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5월 2일
133주년 세계 노동절이자 근로자의 날인 1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이 지난 1년 간 4명이 사망했음에도 개선 의지와 관리·감독이 모두 부실하다는 지적이 종일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한 해 동안 3건의 중대재해로 4명이 목숨을 잃은 철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과거 적발된 안전 관련 위반사항도 제대로 고치지 않아 전국 노동계는 물론 언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 "세아베스틸 592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태료 3억 8,000만원 부과"

이날 고용노동부는 세아베스틸에 대해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특별감독을 벌인 결과, 모두 59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 중 328건은 형사입건해 사법조치를 내리기로 했으며 나머지 264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약 3억 8,00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전북의소리>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노동계에 의해 수 차례 지적되고 제기돼 온 문제였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근 1년 동안 3건의 중대재해로 4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안전관리가 소홀해서 발생한 사고들이다.
지난해 5월 퇴근하던 노동자가 16톤의 지게차에 부딪혀 숨졌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약 7.5톤의 쇠기둥을 트럭에 싣던 노동자가 쇠기둥과 트럭 적재함에 끼여 사망했다. 이어 올들어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분진 제거작업을 하다 화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던 노동자 2명이 일주일 만에 연달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들은지난 3월 2일 오후 4시 20분께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용광로 냉각 장치를 청소하다가 철강 분진이 쏟아져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업장 사망 사고 잇따라...최근에야 '특별감독' 확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이에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고용노동부는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군산공장에 더해 본사와 창녕공장까지 특별감독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으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감독 결과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12월 중대재해 사후 감독 당시 지적된 기초적인 위반사항들조차 제대로 고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난간 미설치, 안전통로 미확보, 회전부 방호조치 미실시, 비상정지장치 미설치 등이다. 또 지난해 5월 지게차 사고가 있었는데도 일부 구역에서 지게차 운행 구역과 보행 구역을 분리하지 않았다.
심지어 쇠기둥 끼임 사고 이후에도 중량물 취급 작업 시 낙하·협착 예방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위험성평가를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순회점검 등 유해위험방지 업무를 부적절하게 수행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특별안전보건교육과 특수건강진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노동계는 세아베스틸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다발하는 등 중대재해 징후가 잇따랐는데도 정부의 감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세아베스틸은 이번 특별감독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특별감독으로 끝내지 않고, 세아베스틸에 안전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개선 결과를 지속해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사고 재해 비율 전국 평균 훨씬 상회...안전 불감증 심각"

하지만 그동안 세아베스틸 전주공장에서 많은 재해와 사망이 있었음에도 고용노동부와 사법당국이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외면해 왔다는 따가운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달 13일 정의당 이은주(비례대표)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매년 8명씩 모두 24명이 사고로 재해를 입었으며, 이 중 3명은 사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에서 사고로 재해를 입은 노동자 수는 10만 7,214명이며 이 중 874명이 목숨을 잃어 재해자와 재해사망자 사이의 비율이 0.81%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세아베스틸은 12.5%에 이르며 2022년에는 사업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그 중 1명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세아베스틸 재해자로 집계되지 않았다. 이는 전국 평균에 비해서 15~30배 높은 비율이어서 세아베스틸의 산업현장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밝혔다.
"중대재해 2건 발생 불구 감독은 1회 그쳐...은폐 가능성"
특히 공개된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감독은 5회에 그쳤다. 2021년에는 아예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2년에는 중대재해가 2건 발생했지만 감독은 1회에 불과했다. 이에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하인리히의 법칙(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수많은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법칙)에 따르면 중대재해 1건이 발생하려면 경상은 29건, 그것을 예고하는 위험한 사건은 300건 발생해야 한다"며 "이 통계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또 다른 재해 은폐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의 재해 은폐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지만 노동당국은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며 “할 수 없던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당국의 의지 부족은 재해조사 보고서를 감추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힌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는 이은주 의원이 2022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중대재해의 조사보고서를 요구한 데 대해 수사 사항이므로 제출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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