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22)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BIKES vs CARS-WE ARE MANY, 프레드릭 게르텐 감독) 리뷰와 전주시 자전거도로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 안내 포스터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 안내 포스터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에 등장하는 장면 캡처(줄리라는 여성이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고 스프레이로 사고 지점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이 도로변에는 하얀색으로 도장된 자전거가 세워져있으며 이를 '유령 자전거'라 한다.)
영화 '자전거 대 자동차'에 등장하는 장면 캡처(줄리라는 여성이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고 스프레이로 사고 지점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이 도로변에는 하얀색으로 도장된 자전거가 세워져있으며 이를 '유령 자전거'라 한다.)

주말이었던 지난 9일과 10일 춘천을 방문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영화제 ‘차근차근 상영전’에 게스트 토크자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상영 후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눈 영화의 제목은 ‘자전거 대 자동차’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스웨덴 출신 Fredrik Gertten 감독의 2015년도 작품이다.​

영화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어느 길에서 시작된다. Aline Cavalcante(당시 23세)라는 대학원생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에는 상파울루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캐나다 토론토, 볼리비아 보고타 등의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영화에서 카발칸테가 달리다가 한 장소에 도착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줄리여 영원하라’라는 글귀가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고 자전거와 천사가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진 장면을 소개한다. '유령 자전거(Ghost Bike)'라고 표현하는 대목에서 카발칸테는 ‘줄리는 과격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사람’이라며 그녀가 기억하는 줄리에 대해 묘사한다. 스프레이로 그려진 도로 가장자리에는 꽃으로 장식되고 흰색으로 도장된 자전거 한 대가 가로수 곁에 서있다.​

위에 소개된 '유령 자전거'는 애초 1960년대 네덜란드의 자전거 운동가들의 일부 흐름이었던 아나키스트들의 행위예술로 흰색을 도장한 자전거를 만든 데서 비롯되었다. 이후 2002년경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에서 자전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벤트로 이어졌다. 패트릭 반 더 튠이라는 사람에 의해 흰색 자전거를 설치하고 ‘자전거 운전자가 여기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자전거 운전자에게는 물론이며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여러 사람들이 동참하게 되고 15대의 유령 자전거를 설치하게 된다.

이런 흐름은 다른 도시로 이어져 미국의 피츠버그, 뉴욕, 시애틀, 앨버커키와 캐나다의 토론토 등으로 확산되었다. 행정적 개념으로는 조형물의 무단설치가 될 터이니 얼마 못 가서 공무원들에 의해 치워지기도 할 것이다. 현재는 전 세계 650여 개 지점에 설치되어 여러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토론토도 이런 움직임이 잘 이뤄지고 있는데 토론토는 자전거 운전자를 존중을 위한 옹호(ARC)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추모를 진행하고 있다. 토론토 내의 60여 개 유령 자전거(고스트 바이크)는 사고가 벌어진 장소를 지도에 담아 관리한다. 하나의 고스트 바이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사고의 경위와 희생자들의 인적사항 등이 관리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하나의 사고를 추적해 가보면 이들이 행하는 방식이 이해될 것 같아 소개한다.

캐나다 토론토 시의 유령자전거 현황, 자전거 운동단체인 ARC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지도에 사고에 대한 상세한 경위와 함께 정리하고 관리한다. 이 지점은 사고를 기리는 유령자전거를 설치한 지역이다.(사진= ARC홈페이지 캡처)
캐나다 토론토 시의 유령자전거 현황, 자전거 운동단체인 ARC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지도에 사고에 대한 상세한 경위와 함께 정리하고 관리한다. 이 지점은 사고를 기리는 유령자전거를 설치한 지역이다.(사진= ARC홈페이지 캡처)

페이스북과 웹사이트를 통해 움직이는 이들은 최근 발생한 이주 외국인의 사고를 아래와 같이 추모하고 유령자전거를 설치했다. 포스팅을 그대로 옮겨본다.​

“Prakash를 위한 유령 자전거 타기. 오늘(2023년 7월 9일) Ghost Bike 기념 라이딩은 2023년 7월 3일 Brampton에서 사망한 남성 Prakash Mariyappan(29세)을 추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오후 3시에 Professor's Lake 레크리에이션 센터 주차장에서 만납니다. 오후 3시 15분에 출발하여 오후 3시 40분쯤 충돌 현장에 도착하면 Bike Brampton이 Ghost Bike 기념관을 설치할 것입니다. 자전거 경로는 다음 링크에 있습니다. https://ridewithgps.com/routes/43525001”

​29세 남성이 며칠 전에 사망하였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어느 장소에서 만나고 사고 현장에 도착하면 브람톤(지역명) 바이크라는 자전거 단체 주도하에 유령자전거를 설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ARC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포스팅 하나. "오늘 Avenue Rd에서 Miguel Joshua Escanan 기념관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Bloor St.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자전거 도로가 여전히 필요한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페인트를 제공해 주신 David Shellnutt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언급하며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사진=ARC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ARC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포스팅 하나. "오늘 Avenue Rd에서 Miguel Joshua Escanan 기념관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Bloor St.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자전거 도로가 여전히 필요한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페인트를 제공해 주신 David Shellnutt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언급하며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사진=ARC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상파울루에서 또 다른 사고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카발칸테와의 대화를 나누는 건축가는 해당 사고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임을 언급한다. ‘버스운전사가 운전을 하는데 앞서가는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지적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운이자 필연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자전거 사고에는 여러 요인이 결합된다. 마약이나 음주운전, 과속이나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등의 난폭한 운전이나 범법적 행동으로 인한 것들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바로 도로의 주체를 자동차를 위주로 사고하며 다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현실은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반복되는 무고한 희생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자동차의 빠르고 원활한 흐름을 중심에 두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 많다. 자동차의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을 지하도나 육교를 통해 횡단하게 만드는 구조물을 고안하는 것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에는 이런데 대한 반성과 자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를테면 횡단보도를 인도높이로 올려 걷는 사람의 편의를 중심에 두고 자동차는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가는 것 험프형 횡단보도(고원형 횡단보도)같은 시스템들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의 신호등이 자동차 운전자의 가시성을 중심에 두고 도로 한가운데 설치하지 않고 횡단보도의 사람들 바로 위에 설치함으로써 혹시 모를 사람들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고려가 또한 이런데 바탕하는 것이다.

2021년 3월 전주시 백제대로변 자전거 사고를 보도한 전북일보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2021년 3월 전주시 백제대로변 자전거 사고를 보도한 전북일보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점에서 전주에서의 2021년 3월 백제대로 P음식점 인근에서 벌어진 사고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구체적인 운전석의 위치와 가려진 시야에 대한 검증된 방식의 재연을 통해 살펴보지 못했지만 해당 사고는 ‘인도 위의 자전거 길을 철썩 같이 믿고 달리던 초등학생이 과속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속도를 줄여 이면도로로 진입하던 레미콘 차량 운전사에게 보이지 않아 유명을 달리한’ 명백한 구조적 문제로 기인한 사고였다. 그러나 오늘의 이 시점까지 그런 접근은 없다. 다만 이런 사고를 ‘(자동차) 운전자의 보행자등에 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안전조치 부주의’로 정리해 버리고 넘어가는 허망한 짓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반복해서 언급하듯이 그와 같은 사고는 오늘이던 내일이던 전주시내 어느 곳에서든, 아니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 똑같은 형태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렵다 하더라도 사고로부터 교훈을 찾아가야 하며 개선하기 위한 시각의 교정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령 자전거를 통해 사고마다 기록하고 기억하며 추모하고 쌓아가는 운동을 접한 것에서 매우 진지한 관심이 일게 되었다. 오늘날 자전거의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시작 중 중요한 하나의 사건과 계기가 ‘도로에서의 우리 아이들의 살인을 멈춰라’라는 희생자 학부모의 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거듭되는 희생을 불운이나 슬픔으로만 대했다면 오늘날의 네덜란드는 없었을 것이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들을 방치하는 시스템, 자동차를 중심으로 사고하는데서 방치되는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된다는 점을 제기하고 새로운 시선이 필요함을 제기함으로써 오늘에 이른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위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 등의 자전거 운동에 관한 소개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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