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영심이 믿고 의지하며 살아오던 어머니 송화자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난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혼자서 생활비를 벌어가며 딸 정자를 데리고 살아갔다.
“영심이 혼자서 어린 딸을 데리고 생활비를 벌기위해 베를 짜보겠다.”는 말을 듣고 마을 아낙들은 “장애인의 몸으로 설마 베를 짤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짜놓은 베를 보고 “조성면에서 생산되는 삼베보다 훨씬 좋다”고 앞 다투어 일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삼으로 만든 실을 살 돈이 없었다. 마을 아낙들이 짜달라고 부탁하는 삼베를 짜주고 수고비를 약간씩 받아 생활비로 썼다.
돈이 조금 모이자 영심은 휠체어를 타고 행랑어멈과 같이 조성장터로 나갔다. 삼을 찐 후에 껍질을 벗겨 한주먹씩 묶어 말려 놓은 품질 좋은 “삼다발”을 싼 가격에 구입해 직접 삼실을 만들었다.
영심은 낮에는 장에서 사가지고 온 삼다발을 “삼톱”을 사용해 겉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그 안에서 나온 부드러운 속살부분을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쪼개 쌓아두었다.
작은 발가락에 끌신을 매달고 “딸각, 딸각” 소리를 내며 잠을 자지 않고...
그 다음에 장애인이기에 다리가 발달되지 않아 어린이의 다리만큼 밖에 되지 않은 가느다란 다리위에 쪼개놓은 삼실을 올려놓았다. 양끝에 삼풀을 사용해 풀칠을 한 후, 손으로 밀어서 한 가닥 한 가닥 연결한 다음에 꾸리에 감아서 보관해 놓았다.
밤이 되면 꾸리에 감은 삼실을 베틀 옆에 두고 베틀로 기어올랐다. 작은 발가락에 끌신을 매달고 “딸각, 딸각”하는 소리를 내며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베를 짰다.
매일 밤 동네아낙들은 영심이 베를 짜는 신기한 모습을 보려고 모여들었다. 동네 사랑방처럼 하루 종일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며 놀았다. 영심은 고구마를 대접했다.
한동안 베를 짜자 영심은 눈을 감고도 베를 짤 수 있게 되었다. 마을 아낙들과 재미있게 얘기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힘들지 않게 베를 짜냈다. 완성된 베의 실이 가늘고 바닥이 고르게 짜여 빛이 나자 모두 “직녀가 환생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조성장터에 삼베를 사러온 전국을 누비는 상인들 귀에도 들어갔다. 영심의 집에 와서 베짜는 모습을 보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상인들이 영심이 짜놓은 삼베를 보고 전국에서 가장 좋은 삼베라고 평가하였다. 서로 사겠다고 다투며 “다른 사람 보다 더 높은 가격을 쳐 주겠다”고 제안했다.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가격이 높아졌는데도 순식간에 만들어 놓은 삼베가 모두 팔려버렸다. 다음에 사러오겠다고 예약까지 하는 덕택에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품질 좋은 삼베를 구입하려 모여들어...영심, 돈 많이 벌어
돈이 조금 모이게 되자 영심은 집을 한 채 사가지고 동네 아낙들을 모았다. 삼을 베어 말려 놓은 거친 삼을 사가지고 삼실을 만드는 전 과정을 분업으로 하게 했다.
또한 삼베를 사러온 전국 상인들도 행랑방에서 묵고 갈수 있도록 배려하고, 식사는 공짜로 대접해 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품질 좋은 삼베를 구입하려 모여들었다.
영심은 돈을 많이 벌었다. 아예 밭을 사서 삼을 재배해 품질 높은 삼베를 만들어 팔려고 했다. 삼배를 생산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삼을 재배하는 곳으로 견학을 갔다.
삼베짜는 일을 도와줄 아낙들, 행랑어멈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봉두산 밑에 있는 많은 삼이 자라고 있는 삼밭으로 갔다. 삼을 키우던 아저씨가 나와서 “삼베는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해온 섬유로 널리 알려져 왔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물에 대한 강도가 좋으며 옷감의 수명이 길어 일찍부터 옷감의 소재로 널리 사용해온 친숙한 옷감이다.”하며 재배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주었다.
덕촌 부락에서는 삼의씨앗을 대마라고 불렀다. 보통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사이에 물 빠짐이 좋은 이랑위에 파종을 시작했다. 7월 초순경에 삼의 잎이 누렇게 되고 먼저 난 잎이 떨어져 버려 위에 있는 잎만 남으면 낫으로 밑 둥을 베어 수확했다.
그리고 삼은 병충해에 강해 별로 가꾸어 주지 않아도 잘 자라므로 가꾸는데 인부들을 투입하거나 비료를 줄 필요가 없어, 투입비용이 적어지므로 이익이 많이 났다.
이어서 삼베를 생산하는 순서는 “대마수확 – 삼 찌기 – 쩌낸삼 말리기 – 껍질 벗기기 – 껍질 훑어내기 – 계추리 바래기 – 삼 째기 – 삼 삼기 – 베날기 – 베 매기 – 베 짜기 – 빨래 – 상 괴내기” 라 하며, 작업의 전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삼을 찔 때에는 상주나 여자 등은 부정을 탄다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첫 번째, 삼찌기는 삼을 수확한 뒤에 삼을 단으로 묶은 채로 삼굿가마(삼을 찌는 솥)에 넣고 쪄, 삼껍질이 물러져서 삼대(겨릅대라 한다)에서 삼 껍질이 쉽게 벗겨지게 한다. 삼을 찌는 것이 베 생산의 가장 중요한 일이므로 “삼을 찔 때에는 상주나 여자 등은 부정을 탄다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다 쪄진 삼은 삼굿에서 꺼낸 후, 단을 풀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말린다. 쪄낸 삼이 마르기전에 비를 맞으면 물러서 상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날 삼을 쪄가지고 바로 말려야 한다. 햇볕에 삼 껍질이 바싹 마르면 세 번째 작업인 삼 껍질 벗기기를 한다. 삼 껍질은 물에 3-4시간쯤 담가 불린 후 벗기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 작업인 껍질 훑어내기는 벗겨낸 껍질에서 맨 위의 껍질을 훑어낸다. 이 과정은 안동포 길쌈에만 사용하고, 다른 지방은 잿물을 이용해 익히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겉껍질을 훑어 낼 때에는 나무토막에 놋쇠날이 박힌 삼톱을 사용한다. 안동지방은 겉껍질을 훑어낸 속껍질을 계추리(제추리)라 부른다.
다섯 번째, 겉껍질을 훑어버리고 남은 속껍질을 삼의 뿌리 쪽을 위로해서 모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일주일 정도 널어서 바라게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햇빛을 이용한 표백작용으로 볕에 오래 잘 바랠수록 삼베색이 곱고 더 질겨지기 때문이다.(계속)
/이용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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