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햇볕 있으면 풀이 너무 빨리 말라...흐린 날 골라 베를 매어야
여섯 번째, 삼 째기 작업은 볕에 바랜 계추리로 삼가리를 만들고 물에 적셔 마른 수건으로 다독인 다음 머리 쪽부터 손톱으로 가늘게 짼다. 먼저 물에 적신 삼을 감아 동그랗게 삼가리(또는 가리)를 만들어둔다.
쨀 때에는 짜고자하는 베의 세수에 맞추어 굵기를 조절해야 한다. 다 째고 난 뒤에 삼의 머리 부분을 묶어 톱으로 훑어 주어 (톱아 준다고 부른다) 머리 부분의 올이 가늘고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일곱 번째, 삼을 가늘게 째서 만들어 놓은 삼의 올을 하나하나 손으로 연결해서 긴 올로 만드는 삼 삼기 작업이다. 다른 지방에서 올의 끝과 끝만을 비벼 연결한 뒤에 물레에서 자아 실을 꼬는 삼베길쌈을 한다. 그러나 안동지방의 생냉이 길쌈에서는 실 꼬는 일을 사람의 손과 무릎으로만 해서 길쌈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여덟 번째, 베날기는 삼을 다 삼은 뒤에 씨올은 바로 '꾸리'에 감지만 '날올'은 날아야 한다. “난다”는 것은 정해진 길이와 새에 따라 올 수를 정해 날 올을 조직하는 것을 말한다. 열 올씩 여덟 번을 반복해서 조직하면 한 새, 즉 80올이 된다. 새가 많을수록 올 수가 많아지고 올의 굵기는 가늘어져서 짜내는 베는 고와진다.
아홉 번째, 날 올의 표면에 풀을 먹이는 베매기를 한다. 전통 길쌈에서는 반드시 날 올의 표면에 풀을 먹여 베를 짠다. 이는 습기를 흡수하여 올이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과 보푸라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한 방법이다. 햇볕이 있으면 풀이 너무 빨리 말라 고루 풀을 먹이기 어려우므로 흐린 날을 골라서 베를 매어야 한다.
열 번째, 날실에 감겨있는 도투마리를 베틀에 올려놓고 베를 짠다. 베를 짤 때에는 대나무를 잘라서 촘촘하게 만든 날실이 꿰어지는 틀(바디)을 칠 때마다, 헝겊을 서너 오리 잘라서 물을 적셔주는 연장(저질개)으로 날실위에 물을 발라 주어야 한다.
씨앗 모아오면 포상금 주는 정책...봉두산도 씨앗이 뿌려져
그리고 오른손에 잡고 있던 북을 재빨리 날실 사이에 넣고 왼손으로 그 북을 받은 후, 북에서 빠져나온 씨실을 팽팽하게 쳐주면 한 올이 짜여 지고 결이 단단해진다.
열한 번째, 베짜기를 모두 마친 완성된 베를 베틀에서 내려놓은 베는, 맬 때에 먹여놓은 풀 때문에 뻣뻣하고 불순물이 많이 묻어 있으므로 한번 물빨래를 해준다. 빨래를 할 때에는 물에 담가 비누질을 하지 않고 그냥 두들겨 빨고, 바싹하게 말리지 않고 약간 축축할 정도로 마르면 곱게 접은 후에 발로 밟아 잘 펴주어야 한다.
열두 번째, 마지막으로 벼의 빛깔을 곱게하고 감촉을 부드럽게 하려고 표백을 하는 “상 괴내기”과정을 거친다. “빛을 낸다.” “색을 낸다.”라고도 하며 양잿물 또는 잿물로 표백을 하고 치자물로 색을 낸다. 막 짜여 베틀에서 내려온 베는 빛깔이 검붉은 편인데 상 괴를 마치면 붉은 빛이 가시고 연한 노란색을 띠어 예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많은 소나무가 베어졌다. 그리고 1950년 새벽에 북한 공산군이 기습적으로 38선 전역에 걸쳐 기습 남침, 6.25전쟁으로 인한 폭격과 화재 등으로 봉두산 나무가 거의 없어져서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다. 1960년대부터 정부에서 학생들에게 아까시나무 씨앗을 받아오게 했다. 씨앗을 모아오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으로 씨앗을 모아 전국의 황폐화된 산에 뿌렸다. 봉두산도 씨앗이 뿌려졌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이라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로 공중에 있는 질소성분을 땅속에 저장, 산을 기름지게 만들어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게 도움을 주었다.
그토록 간절히 살기를 원하기에 차마 불을 피우는 장작으로 화형을...
그 뿐만 아니라 생명력이 강해 베어도베어도 잘 자랐다. 마을사람들에게 땔감과 장작을 제공하고, 목재는 잘 썩지 않고 가벼워서 의자, 탁자 등 가구제작에 쓰였다. 삼가마 아궁이에는 하루 종일 불을 때야 했다. 마을사람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아까시나무 잔가지는 불쏘시게로 사용하고, 커다란 줄기는 잘라 장작을 만들었다.
지름이 1자가 넘는 아까시나무 장작은 덜 말랐더라도 불이 잘 붙었다. 한번 불이 붙으면 센 화력을 자랑하며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불이타 땔감으로 사용했다. 삼을 찌는 삼가마 앞에 불을 때려고 아까시나무를 베어다 50센티미터 정도 길이로 잘라 놓은 아까시나무 줄기에서 새 가지가 나오고 초록색 잎이 매달려 있었다.
영심은 초록색 잎을 보면서 '나무 밑둥이 도끼에 찍혀나가고 줄기는 톱으로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으며, 자신처럼 피를 말리는 모진 고통을 받아온 것'이 느껴졌다.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며 떨어지는 비 한 방울에 생명을 이어온 가여운 아까시나무 줄기도 살아남으면, 커다란 나무로 무성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아 버릴 수 없었다.
그토록 간절히 살기를 원하기에 차마 불을 피우는 장작으로 화형을 시켜 버릴 수 없었다. 집 담장 밑에 심어주려고 싹이 자라고 있는 줄기를 찾아 휠체어에 실으며, 끈질긴 생명력을 찬양하는 “아까시 사랑”이란 시를 지어 마음속으로 읊어주었다.
'아까시 사랑'
그대 향한 그리움
순백의 꽃으로 알알이 피어나
모진 고통을 참아가며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그대 향한 향기
고혹적으로 코 끝에 맴돌아
추억을 일깨워주는
벌꿀이 되어 흘러내리며
그대 향한 사랑
변함없이 나를 감싸주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끝없이 헤쳐나가네(계속)
/이용이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