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너무 정치 세력화돼서 본연의 자원봉사센터 업무는 망각한 채 선거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센터장으로 내려서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 

전북도 산하기관인 전북자원봉사센터의 선거 개입 논란과 보조금 횡령, 센터장 채용 문제 등이 불거지자 김대중 전북도의원(정읍2)이 1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관권선거 개입·보조금 부정 사용 의혹 오래전부터 제기...개선 '요원' 

KBS전주총국 7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7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14개 시·군지역에 센터를 운영하며 60여만 명의 조직력을 갖춘 전북자원봉사센터가 지난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 개입 의혹과 직원들의 보조금 횡령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가 하면 이번 기회에 전북도 산하 자원봉사센터가 그동안 선거에 개입해 온 의혹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문도 비등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과 주문은 비단 이번에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그동안 전북자원봉사센터에 대한 선거개입 우려와 자치단체장 사조직화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민선 6기인 지난 2016년에도 전북자원봉사센터가 선거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전북도의회에서 제기됐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선거조직 전락 우려“...전북도 2016년부터 지적 

연합뉴스 2016년 10월 1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2016년 10월 1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를 비롯한 시·군지역에 센터를 두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자원봉사센터에서 발생한 선거개입 논란과 사조직화, 비위 등에 관한 언론보도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민선 6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6년 10월 12일 연합뉴스는 "전북자원봉사센터가 선거조직 전락 우려"란 기사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당시 “전북도자원봉사센터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한 기사는 “이도영 전북도의원은 12일 열린 제337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을 통해 ‘순수해야 할 전북도 자원봉사센터의 운영과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송하진 도지사의) 선거조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이 의원은 "민선 5기 전북도 자원봉사센터의 직원은 총 6명이었으나 송하진 도지사 취임 이후 배가 넘는 13명으로 증가했다"면서 "센터의 신규사업이나 업무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직원들이 급증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직원의 급증은 선거 과정에서 공신이나 측근들을 챙기기 위해 인위적으로 정원을 늘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어 "자원봉사센터의 예산은 대부분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각종 행사에 자원봉사센터를 통한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체장들이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직원 증원은 업무량과 비교하면 직원이 부족하다는 경영진단평가에 따른 것으로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북자원봉사센터는 더욱 조직력을 강화하고 도지사 측근들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올 4월 22일 경찰의 전북자원봉사센터 압수수색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1만여 장이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어어져 온 이러한 관행 및 내부 구조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불법 정치자금 의혹도

아시아경제 2021년 10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아시아경제 2021년 10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22일 아시아경제가 도내 각 지역 자원봉사센터들의 문제점을 짚었지만 역시 지적으로만 끝났다. 당시 ‘전북 시·군자원봉사센터 운영 ‘삐거덕’‘이란 제목의 기사는 지역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자원봉사센터 직원 보조금 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기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각종 범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놓이는가 하면 섣부른 사단법인화로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읍시와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이달 20일 정읍시 자원봉사센터 이사장과 정읍시장 측근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기사는 “현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이 2018년 지방선거 때 정읍시장의 선대위원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는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완주군 자원봉사센터는 현재 ‘개점 휴업’ 상태”라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완주군의회가 지난 7월 22일 제261회 임시회에서 '군민의 세금이 적정하게 사용되는지 의심된다'며 센터의 인건비·운영비 1억 69만 9,000원을 삭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단법인화되면서 옥상옥 조직 논란, 인건비 과다 집행" 비판 

완주신문 2021년 7월 20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완주신문 2021년 7월 20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에 센터 일부 직원의 보조금 비리의혹이 불거져, 현재 완주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기사는 “나머지 시·군의 자원봉사센터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상당수 자원봉사센터가 지난 2019년부터 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센터장 위의 이사장 직이 신설되는 등 옥상옥(屋上屋) 논란은 물론, 일부 센터장의 과도한 보수 책정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기사는 각 지역의 자원봉사센터가 사단법인화되면서 조직과 규모가 커지고 예산도 덩달이 증가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제기했다. 이처럼 각 시·군에서 직영할 때보다 지원되는 예산이 법인화 이후 더 늘었다는 비판이 자주 등장했다.

게다가 시·군의 지원에 벗어나 자생력을 갖춘 상태에서 봉사활동을 하라는 취지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와 관련 완주신문은 지난해 7월 20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자봉센터 예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잘 들춰냈다.

기사는 “삭감된 예산을 그대로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자원봉사센터가 봉사를 위한 사업비보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더 많아 논란”이라며 완주군에 따르면 추경이 원안대로 승인될 경우 자봉센터 총예산은 3억 3,600만원이다. 이중 인건비가 2억 5,300만원으로 가장 비중이 높고 운영비는 5,300만원, 사업비는 3,000만원이다“고 보도했다. 

사업비보다 인건비·운영비 더 많이 드는 자원봉사센터? 

연합뉴스 2021년 12월 2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2021년 12월 2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 때문에 봉사활동 사업비 대비 인건비와 운영비 비중이 높다“고 지적한 기사는 ”자원봉사센터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해 “예산만 보면 봉사 사업 3,000만원하려고 인건비와 운영비로 3억원을 쓰는 것 같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더니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연말 자원봉사센터에서 직원 보조금 횡령 논란이 불거져 경찰의 수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21일 연합뉴스는 ‘완주군자원봉사센터 직원, 보조금 횡령 의혹…경찰 내사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완주경찰서는 완주군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이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사 중”이라는 기사는 “직원들은 센터 보조금을 이용해 1,000여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꾸민 뒤 횡령했다는 이른바 '카드깡'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완주군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횡령 의혹 등을 이유로 완주군자원봉사센터 내년도 예산 3억 7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북도자원봉사센터 외에 각 시·군지역 자원봉사센터들의 운영상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지만 보조금을 집행하는 전북도와 각 지자체들은 개선은 커녕 수사가 시작되거나 문제가 지적되면 마치 남의 일처럼 여겨왔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자원봉사센터가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인력과 운영비가 늘어났다는 점은 여전히 선거개입 논란의 의구심을 떨구지 못하게 한다. 

특히 법인화로 이사장 제도가 생겨나고 그동안 무보수거나 업무추진비만 받던 센터장의 급여가 상당수 운영비에서 지급돼 자치단체의 부담은 커진 반면 자치단체장의 측근 인물들이 관여함으로써 사조직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센터장을 비롯한 조직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급여도 각 지역마다 다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완주군에서 지난해 지적된 것처럼 자원봉사센터 지원예산의 절반 가까이 센터장 등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로 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만한 조직·운영, 부실 적발 불구 전북도는 무얼했나?...철저한 수사 필요 

겉으로는 순수한 자원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조직과 기구를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면서 해당 자치단체 또는 자치단체장과 밀착된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돼 왔다. 

특히 자원봉사센터가 치단체장의 사조직처럼 운영돼 왔음이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충격과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자원봉사센터 보조금의 부적정 처리 등 300여 건이 적발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그동안 무얼 했는지 많은 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전북도정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특단의 대안 마련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 높다. 아울러 수사 중인 전북경찰은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자원봉사센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밝혀야 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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