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삼을 재배하는 아저씨는 삼을 생산할 때 삼베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주의해야할 삼가마 만들기, 삼찌기 등 작업과정을 현지로 안내하며 설명해 주었다.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고, 소홀하기 쉬운 내용이라고 하면서 영심과 같이 배우러온 아낙들에게 공책에 하나하나 적어가며 꼭 실천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다.

먼저 삼단은 가마솥위에 나뭇가지를 걸치고 위에 쌓는다. 삼단이 길어 솥 밖으로 삼들이 삐져나오지만 비스듬한 경사 때문에 솥 밖에 쌓인 삼단에도 수증기가 간다. 삼단을 모두 쌓은 다음에는 그 위에 풀과 거적을 덮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수증기가 옆으로 새지 않도록 하고 굴뚝은 가마솥 옆으로 만들어 불이 잘 피워지게 한다.

삼가마의 뒤쪽을 약간 높게 해서 솥에서 발생된 수증기가 삼단 사이를 잘 통과하도록 만들고, 가마 꼬리 부분에는 찌고 난 증기가 잘 배출되도록 흙을 덮지 않는다. 가마솥에 부은 물이 부족해지면 옆으로 물을 계속 공급하며 밤을 새워 불을 때 주어야 하고, 충분히 삼단이 쪄지면 가마가 식을 때까지 한나절을 더 두어야 익는다.

“한번 심으면 10년 이상 수확할 수 있고, 따뜻한 지방에서는 1년에 3회 수확..." 

더 이상 김이 오르지 않으면 흙과 거적, 풀을 걷어내고 좀 더 식힌다. 식은 후 쪄진 삼단을 지게에 지고 마을 뒤로 흐르는 도랑으로 가져가서 물속에 담궈 식힌다. 하루 정도 물에 불린 삼단은 풀어헤쳐가지고 식구들이 모여 삼 껍질을 벗겨내어, 재를 걸러 낸 잿물에 담궈 두었다가 방망이로 살살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다음에 깨끗이 빨아 잿물을 제거하고 햇빛에 말려 광이나 추녀아래 두고 잘 보관해 주어야 한다는 설명을 모두 들은 후, 행랑어멈과 함께 영심은 집으로 돌아왔다.

영심은 모시베도 만들어 팔기위해 마을 아낙들과 함께 모시를 재배하는 아저씨로부터 모시재배법 및 모시베 생산 방법에 대해 배우러 갔다. 모시베는 쐐기풀과의 다년생 식물인 모시풀을 키워서 만들었다. 보통 씨앗을 뿌리지 않고 묘목을 키워서 재배했다. 흡지를 4치정도 잘라서 모종으로 쓰거나, 세절 흡지를 2치정도로 잘라서 모판에서 키워서 모종으로 썼다. “줄기를 잘라서 꺾꽂이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온난하고 습윤한 곳을 골라 심어야 잘 자란다. 모종을 한번 심어두면 땅속줄기가 자라나 해마다 새 그루가 나온다. “한번 심으면 10년 이상 수확할 수 있고, 따뜻한 지방에서는 1년에 3회, 열대에서는 6회 정도 수확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재배하여 수확한 모시는 겉껍질을 훑어내고 벗겨내어 태모시 만든다. 다음에 하루쯤 물에 담가서 말린 후 다시 물에 적셔서 실의 올을 하나하나 쪼개는 모시째기를 하고, 쪼갠 모시 올을 하나하나 이어서 실을 만드는 모시삼기를 한다. 모시삼기의 과정에서 실의 균일도가 결정되어 베의 품질을 결정하게 되므로 정성껏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실을 체안에 일정한 크기로 서려담아 노끈으로 열십자로 묶어 모시굿을 만든다. 모시날기는 실의 굵기에 의해 한 폭에 몇 올이 들어갈지를 결정하는 것이고, 모시매기인 풀먹이기 과정을 거친 후 베틀을 이용해 모시베를 짠다.

마지막으로, 생산된 모시베를 물에 적셔가면서 햇빛에 여러 번 말려서 모시표백을 해 주면, 백저포 인 흰 모시베가 만들어진다. 모시베는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많은 어려운 작업과정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린 아이들은 목화솜이 차지 않은 어린 다래를 따서 간식거리로... 

다음으로 목화를 재배해서 무명베와 솜을 생산하여 판매하기로 했다. 부락의 아낙들과 함께 봉두산 밑에 있는 목화재배 및 생산 농가를 찾아가 설명을 듣고 배웠다.

무명베를 짜는 목화씨는 고려 때 원나라에 서장관으로 갔던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목화를 재배하여 따뜻한 솜옷을 만들어 입고,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는 것을 보았다. 이 모습을 보고 겨울에도 삼베나 모시베 옷을 입고 추위에 떨면서 겨울을 지내는 우리나라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싶어 “붓대롱 속에 씨앗을 숨겨 들여왔다”고 옛날이야기로 내려오며, 힘들게 살아오던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해주었다.

문익점은 고향인 단성마을(지금의 경상남도 산청)에서 장인 정천익과 함께 각고의 노력 끝에 목화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 정천익은 “원나라 승려 홍원에게 직조법을 익혀, 목화의 실로 면을 짜면서 목면이 전국에 보급되기에 이르렀다”했다.

목화의 재배는 5월 상순경에 둑을 만들어 그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4개정도의 종자를 넣어 3센티미터 정도로 덮어놓으면 7일후에 어린 싹들이 나온다. 싹이 튼 후에 한 구덩이에 좋은 싹 1개만 남겨 기르면 7월 초순경에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고, 그 후 한 달이 지나면 백색, 백황색, 홍색 등 꽃이 핀다고 하였다.

꽃이 핀 후에 수정이 되면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이 열매를 다래라 하며 4센티미터 정도의 구형 또는 장란형의 모양에 끝은 뾰쪽하게 생겼다. 그 당시는 배고픈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들은 목화솜이 차지 않은 어린 다래를 따서 간식거리로 먹었다.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워 주인 몰래 따먹는 경우가 많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 송화자가 보고 싶어 봉두산 묘지에 들러 

목화송이가 만개하면, 다래가 벌어진 것부터 차례로 수확하여, 된서리가 오기 전까지 자연적으로 개서된 다래에서 목화솜속의 티끌을 골라내고 목화솜을 간추려낸다. 수확한 목화솜은 꼼꼼하게 하나하나 티끌을 골라내고 햇볕에 3일정도 말려야 한다.

잘 건조되면 조면기에 넣어 종실과 솜을 분리시킨다. 이렇게 나온 목화솜을 타면기에 넣으면 타면기에서 솜을 부드럽게 부풀리고 서로 엉켜 붙게 하여 솜뭉치를 만든다. “솜뭉치는 적당한 크기로 판매하거나 가정의 이불솜, 길쌈용으로 쓴다.” 했다.

무명베를 짜는 방법은 제일 먼저 목화를 따서 씨아로 씨를 빼고, 다음에 솜을 고치지어 물레로 실을 뽑는다. 마지막에 베틀에 앉아 씨실과 날실을 엮어 베를 짰다. 베짜기가 끝나면 구매자가 주문하는 대로 쪽을 이용해 푸른색 천을 만들거나, 홍화를 이용해 붉은색 천을 만들거나, 치자로 노란색 천을 만들어 판매한다. 하였다.

목화재배법과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견학을 마치고 나서 중개인 아저씨를 만났다. 삼, 모시, 목화 등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좋은 밭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고 부탁 해놓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 송화자가 보고 싶어, 봉두산 밑에 있는 묘지에 들러 인사드리려고 행랑어멈과 함께 발길을 옮겼다.(계속) 

/이용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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