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4월 22일

지난해 6월 1일 실시된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에서 불거진 전대미문의 '관권 선거' 개입과 관련해 송하진 전 도지사 측근들이 무더기로 기소됐지만 '봐주기 수사'에 이어 '봐주기 재판'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핵심 사건 중 몸통은 초기부터 비켜가고 깃털만 건드린 수사란 지적을 받아온 관권 선거 의혹은 경찰의 수사 개시 1년이 지나고,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지 벌써 5개월이 돼 가지만 재판은 더디기만 해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공소제기 6개월 안에 공직선거법 1심 선고를 하도록’ 한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선거범 재판, 다른 재판에 우선 신속히 해야’ 명시 불구, 기소 5개월에 '1심 선고'조차 없어 

전주지방법원 전경
전주지방법원 전경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 규정)에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송하진 전 도지사의 부인 등이 연루된 전북도자원봉사센터 '관권 선거' 의혹과 관련한 무더기 기소 이후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노종찬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송 전 지사의 부인 오모 씨 등 14명의 재판을 열었다. 

이들이 기소된 지 5개월여 만에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관리한 당원만 2,500명이 넘는다”며 “법이 금지한 경선운동과 공무원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해 11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부인과 전직 비서실장, 전 예산과장 등 1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송 전 도지사를 도우려 한 혐의로 송 전 지사 부인과 송 전 지사 시절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전·현직 공무원들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송 전 지사는 한 차례 소환 조사도 받지 않아 ‘몸통은 빠진, 봐주기 수사’란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이날 피고인 측은 대부분 당원 모집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피고인들과의 공모 가담 혐의는 적극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오씨 등은 송 전 지사의 지지를 권유하며 2,531명의 권리당원을 모집하고 이를 전북도청의 산하 기관인 전북자원봉사센터로 유출해 관리하는 등 당내 경선을 방해한 혐의 외에 송 전 비서실장 등 3명은 전북도청 공무원 등 84명이 있는 SNS 대화방에서 송 전 지사의 업적 홍보 기사를 올린 혐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도지사 측근 14명 기소, 도지사는 소환 조사 한 차례 없어...‘봐주기’ 논란 

전주지방검찰청 전경(사진=전주지검 제공)
전주지방검찰청 전경(사진=전주지검 제공)

이들은 모집한 입당원서를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하는 간부 김모 씨에게 전달했으며, 김씨는 이를 건네받아 엑셀 파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 피고인들과 달리 빠르게 수사가 진행된 김씨에 대한 사건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상태다.

해당 명부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연도별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부에 적힌 이들은 전라북도 14개 시·군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날 재판장에서 피고인들은 "권리당원을 모집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공모하진 않았다"면서 "권리당원을 모집한 행위가 법에서 금지한 경선운동이 아니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가 김씨에게 "민주당 전북도당에 입당원서를 전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 대목이다. 

“도지사 위한 조직적 범행”...경찰 30명 송치, 검찰 14명 기소 그쳐

KBS전주총국 2022년 8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2022년 8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한편 2차 공판이 다음 달 26일로 예정된 만큼 공소제기 6개월 안에 공직선거법 1심 선고를 하도록 한 규정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어서 선거법 위반 사범들의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등의 지위를 동원해 도지사를 위해 조직적으로 범행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고 무려 14명이 기소된 상황에서 지금까지 전북도청 공무원은 1명만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상황이다. 사건 수사가 느릴 뿐만 아니라 재판도 속도를 내지 못하자 '봐주기'란 따가운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JTV 2022년 8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JTV 2022년 8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앞서 경찰은 지난해 4월 22일 전북도자원봉사센터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1만여 장을 발견했다. 당시 당원 명부는 엑셀 파일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명부에 적힌 이들은 전주 외에도 도내 14개 시·군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이후 경찰은 전·현직 공무원과 전북자원봉사센터장 등을 입건한 뒤 총 30명을 무더기 송치했다. 그러나 14명을 기소하는 데 그친 검찰은 당초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30명의 혐의를 규명한 경찰 수사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상당수가 일반인이거나 하급 공무원들로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혀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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