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존재하는 전북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비리 정황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연일 불거지고 있는 전북의 정치적폐 의혹에 유감을 표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경찰은 엄중한 수사에 나서야 할 것...”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예비후보의 선거 브로커 암약 실태 폭로와 경찰의 전북자원봉사센터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입당원서 대량 보유 등을 바라보며 한 야당 정치인이 내뱉은 말이다. 그의 말엔 가시가 잔뜩 돋쳤다.
선거 브로커 논란은 그동안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그 고리가 정치-경제-언론-시민사회단체 등 지역 내 대표적인 토호세력들과 맞물려 있어서 감히 누구도 공론화하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민주당 예비후보 브로커 실태 폭로, 빙산의 일각”...왜?

그러다 이번에 민주당 예비후보가 폭로하며 녹취록을 증거로 꺼내든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일종의 신인(종) 브로커들의 미숙한 활동이 일부 노출됐을 뿐, 뿌리가 깊은 조직을 지닌 기성 거대 브로커들은 여전히 지역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암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호 브로커들은 각종 개발 인허가와 행정기관, 관공서, 대학, 사립학교, 기업, 사회단체, 언론사 등의 인사와 예산은 물론 선거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고 금기처럼 여겨져 왔을 뿐이다.
차제에 전라북도가 예산을 보조하는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민주당 입당원서가 뭉텅이로 발견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선거철만되면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많은 의심을 받아 왔다. 더구나 그 자리의 핵심 인사들은 현역 자치단체장의 측근으로 채워져 의심의 눈초리를 더욱 받아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의심을 얼마나 해소시켜 줄지는 경찰의 손에 달렸다. 검경 수사권 논란이 첨예한 시기에 불거져 경찰의 수사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당선', 손쉬운 재선·3선...그 비결은 어디에?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란 등식 외에 한번 시장·도지사는 두 번, 세 번 연이어 자리를 누리곤 하는 희안한 지역 정치 풍토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동력인지 이번 기회에 다소 그 의문이 해소되길 바라고 있다.
예산 횡령 의혹 때문에 진행된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놀랍게도 두 박스 분량의 민주당 입당원서가 발견된 전북자원봉사센터는 직원 10여 명이 16억여원의 예산으로 지역 내 14개 시·군 예하 단체에 대한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이사장은 도지사의 오랜 후원자 역할을 해온 기업인이고, 직전 센터장 역시 전북도청 국장 출신인 도지사 측근이란 점에서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적인 선거운동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무성하게 됐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전라북도의 보조기관인 자원봉사센터와 체육회를 도지사의 물밑 선거운동의 양대 산맥으로 분류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원봉사를 빌미로 자기 사람을 결집한 뒤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로 결정하는 당내 공천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말이 그동안 공공연하게 나왔다.
민주당 입당원서 박스째 자원봉사센터서 발견..관권 선거?

이와 관련해 전주MBC는 27일 관련 보도에서 “현재 전라북도에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이 16만 2,000명으로, 전체 도민의 약 10%에 불과하다”며 “자원봉사센터에서 박스째로 나온 입당원서가 알려진 대로 1만 장에 달한다면 전체 권리당원의 6.7% 달하는 규모로 실제 경선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자발적인 권리당원은 15%~20% 밖에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까지 권리당원을 많이 모집해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집계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방송은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송하진 지사의 컷오프를 분수령으로 관권 마피아가 특정 후보에게 줄을 댄다는 논란이 무성하고 철저한 수사로 관권선거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내 공기업과 출연기관, 보조기관, 위탁기관 등 도지사 입김이 미치는 기관은 모두 21개에 직원만 2,000여 명, 일선 시군 역시 유사한 조직들이 산재해 있고, 이 조직들의 권리당원 관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전북지역에 그동안 암약해 온 정치 브로커와 마피아가 어느 정도 골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주MBC의 이날 마지막 기사 멘트처럼 '이번 경찰 수사가 자칫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도 있다'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다.
행안부, 선거 개입 의혹 ‘전북자원봉사센터’ 예의주시...전국 도마 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북CBS는 행정안전부에 주목했다. 이날 방송은 관련 기사에서 “행정안전부가 전·현직 간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전라북도 산하기관인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5조는 자원봉사센터 및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에 대해 엄정히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행정안전부는 최근 전국 자원봉사센터·단체의 선거 중립 및 1365 자원봉사 포털의 개인정보 관리 철저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다”며 “공문에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중립 의무 위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할 것과 1365 포털에 등록된 회원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부 자치단체에서 산하 자원봉사센터를 선거조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는 “이런 가운데 전북자원봉사센터 간부가 연루된 지방선거 개입 사건이 터졌다”며 ”행정안전부는 전국 자치단체에 전북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교육과 개인정보 관리에 힘쓸 것을 주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토호 정치적폐 뿌리 도려내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도민들 몫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센터 간부가 정치활동 금지 등의 선거 중립성을 해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 내용에서처럼 이미 전북자원봉사센터는 전국의 의심 사례로 도마에 오른 셈이 됐다.
감독 기관인 전북도의 관리 부실도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측근들이 두루 포진한 자원봉사센터 특성상 제대로 된 관리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거 브로커와 마피아로 통하는 골 깊은 지역 내 토호 정치적폐 뿌리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선거철마다 반복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 될 것임을 수사를 맡은 경찰은 물론 도민 모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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