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이슈
지난해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지역 5명의 단체장들 중 정헌율 익산시장이 가장 먼저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아 '선거법 위반 멍에'를 벗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검찰이 불복해 항소함으로써 같은 날 희비가 갈렸다.
'정헌율 시장 1·2심 이어 대법원 무죄 확정..."반목·갈등 해소하고 통합하겠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헌율 익산시장이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3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허위의 사실이나 이에 대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무죄 확정으로 시장직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앞서 지난해 5월 24일 열린 한 방송 토론회에서 정 시장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협약서 등에 수도산은 5%, 마동은 3% 정도로 수익률이 제한돼 있고, 수익률을 넘게 되면 환수하는 조항이 들어있다"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시장이 관련 조항이 없음을 알면서도 고의로 허위 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1, 2심은 정 시장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고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정 시장이 ‘민간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취지를 강하게 말하는 과정에서 발언을 했다”며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은 아니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익산시와 사업자 간 계약상 지위, 문헌이 가지고 있는 포괄적 의미, 계약서 외에 사실상 이뤄진 합의 내용 등을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조항들은 효력이 있고 완전히 비합리적이라거나 허위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보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런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 시장은 이와 관련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진행된 소송으로 힘들었지만, 무죄가 확정된 만큼 대통합·대도약의 시대로 가겠다"며 "시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지역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고 익산시가 하나로 통합돼 더 크게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허위사실 공표 혐의 서거석 교육감 '1심 무죄' 불복 항소...다시 법정에 서야
한편 전북대 총장 시절 동료(후배) 교수 폭행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전주지검은 이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 교육감의 원심 판결에 불복,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 교육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제기한 '동료(후배)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방송 토론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어떤 폭력도 없었다"며 부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13년 11월18일 당시 전북대 총장이던 서 교육감이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회식 자리에서 '후배 교수를 폭행한 사실이 있었느냐'가 핵심이었으나 피해자로 지목된 이귀재 교수(후배 교수)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폭행은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교수는 법정에서도 "단순 부딪힘에 의한 행위가 폭력으로 왜곡되고,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됐다"고 주장했다. 서 교육감은 "피해 교수의 진술이 수시로 변하고 일관성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이 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당시 총장 신분이어서 수치스러움에 진실을 밝히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 관련자 진술, 이 교수의 병원 진료 기록, 모 기자의 취재 수첩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지난 25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이 교수가 1·2회 경찰 조사에서 '서 교육감으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진행된 경찰 대질조사, 검찰 조사, 법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바꿔 일관성이 결여됐다"며 “병원 진료 기록에 있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과 두통'은 이 교수의 주관적 호소에 의한 병명이고, '눈꺼풀 손상' 등은 오히려 이 교수가 피고인 머리를 들이받는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으로 보이는 등 증거가 부족하다"며 서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산·정읍시장 재판 중...결과에 따라 시장직 잃게 될 수도
이처럼 지방선거가 끝난지 1년이 지났지만 도내 일부 단체장들은 여전히 선거법 위반 혐의의 '무거운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14개 시·군 중 군산, 익산, 남원, 정읍시장과 전북교육감 등 5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정헌율 시장이 가장 빠르게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또한 최경식 남원시장은 1심과 2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역시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군산시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 항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학수 정읍시장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아 역시 재판 진행 중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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