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영심은 불구의 몸이어서 장지로 따라가지 못하고 슬픈 마음을 가눌 길 없어, 하늘에 떠가는 뭉개구름을 쳐다보며 빈소 마루에 앉아 상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담장아래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포도'란 시를 읊었다.
포도
깡마른 몸매에
알알이 자식을 매달고
바람이 불면 떨어질까
폭우가 몰아치면 다칠까
검은 치마저고리 벗어서
하나하나 덮어주고
밤새워 노심초사하는
내 어머니를 닮은 포도
막막한 바다 위에 홀로 남겨진 선원처럼, 영심은 어린 딸을 데리고 불구의 몸으로...
송화자가 세상을 떠난 후, 장남은 불구의 몸으로 어린 딸을 데리고 어렵게 살아가는 동생의 어려운 실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빚을 갚겠다”고 집을 팔아버렸다.
영심은 오 갈 곳이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어린 딸을 데리고, 이웃에 있는 남의 집 방 한 칸을 빌려 베를 짜며 혼자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막막한 바다 위에 홀로 남겨진 난파선에 타고 있는 선원처럼, 영심은 어린 딸을 데리고 불구의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 잠에 빠져 들었다.
꿈속에서 오색무지개를 뿌리며 관세음보살이 다가와서 영심에게 “전생의 죄가 많아 업보를 갚느라고 고생이 많다. 너는 전생에 직녀를 도와 베를 짜던 선녀였으니, 베를 짜서 팔면 딸과 함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사실 영심은 하체가 마비되어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짤 수가 없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전날 밤에 관세음보살의 희망적인 말씀도 있어 베를 짜기로 하였다.
좁은 방 한쪽구석에 베틀을 가져다 놓고, 허리를 지지해줄 지지대를 만들어 몸을 의지해가며 간신히 앉아서 고통을 참아가며 끌신을 발가락에 묶고 베를 짜나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보고 돈을 벌어본 영심
영심이 처음으로 베를 짜보았는데, 마을사람들 “마치 직녀가 짠 것처럼 품질이 높다”고 칭찬하며, 다른 사람보다 비싼 값을 치러주고 서로 사겠다고 선금을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보고 돈을 벌어본 영심은 신이 나서 아기 '정자'는 행낭어멈에게 맡겨놓고 밤낮없이 삼베를 짜기시작 했다.
삼의 씨앗을 대마라고 하는데, 보통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사이에 이랑을 만들어 물빠짐이 좋게 한후에 파종하여 7월 초순경에 삼의 잎이 누렇게 되고 먼저 난 잎이 떨어지고 위에 있는 잎만 남으면 수확을 했다.
삼베를 만들 때에는 먼저 삼을 심어 수확을 해가지고, 삼굿(삼을 찌는 가마)을 만들어 통속에 물과 삼을 넣은 후 흙으로 덮고 불을 때서 삼찌기를 한다.
삼이 모두 쪄지면 꺼내서 단을 풀어 헤친후에 햇빛이 잘드는 곳에서 말린후, 마른 삼을 3시간쯤 물에 담구어 불린 후, 나무토막에 놋쇠날이 박힌 삼톱을 사용해 겉껍질을 훑어내는 삼껍질 벗기기를 하고, 그 다음에 햇빛을 이용해 표백을 시켜 색을 곱게 하고 질겨지게하는 계추리 바래기(삼의 머리를 한 움큼씩 묶은후에 장대에 말리기)를 한 후, 아낙네들이 모여 앉자 손으로 삼째기를 한 후에, 손과 무릎을 사용해 삼의 올을 손으로 연결해 긴 실을 만들어 꾸리에 감아두고 북에 넣어 베틀에 앉자서 씨실과 날실을 엮어서 베를 짰다.
무명베를 짜는 방법은 제일 먼저 목화를 따서 씨아로 씨를빼고, 다음에 솜을 고치지어 물레로 실을 뽑는다,마지막으로 베틀에 앉자 씨실과 날실을 엮어서 베를 짰다.
입술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갈라지고, 허벅지가 헤지는 작업
베짜기를 완성하면 구매자가 원하는 데로 쪽을 이용해 물을 들여 푸른색의 천을 만들거나, 홍화를 이용해 붉은색 천을 만들거나, 치자로 노란색의 천을 만들었다.
쐐기풀과의 다년생 식물인 모시풀을 키워 수확한 후에 겉껍질 훑기, 태모시 만들기, 모시 삼기, 모시 날기, 바디 쓰기, 모시 매기, 모시 짜기 등의 복잡다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이런 작업은 서민 아낙네들의 입술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갈라지고, 허벅지가 헤지는 인고의 삶이 응축돼 있고 일평생을 감내 해야 하는 고통스런 작업이었다.
요즈음도 사용하고 있는 “이골이 난다”는 말이 이렇게 힘든 모시베 짜기에서 나왔는데, 이 말은 “아주 길이 잘 들어서 몸에 푹 벤 버릇”을 뜻하며, 어떤 일이나 방면에 아주 익숙해 졌다는 의미로서 “아낙네들이 모시째기를 이빨로 물어서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이빨에 골이 생겨 그 이후부터는 그 골로 쉽게 모시를 쨀 수 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계속)
/이용이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