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 4.15총선 방송토론회 문제의 발언들
- 이스타항공 운명과 파장이 전북에 미치는 영향

“공정사회는 공정경제로 만들어 진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상직 후보는 ‘공정사회’, '공정경제'를 유난히 강조했다. 또 ‘일자리 창출’을 선거 홍보물 등에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키며 내내 약속했다.
그는 총선에 출마하기 전 '공정'이란 책도 냈다. 그리고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당시 신분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이었으니 많은 관심과 시선을 끌만 했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토론회에 자주 나타나지 않아 드센 비난을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당시 최형재 전주시을 무소속 후보는 “이상직 후보가 ‘코로나19’ 정국에 숨어 언론사 주최 선거토론을 거부하며 선거운동으로부터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며, “TV토론에 참석해 ‘막대기’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였다.
4.15총선 방송 토론회에서 밝힌 '문제의 발언들'
이상직 후보는 당시 언론사 주최 토론을 거부하면서 전북지역 언론사들과 유권자들로부터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전주시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그가 4월 6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전주시 을선거구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최형재 후보는 질문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매각대금과 이 후보의 아들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관계, 700명이 넘는 직원들의 해고 등 구조조정 문제와 체불임금 등을 거론하며 “경제 전문가라면 국회의원 출마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스타항공 살리기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상직 후보는 “750명의 직원들 구조조정은 허위 사실”이라며 발뺌했다. 최근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자녀의 재산내역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4,2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특히 “이스타항공이 본사를 군산에 두고 있고, 군산 시민들에게 10%를 할인해 주고 있으며 30% 직원을 전북지역에서 선발했다”고 내세우며 은근슬쩍 자랑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군산이 본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명목상 본사일 뿐 최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직원들은 “서울 본사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냈다. 또한 최근 연기 또는 무산된 임시주주총회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는 보도에서 보여주듯이 군산과 이스타항공 본사와는 실질적으로 무관한 것임이 드러났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 등)에서 이스타항공 ‘본사 주소’와 ‘거리 찾기’를 검색하면 ‘서울 강서구 양천로 34 양서빌딩’으로 안내되고 있다.
이 후보가 당시 ‘구조조정 등 해고는 허위’라고 주장한 내용도 이미 지난 2월부터 임금이 삭감되면서 이후 구조조정이 이뤄져 왔음이 최근 노조원들의 집회와 기자회견, 경영진 회의록 공개 등의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4,200만 원 정도라고 밝힌 두 자녀의 재산내역은 더욱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두 자녀가 자본금 3,000만 원을 들여 설립한 이스타홀딩스가 두 달 뒤 100억여 원에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인수한 점, 이 과정에서 페이퍼 컴퍼니, 편법승계·증여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6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전주시을선거구 후보자 토론회 방송(유튜브)
더욱이 이 의원 자녀들은 출처가 알려지지 않은 100억 원대 자금으로 이스타항공의 주식 약 524만주를 사들여 최대 주주에 오른 점도 석연치 않다.
그런데 총선 과정에서 최형재 후보가 “두 자녀 주식 매각대금이 500억 원이 넘는다”며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이 의원은 당시에도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잔고가치가 있다”며 “기업운영 경험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어물쩍 넘어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형철 민생당 후보는 이 후보의 지난 19대 국회의원 당시 저조한 출석과 의정활동을 지적한 뒤 선거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측근 압수수색과 선거법 위반 논란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왜 본인에게만 집중적으로 질문하느냐", "왜 남의 당을 걱정하느냐“며 얼버무렸다. 이에 앞서 그는 총선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에서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직을 유지하려다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사장직에 있으면서 "현직으로 출마해도 된다는 의견을 선관위에서 받았다” 며 ”(이사장직을) 사퇴하지 않고 (총선) 출마를 생각 중"이라고 밝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해 7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 차질은 물론이고 이사장의 행동 거취도 선거법과 맞물려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중진공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선거구에 명절선물을 발송한 것과 관련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직에서 출마의지를 밝힌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했다.
그런데도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끝나지 않은 선거, 왜?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들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의혹과 논란이 남아 있다. 총선이 끝난 지 하루 만에 검찰은 이상직 당선인 선거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주지검은 4월 16일 전주시 효자동에 있는 선거 사무소에서 서류 등 증거물을 확보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경선 당시, 권리당원들에게 시민여론조사에 중복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한 혐의 등이다.
권리당원은 시민여론조사에 중복으로 참여해서는 안 되는 사실을 알면서 왜 보냈는지 고의성 여부, 예비후보 시절 전주의 한 종교시설에서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문자 발송은 중복 참여 가능성을 알린 것 뿐이며, 종교시설에 간 건 맞지만, 교인들이 아닌 주민 공청회였다”고 당시 언론에 해명했다.
이에 앞선 지난 3월 15일 최형재 예비후보는 "선관위가 이상직 예비후보의 교회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이상직 후보는 전주 서신동의 종교시설인 한 교회에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모인 가운데 3분 22초 가량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개입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 등을 하면서 상대 후보들의 비난과 수사촉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센 민주당 지지의 바람과 함께 그는 당선되었지만 그가 창업한 이스타항공이 제주공항과의 인수협상 난항으로 매각작업이 순조롭지 못한 바람에 파장과 후유증은 너무도 컸다. 밀린 체불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직원들의 불안과 불만이 고조되는데도 그는 선거 이후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참여연대, ‘이상직 의원 탈세 조사요청서’ 제출

이 때문에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쌓여만 가는 형국이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무직인 자녀들에게 이스타항공 주식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상증세법 등을 어기고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해 왔다.
제기되는 비리의혹의 유형 중 대표적 사례는 ‘이스타항공 주식 저가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 증여 행위’, ‘선수금 명목의 주식매수차입 변제금을 통한 증여 행위 의혹’ 등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의혹이 일자 지난 6월 29일 이상직 의원은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부랴부랴 대리인을 통해 밝혔지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사모펀드의 투자를 통해 자본금이 3,000만 원에 불과한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100억 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으나 해당 펀드의 실소유주가 밝혀지지 않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국세청에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홀딩스 통한 탈세 조사요청서'를 제출하면서 "관련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여 경제 및 조세 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저가항공사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지난 2월부터 이스타항공의 노동자들에 대한 250여억 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스타항공 관련 세금 탈루 의혹의 명명백백한 해명을 통해 경영 과정상 과오에 대해 대주주가 책임을 지도록 하며,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에 대한 빠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책임 있는 자세와 윤리법 마련 시급"
이와 더불어 참여연대는 다음날인 7월 3일 ‘종합적 「의회윤리법」제정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내고 “최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 의원이던 2015년 편법증여와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얼마 전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의원이던 2014년 채용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특히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임금체불로 노조와 시민사회의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국회의원직 수행 중 윤리의무와 헌법상 청렴의무를 위반한 사안이 확인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와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된 논의조차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명무실한 비상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대신 독립적으로 구성된 상설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윤리기준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의회윤리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상직 의원을 둘러싼 의혹과 잡음, 직원들의 고통 호소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본인은 언제까지 입을 굳게 다물며 버틸 것인지,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속내를 알 수 없다.
최후 통첩 시한 끝...이스타항공 운명 갈림길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이 인수 계약 진행을 위해 선행 조건을 완결하라고 이스타항공 측에 제시했던 최후 통첩한 시한(15일 자정)이 지났지만, 자정까지 이렇다 할 발표가 없다가 16일 오전에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으로부터 전날 관련 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전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선행조건 이행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다"면서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따라서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밝힌다"며 "다만,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딜 종료가 무산된 상황 속에서 이제 남은 건 제주항공의 대승적 결단이냐, 아니면 계약 파기냐 뿐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내건 선행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 '타이 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와 미지급금 1,700억 원을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직원들의 5개월 체불 임금 250억 원과 도래하는 7월 임금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고통분담과 관계사 협상 등으로 미지급금 규모를 천억 원 미만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항공의 최후 통첩 조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인수가 이뤄지면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1,700억 원이 있지만, 제주항공은 최후 통첩 시한까지 입을 굳게 닫았다. 제주항공은 통첩 시한이 끝나더라도 바로 계약이 자동 파기되는 건 아니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스타항공의 운명은 사실상 제주항공을 넘어 자칫 법정관리 또는 파산의 길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될 기구한 운명에 처했다.
계약 해지 시 제주항공은 계약금 115억여 원을 손해 보고 나가는 것이 되지만 사실 이스타항공은 마땅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서 인수가 어렵게 성사되더라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제주항공은 모회사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끝내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파산의 길로 접어들고, 1,600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불가피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상직 책임 끝까지 물을 것"
이에 대해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상직 의원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1,600명의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은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스타항공의 파국으로 인해 전북출신 직원들의 실직에 따른 고통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상직 의원이 지난 선거 기간에 주장한 대로라면 약 30% 가량의 전북출신 직원은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최후 통첩 시한이 지난 16일 아침.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전북지역 일간신문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동안 '전북을 기반으로 한 향토기업이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와 전북도의 지원을 촉구'해 온 신문도, 이상직 의원을 끊임 없이 띄워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신문들도 지면과 활자를 아끼며 침묵으로 답했다.
여기에 연일 쏟아지는 의혹들 속에 이상직 의원의 침묵 또한 길어지면서 그를 국회의원으로 지지해 준 지역 유권자들과 전북도민들 가슴엔 참담함만 가득 쌓이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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