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주MBC 8월 11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8월 11일 보도(화면 캡쳐)

"많은 비리 혐의에도 법정에서 저토록 당당하고 뻔뻔함에 놀랍다." 

"지역 국회의원이 자신의 비리로 인한 의정활동 파행에 책임·사과 한마디 없어 놀랍다." 

최근 전주시민들은 '550억원대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이상직(전주을) 의원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구동성으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11일에도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써 두 번째 불출석이다. 이 의원은 이날 "수감 중인 전주교도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닫혀 있어 재판기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불출석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재판 지연 및 불출석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는 이 의원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증인신문 등 예정된 재판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 심리로 이 의원에 대한 속행 공판이 열렸다. 본 재판에 앞서 강 부장판사는 "이상직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며 "형사소송법 277조에 따라 이상직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3명의 증인신문만...비난 자초 

전민일보 8월 12일 6면 기사
전민일보 8월 12일 6면 기사

형사소송법 277조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 자리에 출석한 검사와 변호인들에 "공동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어 오늘 재판은 이상직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것에 이의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검찰과 변호인은 "이의 없다"며 동의했다. 이날 재판은 이스타항공 재무팀 직원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으로만 이뤄졌다.

이 의원은 2015년 11월께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0만주(시가 544억원 상당)를 그룹 내 특정 계열사에 100억여원에 저가 매도함으로써 계열사들에 43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 의원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의 돈 59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변호사 비용과 생활비, 딸이 몰던 포르쉐 임차와 관련한 계약금 및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개인 변호사 비용과 정치자금 등의 용도로 38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또 이 의원이 21대 총선 전 국회의원 신분이 아님에도 당원 협의회 등의 지역 사무실을 운영한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했다. 

불출석 이상직, 재판은 강행…지연 전략 통할까? 

전북CBS노컷뉴스 8월 1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CBS노컷뉴스 8월 1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스타항공에 5백억원대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원이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은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아도 불출석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며 재판을 강행했지만 여전히 책임과 반성은 '나 몰라라' 하는 모습에 따가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연기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의원 측 사선 변호인이 재판 기일 직전 두 차례나 사임했고, 이 의원이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했기 때문이다. 

전북CBS는 이와 관련, “이 의원의 이러한 행동은 이번 배임·횡령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이 의원의 앞선 공직선거법 재판도 맡았고 의원직 당선 무효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관련 기사에서 지적했다. 

"지역 국회의원 의정활동 마비, 결국 시민들 피해" 분노 

그러면서 기사는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은 인용해 "몇 차례 재판 기일을 연기하는 것은 재판부를 바꾸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며 "공직선거법 사건의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내년에 있을 법원 인사에서 교체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또 다른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에 임하는 이 의원이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것 같지 않다"며 "재판부가 오는 11월까지 재판 기일을 정해 놓았지만 지연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김모씨(56,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등 시민들은 이날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과는 달리 너무 당당하고 뻔뻔한 모습에 놀랍다”며 “지역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마비되는 바람에 결국 주민들에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과나 반성의 기미가 없으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사건에 대한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은 오는 11월까지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에는 이 의원의 딸이 증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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