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6·1 지방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기소되고, 우범기 전주시장은 불기소되는 엇갈린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너무 짧은 공소시효 기간의 한계와 문제점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로부터 고발을 당해 경찰 수사가 이뤄졌으나 '늑장 수사'와 '몸통 봐주기 수사'란 비난을 받은 '선거 브로커 개입 의혹 사건'의 우 시장의 경우 공소시효가 거의 임박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거세다.
"공소시효 만료 시점에 민간인 신분으로는 항고조차 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현행법상 항고 제도의 문제점이 많다"는 불만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정된 짧은 공소시효를 빌미로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부실 수사, 꼬리 자르기식 수사란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 교육감·단체장 8명 지방선거 관련 수사...공소시효 만료 임박, 엇갈린 정치 운명
26일 전주지검 및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북에서는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와 금품 선거 등의 혐의로 7명의 시장·군수와 1명의 교육감 등 8명이 선거 이후 수사를 받아왔다. 이들 중 단체장 5명과 교육감 1명 등 6명이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엇갈린 정치 운명을 공소시효 만료 시점에서 잇따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동료 교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공소시효 만료 6일 전인 25일 기소됐다. 앞서 최경식 남원시장은 학력 허위 기재 혐의로, 강임준 군산시장과 정헌율 익산시장은 금품 선거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수사를 받아 온 8명 중 4명은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외에 우범기 전주시장, 이학수 정읍시장, 최영일 순창군수 역시 방송 토론이나 보도자료 등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 또는 유포한 혐의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오다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우 시장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지난 24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따라서 우 시장을 제외한 송치된 2명의 단체장이 추가 기소될 경우 전북지역에선 6·1 지방선거와 관련 5명의 단체장과 1명의 교육감 등 모두 6명이 기소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반면,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아 온 황인홍 무주군수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섭덕섭 고창군수도 앞서 불송치 결정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짐을 내려놓게 됐다.
하지만 전북지역에선 지난 지방선거 기간 선거 브로커 사건과 전북도 산하 기관인 자원봉사센터의 관권 선거 개입 사건, 여론조사를 이용한 여론 조작 사건 등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수사 결과는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거사범 수사 공소시효 6개월 ‘빠듯’...정치인들에 '면죄부'

문제는 지방선거의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선거 다음날로부터 60일인 12월 1일까지 제한돼 정작 단체장이나 후보가 수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졸속 처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짧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수사의 신속성만 내세우고 정작 정치인 등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8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7월 5일 지방선거 기간 내내 지역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선거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브로커로 지목된 당사자 2명과 건설(개발)업체 3곳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이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과 함께 고발된 우범기 전주시장의 검찰 무혐의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드세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 브로커‘ 연루 의혹을 부인,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우 시장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데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항고를 시도했지만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이뤄진 처분 때문에 그나마 항고조자 어려운 처지임을 호소하고 있다.
”후보자가 아닌 고발인에게는 재정신청권 주지 아니한다“ 판시

이문옥 전주시민회 대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하려고 했으나 항고 시점과 공소시효 만료 시점이 맞물려 효과가 없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해석“이라며 ”공소시효가 멈추는 재정신청을 하려면 일반 고발인이 아니라 선거 시 기호를 부여 받은 후보자나 정당이 고발인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2월 26일 ’공직선거법 제273조 위헌소원‘ 판결 사례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사람은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에 따라 재정신청을 할 수 있고, 구 공직선거법 제273조 제1항은 특히 중요한 선거범죄에 대하여 고발을 한 후보자와 정당(중앙당에 한한다) 및 해당 선거관리위원회까지 재정신청권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다만 후보자가 아닌 고발인에게까지 재정신청권을 인정할 경우 재정신청권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 재정신청제도가 남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후보자가 아닌 고발인에게는 재정신청권을 주지 아니한 것이다“고 판시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 몸통 비껴간 부실 수사”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토호세력들로 구성된 선거 브로커들은 민주당 전주시장 경선 과정에 개입해 조직과 자금을 미끼로 전주시 토목건축직 인사권과 개발 관련 인허가권을 요구했고, 그 배후에는 특혜를 요구하는 건설업체와 정치인들이 있었다"며 "지역사회에서 소위 ‘권력자’들의 민낯 중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인데 몸통은 비껴간 부실 수사”라고 비난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제한된 데다 경찰이 시효가 임박해 선거법 위반 사건을 송치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는 지적이 높다. 법조계에선 정치인들만 득을 보는 초단기 공소시효를 늘리기 위한 입법이나 수사지휘권의 제한적 부활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부실 수사 외에 ‘깜깜이 수사’ 문제를 야기하는 공소시효는 만료가 임박해서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거나 검찰이 공소시효 임박 시점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경우 손쓸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경찰이 사건을 넘길 때까지 기록조차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쫓기듯 선거사범 수사…공소시효 6개월 ‘한계’

특히 이 때문에 꼬리 자르기식 수사와 선거사범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단체장이나 후보는 법망을 피해 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선거사범들의 경우 증거 부족이나 수사 미비로 해서 불기소를 할 수도 있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쫓기듯 하는 수사 부실가 그 원인“이라며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6개월처럼 짧은 공소시효를 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또 ”일본은 1962년 선거법을 손봐 단기 공소시효를 없앴고, 독일과 미국 등 대다수 국가는 애초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2011년 매수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2년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을 낸 적 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고, 대신 국회는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린 대신, 이 공무원 범위에 '선출직 공직자'는 포함 시키지 않았다“고 구조적 문제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방선거사범 처리 60%대, 공소시효 만료 기한 연장해야“...선거 때마다 반복
지난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사범 공소시효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의 지방선거사범 사건 처리율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6‧1 지방선거사범 공소시효는 다음 달 1일 만료되지만 검찰의 전국 지방선거 사범 사건 처리율은 현재 60%대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물론 검찰 일부에서조차 현행 공소시효 만료 기한을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지방선거 공소시효 임박...전북 단체장·교육감 6명 쫒기듯 '송치·기소', 선거 브로커·여론조작·관권선거 수사 ‘미진’
- 송하진 전 지사 부인·측근 공무원들 줄줄이 선거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 송 전 지사만 비껴가..."꼬리 자르기 수사" 비난
- 서거석·강임준·정헌율·최경식 ‘재판행‘, 지방선거 공소시효 임박 엇갈린 운명...전북 교육감·단체장 수사 9명 중 4명 기소
- 이학수 정읍시장도 ’재판행’, 공소시효 만료 임박 '기소'...전북 교육감·단체장 5명 '법정행'
- 전북 지방선거 사범 ‘기소자’ 전국 10.5% 차지, 다른 지역들 비해 많아...‘부실 수사’ 논란은 왜?
- '전북자원봉사센터 관권선거' 혐의 전북도 전 간부 징역형 집행유예...“몸통·핵심 비껴가”
- ‘금권선거 의혹’ 강임준 군산시장 다시 재판행...1심 무죄 판결에 검찰 ‘항소’
- [정읍] '허위사실 공표 혐의' 이학수 정읍시장 1심 벌금 1천만원...당선 무효형
- 서거석 교육감 '허위 사실 공표 혐의' 검찰 '벌금 300만원' 구형...공소제기 6개월 지나, '또 늑장 재판' 눈총
- ‘호화·전관 변호인’ 전북 단체장·교육감, ‘선거법 위반 혐의’ 판결 어떻게 나오나? ...기소된 5명 '법정 희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