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주요 방송·신문 뉴스 톺아보기] 2020년 7월 21일(화)

전주MBC 7월 20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7월 20일 보도(화면 캡쳐)

1962년에 출간된 '이미지: 미국 가짜사건에 대한 안내(The Image:A Guide to Pseudo-events in America)'의 저자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Boorstin)은 미국의 문명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다.

우리에겐 '이미지와 환상'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그의 책에서 그가 바라보았던 미국의 당시 사회현상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고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이제 실제 사건보다 대중매체에 보도되는 사건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런 현상을 다니엘 부어스틴은 ‘의사사건(pseudo-event), 즉 가짜사건’이라고 개념 정의했다. 그가 말한 ‘가짜사건’이란 항상 새로운 기사를 실어야하는 언론이 만들어 내는 ‘의사사건’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짜사건은 진짜사건보다 더 잘 정리되어 있고 진짜사건보다 더 잘 전달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사전에 충분히 구성하고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짜사건은 진짜보다 더 설득력 있어 보이고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짜사건이 상업적 논리나 권력, 거기에 언론과 결합하게 될 때 큰 파괴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사건이 ‘사회악’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일찍이 경고했다.

21일 전북지역 일간지들을 펼쳐놓고 보면 다니엘 부어스틴의 의사사건과 유사한 현상들이 지면 곳곳에서 묻어난다.

새전북신문 7월 21일 1면
새전북신문 7월 21일 1면

새전북신문은 1면에 ‘지역경제타격-항공오지 전락 불 보듯-지역연고 `이스타항공' 살리자’란 캠페인성 기사를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전북의 날개’, ‘지역연고’, ‘새만금 국제공항’, '세계 잼버리대회‘ 등을 강조하는 기사의 핵심은 ’전북도민의 힘으로 살리자‘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김유상 전무이사와 전북도의회 송지용 의장의 인터뷰를 통해 당위성을 부추겼다.

그런데 마침 전날 전북관광협회 회장과 회원사 대표자들은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문제를 거론했다.

새전북신문 7월 21일 2면
새전북신문 7월 21일 2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 신문은 1면에 이어 2면 톱으로 같은 의제를 다뤘다.

“이스타항공 파산하면 관광업계 줄도산”이란 제목으로 뽑았다. 같은 기자회견 내용의 보도이지만 전주MBC가 제목으로 뽑은 ‘관광, 요식업계 코로나 지원 확대 요구’란 제목과는 너무 다르다.

전북도민일보 7월 21일 2면
전북도민일보 7월 21일 2면

전북도민일보도 이날 2면에 관광업계의 기자회견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제목을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합병, 정부·道가 나서라"고 주문했다. 두 신문 모두 제목에서부터 매우 강렬한 압박이 읽힌다.

전민일보도 이날 경제면에 기획 시리즈로 이스타항공 사태를 다룬 두 번째 기사에서 “전북의 향토기업이자 200만 도민의 날개인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현대중공업· GM대우 공장 폐쇄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더욱 휘청거리고, 지역민의 항공편의가 크게 훼손 될 것”이라며“정부와 전북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민관, 시민사회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군산시 관계자의 말로 결론을 내렸다.

전민일보 7월 21일 4면
전민일보 7월 21일 4면

그러나 이들 신문의 논조와 주장은 다른 언론들의 의제 방향이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장과 해석들이어서 의구심과 눈총을 받을 만하다.

"이스타항공 문제는 국세청이나 검찰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임금 삭감한다는 건, 편의점을 인수하는데 아르바이트생 시급 삭감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너무나 화가 나요."

20일 <오마이뉴스>는 최근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지난 15일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를 인터뷰한 내용을 이렇게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잡아낸 김 대표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기사 제목을 "이상직은 자본시장 잡범, 국세청·검찰이 나서야"로 뽑았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의혹과 함께 윤리·도덕성 문제가 그간 많은 언론들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된 마당에 ‘애향심’과 ‘향토기업’, ‘도민의 힘’에 호소하고 나선 지역언론 의제들은 의아하고 뜬금없다.

제주항공은 제주특별자치도가 7.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이기 때문에 항공사 경영에 관여하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이스타항공 지분과 무관한 전북도가 파국의 길을 치닫는 상황에서 항공사에 막대한 혈세를 지원해 주기를 바라는 주장과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참여연대 보도자료
참여연대 보도자료

가뜩이나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국세청에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홀딩스 통한 탈세 조사요청서'를 제출하면서 "관련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여 경제 및 조세 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3일 ‘종합적 「의회윤리법」제정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내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임금체불로 노조와 시민사회의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국회의원직 수행 중 윤리의무와 헌법상 청렴의무를 위반한 사안이 확인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와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된 논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윤리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JT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상직 의원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1,600명의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은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숱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와 오너 일가에 대한 무책임한 경영과 도덕성이 6개월 가까운 체불임금과 해고 등의 고용불안으로 1,600여 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 원인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을 기반으로 한 지역연고 기업’이란 명목으로 ‘전북도민의 힘으로 살리자’는 주장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전라일보 7월 21일 3면
전라일보 7월 21일 3면

이런 와중에 몇몇 지역신문들은 이스타항공의 사태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연일 서울 등 외지 언론들에 의해 조명을 받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직 의원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후보로 계속 거론하며 지면과 활자를 할애해 띄우는 모양새다.

미국 사회의 의사(가짜)사건을 연구하며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던 다니엘 부어스틴도 깜짝 놀랄 만한 현상들이다.

다음은 7월 21일(화) 전북지역 주요 신문 1면과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전북 국세 납부액도 ‘전국 꼴찌’

“해외서 입국 땐 반드시 공항버스 타세요”

전북 초미세먼지 농도 30% 줄었다

산하기관은 ‘은폐’…자치단체는 ‘뒷짐’

“관광업계 줄폐업 위기…지원 절실” -2면

전북도민일보

바람 탄 서남권 해상풍력단지 400MW 시범단지 조성 속도

한옥 돌담 넘어 만개한 능소화

토지·건물 소유권 이전등기 간소화

국민연금 통합플랫폼사업 예타 통과

전북도 수돗물 안전 긴급 점검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합병, 정부·道가 나서라" -2면

전라일보

도교육청 직속기관 특정지역 밀집 심화

미배치 지역 교육 균형발전 소외 우려

전주예고 일반고 되나

새전북신문

지역경제타격-항공오지 전락 불 보듯

전북 수돗물도 전수조사

"교육청 직속기관 특정지역 편중 너무해"

"이스타항공 파산하면 관광업계 줄도산" -2면

전북중앙신문

힘 실린' 남원 공공의대 설립

도 내년 국가예산확보 종횡무진

文대통령 "그린벨트 해제않고 계속 보존"

전북관광협 "정부-도 제주-이스타 인수합병 지원책 강구해야" -4면

전민일보

코로나19 탓… 전북 재정난 현실로

갑질 논란에 부정수급…생활폐기물 대행업체 계약 해지

민주당 당권 경쟁 시작… 박주민 출마여부 변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타결 촉구 -2면

이스타항공 결국 파산?… 피해는 전북도민 몫 -4면

전주MBC

관광,요식업계 코로나 지원 확대 요구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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