 이스타항공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출근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내 이스타항공 임시 사무실은 최근 새로운 투자 계약을 체결한 (주)성정과 인수합병(M&A)의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더욱이 이스타항공 본사 해체 후 김유상 대표(관리인) 등 이스타항공 주요 경영진이 업무를 보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배임·횡령으로 구속되더니 다시 재무팀장으로 복귀? 

JTV 2월 7일 보도(화면 캡쳐)
JTV 2월 7일 보도(화면 캡쳐)

그런데 출근하는 이씨는 사실상 재무팀장의 역할을 다시 맡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팀장이었던 그는 이상직 의원에 앞서 지난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지만 최근 보석으로 풀려나 다시 본래 직책으로 복귀해 비난이 거세다. 

구속된 이상직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이씨의 재판이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집중되고 있다. 증거인멸 등으로 이스타항공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씨가 이 의원을 도와 배임·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보석과 출근의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12월께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0만주(약 540억원)를 특정 계열사에 100억여원에 매도, 회사에 약 43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한 뒤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약 6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으며 2015녀부터 2019년 사이에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의 자금 약 38억원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법정에서 다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 

연합뉴스 7월 2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연합뉴스 7월 2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의 친척으로 회사에서 자금 관리를 담당했던 그가 피고인과 증인 등으로서 법정에서 다시 만나야 하는 김유상 관리인과 함께 근무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는 이에 대해 지난달 27일 ‘'횡령 혐의 구속' 이상직 조카, 보석으로 나와 이스타항공 출근’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상직 의원 측근이 다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며 노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상직 의원을 비호하는 사람이 1심 선고가 나지도 않았는데 출근을 한다”며 "증거 인멸과 증언 왜곡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그러나 “㈜성정과 투자 계약을 체결한 이스타항공은 원활한 인수 절차 마무리를 위해 재무팀장으로서 채권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이씨가 업무를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회생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회사 측 입장도 함께 전했다. 

아시아타임즈 7월 29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아시아타임즈 7월 29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와 관련, 아시아타임즈도 지난달 29일 ‘횡령·배임혐의’ 이상직 조카, 업무 복귀⋯뒤로 가는 이스타항공‘의 기사에서 “회사는 조속한 채권 확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회사 일각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며 “문제는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들, 즉 이상직 의원의 사람들로 이스타항공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현재 이스타항공 공동 관리인인 김유상 대표(이상직 의원 전 보좌관 출신)는 (주)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에 중요 직책을 맡고 있고, 최근에는 횡령 배임으로 구속된 뒤 보석으로 풀려난 이 의원의 조카까지 업무에 복귀한 것”이라며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횡령 혐의를 받는 이씨가 복귀한 것을 두고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한 내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깜짝 놀랐다. 회사가 채권에 대해 잘 알아서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이미 채권시부인(채권 보유액을 인정 또는 부인하는 절차)을 한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증거인멸 가능성, 증인의 증언 왜곡할 가능성 농후” 노조 주장 

누구보다 회사 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이상직을 비호하던 자가 1심 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이스타항공에 출근하고, 이상직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관리인 김유상(관리인)은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라며 "이상직의 배임·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자와 증인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면 이는 증거인멸의 가능성과 증인의 증언을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전주MBC 1월 24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1월 24일 보도(화면 캡쳐)

더구나 이스타항공 취업규칙 제 66조(해고) 15항에 따르면 ‘회사의 물품을 절취 횡령하거나 고의로 회사의 재산을 훼손시킨 자는 해고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혐의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팀장으로의 업무 복귀는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우세하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5일 “(주)성정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맺은 뒤 필요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주)성정의 새로운 이스타항공의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들이 시작도 되지 않고 지체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 회생 및 운영과 관련해 ㈜성정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심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주)성정, 이스타항공 투자 의향, 있기는 한가?" 따가운 눈총 

이스타항공 홈페이지 캡쳐.
이스타항공 홈페이지 캡쳐.

노조는 또한 "1,100억여원의 인수대금 전체가 공익채권과 회생채권 변제에 모두 쓰이는 것이 아니라 700억원 가량의 대금만으로 체불임금, 미지급 퇴직금, 회생채권 등을 해결하고 나머지 387억여원은 향후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인수주관 법무법인을 통해 밝혔다"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 모든 부채를 해소하고 새출발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림 컨소시엄이 밝힌 인수대금 전체를 채권 변제를 위해 쓸 것이고 모든 부채를 없앤다는 조건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최종 허가를 내린 회생법원이 광림 컨소시엄의 제안서 내용과 성정의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만일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회생관리인들이 스토킹호스 제도의 약점을 이용해 성정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대변하고 기존 경영진 관리인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 부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성정은 지난 6월 24일 인수대금 약 1,100억원에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서울회생법원에서는 김유상·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과 형동훈 성정 대표, 성정 관계사 대국건설산업의 형남순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수·합병 투자 계약을 체결했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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