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전주시가 도시계획변경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적정 환수·공공기여 기준 등을 담은 사전협상 운영지침을 마련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이 땅의 소유주인 (주)자광의 누적된 부채 규모와 보증건설업체의 미수금 증가 및 재무 건전성 악화 등이 새 변수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자칫 전체 개발 능력이 부족한 민간개발업체가 무리하게 시행을 서두르다 중도에 무산되거나 개발 및 소유권 등이 다른 업체로 넘어갈 경우 막대한 피해와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주시 “상승한 토지가액의 40% 계획이익 환수할 것”...'개발이익' 환수는 ‘미정’

전주시는 24일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에 따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시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상승한 토지가액의 40%를 공공기여로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위한 시민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계획이득으로, 토지 총액의 40%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전주시는 용도가 변경(현 공업용지에서 상용지로 전환)된 부지에 아파트와 쇼핑몰 등을 짓고 얻는 개발이득의 경우에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이대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추후 천문학적인 개발이익 발생이 예상되는 해당 사업 지구의 적정금 미환수 등의 논란이 예상된다.
전주시는 “추후 아파트와 쇼핑몰 등을 짓고 발생할 수 있는 예상이익(개발이득)에 대해서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법률적 한계로 공공기여 비율을 정하지 못하고 추후 협상으로 남겨뒀다”고 밝혔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계획이익과 마찬가지로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추후 분쟁과 마찰의 소지가 다분한 만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정선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전주시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려온 옛 대한방직 부지는 그동안 대부분 공업용지였으나 개발이 이뤄질 경우 상업 또는 주거용지 전환이 전제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용도 변경이 이뤄지는 순간부터 지가가 급격히 상승할 전망이다.
더욱이 부지 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 분양이 이뤄질 경우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전주신시가지 개발' 당시 '제척지구'란 점에서 특혜 시비 논란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아랫단추만 꿰고 윗단추는 그대로 놓아두는 격...왜?

따라서 해당 부지 소유주인 (주)자광이 추진하고 있는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핵심 쟁점은 '개발이익 환수'임에도 전주시가 ‘계획이익’만 설정한 것은 아랫단추만 꿰고 윗단추는 그대로 놓아두는 격이라는 지적이 높다. 공업용지인 현 부지를 상업 또는 주거용지로 용도 변경을 해주는 만큼 특혜 시비가 있고 기반 시설의 용량 초과와 교통혼잡 등의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사업자가 이익의 일정 정도를 공공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2년 전 전주시가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면서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따라서 계획이이익의 40% 환수 방침과 관련 아직 ㈜자광 측은 '지침을 검토해 봐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미루고 있지만 이번 전주시 지침에는 상위 법령을 이유로 용도변경에 따른 '계획이득'만 포함됐을 뿐, 아파트 분양이나 쇼핑몰 건설 등으로 얻는 '개발이득'은 포함되지 않아 향후 협상을 통해 이익 환수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전주시 사전협상운영지침자문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도시 사례를 보면 '계획이득' 뿐만 아니라 '개발이익'까지 환수한 사례들이 있다“며 ”이 부분들을 잘 분석해서 공공기여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밀하게 수립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협상과 지침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개발·시행을 주관하게 될 부지 소유주인 ㈜자광의 자본 조달 등 경영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자기자본금 15억, 빚 3,500억...5,000~6,000억원 들어가는 143층 타워 건축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단체들은 “㈜자광은 143층 타워라는 미끼를 전주시민들에게 던져주고, 일반공업지역인 대한방직 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하는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자기자본금이 15억원뿐이고 빚(부채)이 3,500억원인 회사가 5,000~6,000억원이 들어가는 143층 타워를 건축할 수는 없다”고 지난해 12월 21일 ㈜자광의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 착공식에 앞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20년째 진척이 없는 인천의 청라시티타워, 부산의 롯데타워가 이를 증명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자광의 목적은 토지의 용도변경에 따른 천문학적 금액의 시세차익 특혜이며, 이를 위해 롯데건설의 지급보증과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담보신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대표는 이에 대한 근거로 “현재 우리나라 금융경색은 ㈜자광, 롯데건설, 증권회사들의 위험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Project Financing) 대출이 그 원인”이라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며, 대부분의 금액이 저축은행, 캐피탈, 새마을금고 등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올 반기(6월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롯데건설의 이사회 의결 내용과 롯데건설의 우발채무(보증채무) 내역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우발(보증)채무가 작년 10월 롯데건설 부도설이 돌았을 때 7조 2,000억원 규모였는데, 올 6월 말 기준으로 오히려 9조원으로 더 늘었다”며 “이는 롯데건설의 재무상태가 더 많이 위험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건설 부도설 이후 재무 건전성 악화...자금조달 능력 한계” 지적

이 대표는 이밖에 “금년 3월 2일과 6월 1일에 롯데건설은 ㈜자광의 옛 대한방직 부지에 보증을 선 880억원의 대출보증 만기 연장 건을 의결했다”며 “이는 작년까지 1년 단위로 연장했던 것과는 달리 롯데건설 부도설 이후 3개월 단위로 대출(880억원)을 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민회는 2년 전에도 “자광의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자금 모금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라며 “2018년 약 2,000억원이던 부지 매입 자금이 만 3년이 흘러 3,000억원이 되었는데, 이는 자기 자금 없이 땅값과 그 이자마저 빌려 개발사업을 하는 업자(디벨로퍼)의 숙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주시민회는 “금융 상식으로 이런 정도(자금조달 능력)의 사업자는 4,000억원에서 5,000억원이 들어가는 143층 타워를 지을 수 없다”면서 “경기도 성남시의 대장동 사태가 그 본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주시내의 노른자위 땅인 옛 대한방직 부지는 지난 2017년 ㈜자광이 23만 563㎡를 1,980억원을 주고 사들인 뒤 공동 주택 3,000세대와 복합 쇼핑몰, 143층 타워, 호텔 등을 짓는 사업 계획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공업용지가 대부분인 이 터를 자광이 제안한 복합개발 지구로 허용하기 위해서는 상업·주거용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후 전주시는 2년 전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운영해 개발이익을 감안한 부지 40% 환원을 제시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자광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답보상태를 이뤄왔다.
'개발우선주의' 내세워 밀어붙이기식 행정 펼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

더욱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이후에도 옛 대한방직 부지는 공장 철거 작업 중 안전 시설 미흡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 발견과 보호·이전대책 미흡 등으로 철거가 중단되는 등 대한방직공장이 철거한 후 '먹튀 논란'과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부지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용도변경과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고 ㈜자광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착수할 경우 대규모 공사를 진행해 나갈 자금조달 능력의 한계와 재무 상황 악화 등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럴 경우 인천의 청라시티타워와 부산의 롯데타워가 그랬던 것처럼 중도에 공사가 중단되거나 장기간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개발을 앞둔 시점에서 산정될 감정가액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전주시 관계자는 이날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지침으로 협상의 근거가 마련된 만큼 지지부진했던 대한방직 부지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속도감을 은근히 과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밀한 행정의 사전 준비와 협상, 개발 시 시민들에게 전가될 피해 요인 제거 절차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전주시가 이러한 복합적인 준비와 절차 과정 없이 '개발우선주의'를 내세워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펼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것은 불 보듯 자명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옛 대한방직 부지 서식 '맹꽁이들' 다 어디로?...”전문가 확인 없이 '이주 계획' 신뢰 의문, 전면 재검토를“
- 옛 대한방직 철거공사 갈수록 '가관...‘불법' 수사 피하니 ‘맹꽁이 서식지’ 대거 발견, "정밀조사 필요"
- 옛 대한방직 터 철거 재개 ‘눈앞’, 개발 이익 환수는 2년째 '제자리'...개발업체에 끌려가는 전주시, 왜?
- 옛 대한방직 터 개발 어떻게?...“금융중심 복합센터 조성” “익스트림타워 건설” "엉터리 공약" 후보들 엇갈린 입장
- 전주시민들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공공개발 방식' 가장 선호..."신속성보다 공공성 더 중요"
- "옛 대한방직 터 강제력 없는 협약으로 개발 진행될 경우 용도변경 후 먹튀 가능성“
-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관련 23년 간 언론 보도 사례 분석(5)
-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관련 23년 간 언론 보도 사례 분석(4)
-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관련 23년 간 언론 보도 사례 분석(3)
-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관련 23년 간 언론 보도 사례 분석(2)
-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 관련 23년 간 언론 보도 사례 분석(1)
- 전북도민일보, 인터넷에서 사라진 ‘옛 대한방직 터 매각설’ 기사...“아니면 말고식·독자 우롱" 비난
- ‘착공 신고’ 안 한 옛 대한방직 ‘불법 철거 착공식’ 참석자들 누구였나?, 싸늘한 시선...‘쪼개기 발주’ 논란도
- "화려한 철거 착공식 열린지 불과 8일 만에 사고...노동자 죽음 이르게 한 자광 규탄"
- 옛 대한방직공장 철거식에 도지사·전주시장 등 개발 인허가권자들 참석 '빈축'...“빚으로 143층 타워 건축 안될 말"
- "자광 연대보증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심각...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서두르면 낭패 볼 수도”
- 롯데건설 자금 경색 '위기'...전주종합경기장·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미칠 영향은?
- “전주종합경기장, 롯데·자광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우범기표' 전주시 개발 계획 질타, 왜?
- "돌고 돌아 다시 롯데,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신중해야...지역 언론들 편들기식 보도 문제"
- 전주시민회 "전주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은 ‘민간 개발’ 위한 꼼수, 전북도 무시 월권” 주장 '논란'
- '특혜·짜맞추기' 등 말 많고 탈 많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도시기본계획 변경' 과정에 또 어떤 문제가?...24일 긴급 토론회 ‘주목’
- ’특혜·편법 논란‘ 얼룩진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주 ’빚더미‘에 첫 삽도 못 뜨고 결국 무산되나?...대주단 ’기한이익상실‘ 조치, 전주시 '어정쩡' 관망만

구체적으로 어떤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