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공장서 분진 제거 작업 하던 50대·30대 노동자 2명 화상으로 사망'
'아파트 공사현장서 철근배근 점검 60대 노동자 추락 사망'
'자동차 부품 공장서 50대 근로자 기계에 눌려 '심정지''
군산지역에서 최근 한달 사이에 발생한 사고들이다. 모두 노동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다 당한 안타까운 사고들이다. '있으나 마나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 때문에 더욱 비등하다.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근로자 기계에 눌려 심정지 사망
27일 오전 10시 36분께 군산시 소룡동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작업 중에 기계에 눌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던 50대 근로자 A씨가 용접 로봇에 가슴 부분을 눌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를 응급처치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 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안전 의무가 적절히 이행됐는지 조사 중"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전 군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1시 5분께 군산시 한 아파트 건설 건축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 B씨가 작업 도중 2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기사]
[군산] 끊이지 않는 노동현장 사망 사고...이번엔 아파트 건설현장서 노동자 추락사
불과 이틀 전 아파트 공사현장 근로자 추락 사망
당시 B씨는 아파트 건축공사 현장에서 3층 바닥의 철근배근 점검을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떨어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해당 아파트 신축 공사는 경일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으로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사고 확인 직후 해당 사업장에 작업 중지 조치를 내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아울러 중대재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이 외에도 군산지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빈번하게 사망 사고가 발생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분진 제거 작업을 하던 50대와 30대 노동자가 안면에 분진이 쏟아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노동부와 경찰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세아베스틸을 입건하고 수사에 나섰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1년새 4명 근로자 사망

노동부와 경찰은 지난 16일 세아베스틸 본사와 군산 공장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는 앞서 지난해에도 2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4일에는 퇴근길에 작업장 인근을 걸어가던 근로자가 운반 중인 철재에 부딪히면서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같은 해 9월 8일에는 하청 근로자가 트럭 위에서 7.5톤 환봉을 트럭에 적재하던 중 환봉과 적재함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근로 감독을 실시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법처리 대상에 해당하는 66건을 검찰에 넘겼으며, 나머지 36건에 대해선 과태료 3,840만원을 부과했다.
이밖에 고용노동부는 세아베스틸 대표이사와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12개 분야에서 안전 조치를 권고하고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는 잇따라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1년 사이 총 102건의 위법 사항이 발견됐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을 수시근로 감독한 결과 사법처리 대상 66건과 과태료 처분 대상 36건의 안전 조치 미비가 적발됐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중대재해 사업장 강력 제재 없이는 노동자들 희생 멈추지 않을 것"
이처럼 군산지역에서 잦은 근로현장의 사망 사고 발생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사업장에 강력한 제재와 예방조치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희생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기업 봐주기에 앞장서 온 그간 행태를 사과하고, 중대재해 사업장에 예외 없이 전면 작업 지 및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있으나 마나 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관련 법을 오히려 완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며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특히 경제계의 요구로 처벌 대신 예방 위주의 법 개정을 추진해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 자체를 후퇴시키는 동시에 그동안 처벌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민노총전북본부) 등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7일 처음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책임자 처벌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동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64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전북에서도 18명이 숨졌지만 전국적으로 기소된 것은 고작 11건, 전북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지난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644명의 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며 ”이런 와중에도 산업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무력화를 주장·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어...왜?

또한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됐지만 단 한 명도 관련법으로 처벌 받은 자가 없고 지난 1년 간 관련법으로 기소된 건은 11건에 불과하다”며 “자본가 단체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안전 체계구축 비용을 투자하고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보다, 처벌 경감 청원과 대표이사 면책을 위한 로펌 자문과 면피용 서류작성에 거액을 쓰고 있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입장은 경영계와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법 시행 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을 위축시키므로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왔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투자 리스크’라며 개정을 시사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북지역 개발 사업에 집중된 관심의 절반이라도 노동자 안전에 신경 썼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업 처벌은 완화하고 노동자 제제와 통제는 강화하는 정부 대책과 경영계의 행태"를 규탄했다. 하지만 노동현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고, 앞으로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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