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6·1 지방선거가 끝난지 1년이 지났지만 일부 단체장들은 여전히 선거법 위반 혐의의 '무거운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14개 시·군 중 군산, 익산, 남원, 정읍 등 4개 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에 전북교육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역시 법정에 섰다.
전북지역에선 모두 5명이 선거법 관련 법정 다툼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전관 변호인'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방선거 이후 법정에 선 도내 단체장들과 교육감의 판결 진행 상황을 짚어본다.
#정헌율 익산시장 2심까지 ‘무죄’...가장 빨리 ‘웃음’
기소된 5명 중 2심까지 가장 빠르게 '무죄'로 혐의를 벗은 단체장은 정헌율 익산시장이다. 6·1 지방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정 시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5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헌율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2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시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월 10일 정 시장을 기소한 검찰이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정 시장이) 토론회의 주제 또는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 시장은 지난해 5월 24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6·1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임형택 전 익산시의원의 질문에 대해 "민간공원 특례사업 협약서 등에 '초과수익 환수규정'이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정 시장은 "민간특례사업 협약서에 수도산은 5%, 마동은 3% 정도로 수익률이 제한돼 있고, 그 수익률을 넘게 되면 환수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전관 예우’ 논란 최경식 남원시장, 1·2심 80만원 선고...시장직 유지
다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학력 기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최경식 남원시장이 1심과 2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역시 시장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그동안 진행돼 온 수사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최 시장은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학점 이수를 통해 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는데도 보도자료 등에 학력을 '한양대학교 경영학 학사'로 표기한 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만,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취득한 소방학 박사 학력을 '행정학 박사', '소방행정학 박사'로 표기한 혐의는 인정돼 기소 처분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지만 역시 벌금 100만을 넘지 않아 큰 불은 모두 껐다.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다”
이처럼 최 시장은 2건의 허위 학력 기재 혐의 중 1건은 기소, 1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과정에서 ‘전관 예우’ 논란을 일으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강동원 전 국회의원 등 남원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원시민은 검찰의 최경식 시장 허위 학력 불기소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며 "항고 이유서를 충분히 재심해 엄중하게 기소 처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불기소 처분 이유는 검찰의 자의적인 법리 해석일 뿐"이라며 "공직선거법보다 검사의 법리 해석이 우선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뒤 “최 시장의 '한양대 경영학 학사' 부분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전관 예우”라고 주장해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남원 출신인 조남관 변호사는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다"며 "유명한 로펌에서조차 이 사건을 어렵다고 했는데 불기소가 나왔기 때문에 전관 예우라는 얘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학원(박사) 허위 학력 기재 혐의로 기소된 최 시장의 1심 재판을 앞두고 변론을 맡았던 대검 차장검사 출신 조남관 변호사(57·사법연수원 24기)가 사임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조 변호사가 사임한 날은 6·1 지방선거에서 남원시장 후보로 출마한 강동원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남원시민 30여명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관 예우’ 의혹을 제기한 날이어서 더욱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조 변호사가 당초 검찰 수사 단계까지만 변론을 맡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조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7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이 최 시장의 '한양대 허위 학력 혐의' 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때는 이로부터 11일 뒤였다”는 지적과 함께 ‘전관 예우’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외에도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지난해 11월 2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받아온 최 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지방선거 기간 최 시장은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였던 강동원 무소속 후보가 "20년간 중앙당에서 근무했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20여 년간 정치 활동을 해왔다"고 답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아 왔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김학의 변호사 선임 논란’ 강임준 군산시장 1심 ‘무죄’
또한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종식 전 전북도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회유한 혐의로 기소된 강임준 군산시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지난 5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매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종식의 진술은 현금 수수 전후의 경위 및 수수의 방법 등 중요 부분에 관해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없고,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경선에서 낙선한 이유가 강임준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이에 대한 배신감으로 허위진술을 할 동기와 이유도 있다"며 "나머지 증거들 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종식 전 전북도의원과 유선우 전 군산시의원에게도 무죄, 전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이사 서모 씨 등 강 시장 측근 2명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강 시장은 지난해 4월 2일과 23일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선거를 도와달라는 목적으로 김 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4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항소심에서 징역 1년 구형” 요구...2심 결과 ‘주목’
그러나 검찰은 이달 25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공직선거법상 매수 혐의를 받는 강임준 군산시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할 것을 법원에 요구했다. 또 강 시장과 공모해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유선우 전 군산시의원에게는 벌금 300만원, 금품을 받은 김종식 전 도의원에게는 벌금 100만원과 400만원의 추징금을 각각 구형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의 폭로를 회유하려 한 서모 전 군산시민발전 대표이사 등 2명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전관 예우 논란이 남원에 이어 군산지역에서도 확산됐다. 강임준 시장이 선임한 변호사가 '별장 성접대 추문 의혹 사건'으로 잘 알려진 김학의 변호사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변호사 선임 의도를 해명할 것'과 '변호사 선임 비용 출처 내역을 공개할 것' 등을 촉구해 시선을 끌었다. 군산발전시민연대는 지난 1월 10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앞에서 “6·1 지방선거 당시 김종식 전 전북도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측근들을 통해 회유한 혐의로 기소된 강임준 시장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상식을 벗어난 변호인단 구성으로 시민사회는 경악과 동시에 큰 충격에 빠졌다"며 "강 시장은 첫 공판에서 고액의 선임비가 예상되는 김학의 변호사와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는 "강 시장이 선임한 김학의 변호사는 '별장 성접대 추문 의혹 사건'으로 전대미문의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강 시장은 김학의 변호사를 선임한 의도를 해명하고, 변호사 선임 비용과 비용 출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학의 변호사 등 강 시장 측 변호인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첫 재판 이후 법원에 사임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정읍시장 1심 1,000만원 선고...가장 느리게 재판
이밖에 전북지역 단체장들 중 선거법 위반 혐의로 가장 느리게 재판을 받고 있는 이학수 정읍시장은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7월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5월 26일 라디오와 TV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김민영 후보에 대해 "구절초축제위원장과 산림조합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절초 공원 인근에 자그마치 16만 7,000㎡의 땅을 샀다. 군데 군데 알박기가 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시장은 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을 잃게 된다.
#‘호화 변호인단’ 서거석 전북교육감, 1심 ‘무죄’
이밖에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25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행 피해 당사자로 지목된 이귀재 교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고, 폭행 사실을 증명할 만한 증거 또한 없다“고 판시했다. 서 교육감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방송 토론회나 SNS 등에서 "어떤 폭력도 없었다"고 밝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선거 기간 내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 서 교육감의 동료교수 폭행 의혹은 문제 제기 후 1년 4개월, 기소 후 9개월여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판결이 났으나 여전히 의구심이 많이 남는 사건이다.
재판부 ”이귀재 폭행 입증되지 않은 만큼, 서 교육감 발언 거짓인지 여부도 증명할 수 없다“
특히 기소 9개월 만에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총장 선거에 나선 이귀재 교수가 서 교육감의 지지를 받으려 진술을 번복했다“며 초기 진술(맞았다는 주장)에 무게를 뒀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형사소송 원칙상 법정 진술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뺨을 맞았다는 첫 진술도 일관되지 않고, 회식 자리에 있던 교수들의 증언과도 배치돼 이 교수의 초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재판부는 ”이 교수의 진료 기록 역시 폭행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교수가 대학 진상조사를 거부한 점 등을 종합해 검찰 증거만으로는 폭행이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폭행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서 교육감 발언이 거짓인지 여부도 증명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검찰 항소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서 교육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변론했던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과 고승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 '전관 변호사'들을 재판을 이틀 앞두고 선임해 ‘호화 전관 변호인단’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서 교육감은 1심 첫 공판 직전인 지난 1월, 2020년 전주지방법원장으로 퇴직한 한 변호사와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고 변호사 등 이른바 '전관 변호인‘들을 선임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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