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이스타항공 희망퇴직에 91명 신청…600여명은 정리해고될 듯’
‘이스타항공 직원들 “이상직 의원님, 212억 재산 회사엔 한푼도 못내나요?”’
제주항공에 매각하려다 무산된 이스타항공.
지금도 여전히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진통을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재산 내역이 공개돼 또 다른 이슈거리로 등장했다.
이스타항공이 내부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 등 재매각 또는 재운항을 위해 갈등과 진통을 겪고 있는 반면,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재산은 민주당 내 신규등록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언론의 의제설정 방향도 갈리고 있다. 우선 서울언론과 전북지역 언론의 의제설정 차이가 다시 도드라졌다.
이스타항공 희망퇴직 91명 신청, '구조조정' 초읽기
서울의 경제지 등 주요 언론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한 행보와 함께 고정비 감축을 위한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앞두고 31일까지 진행한 희망퇴직에 91명이 신청했다는 기사들이 부쩍 눈에 띈다.
이스타항공은 31일 낮 12시 마감한 희망퇴직 접수에 일반직 34명과 객실 부문 31명, 정비 부문 20명, 운항 부문 6명 등 모두 91명이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체불임금 우선변제, 통상임금 1개월분의 위로금 지급, 경영 정상화 시 우선 재고용과 이에 대한 합의서 작성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많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정리해고만 진행하려고 했으나 일부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접수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외에 정리해고 인원은 600∼7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회사 조종사노조 측은 전망하고 있다.
경제지 등 일부 언론들은 "이스타항공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이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의향서를 발송할 예정"이라며 "이스타항공은 투자의향서 발송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진행하고, 9월 말이나 10월 초쯤 법정관리(회생절차) 신청을 밟을 계획"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법정관리와 동시에 이스타항공이 국내선 운항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보다는 청산 절차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정리해고 앞두고 긴장 감도는 이스타항공, 운명은?
그러나 당장 운항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과 상실한 운항 증명(AOC)의 효력을 되살리는 게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에 이어 곧바로 정리해고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또 한 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약 400 여명만 남겨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직원들 중 정리해고 대상자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구나 이스타항공 경영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다름없어서 구조조정에 온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6개월째 매출이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에 이어 정리해고 등에 나서면서 재매각 작업에 점차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르면 9월 말 또는 10월 중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 재산을 회사에 헌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체불 임금 280억여 원을 비롯해 2,000억여 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이 남아있다. 또 매달 임금과 통신료, 리스비 등 120억원 가량의 빚이 누적되고 있다.
직원들은 급여를 6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퇴사한 직원은 467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과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소유주인 이상직 의원 자녀들에 대한 직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이상직, 재산 212억 신고 ‘민주당 최고 부자?’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 중 이상직 의원의 재산은 212억 6,700만원으로 민주당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정과 일자리를 강조해 왔던 이상직 의원이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어려움과 직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나 몰라라 해온 것이 입증됐다”며 “실질적으로 재산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전북지역 언론들은 이스타항공의 매각과 관련한 최근의 상황은 눈감은 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의 재산 공개 내역 중 민주당 1위를 기록한 이상직의원 재산에만 관심을 나타내 비난을 자초했다.
이상직, 재산 212억 신고 ‘최고 부자’
‘제21대 국회의원 재산 공개 이상직, 민주당 최고 재산가’
지난 28일 이후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이상직 의원의 재산이 212억 6,700만원으로, 민주당 1위를 기록했다”며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다. 최근 이스타항공 재매각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내부 갈등과 근본적인 원인 등에 대한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전북도민일보는 28일 3면 ‘이상직, 재산 212억 신고 ‘최고 부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자녀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 등을 신고 212억 6,731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상직 의원을 제외한 도내 7명 의원의 평균 재산 신고액은 8억 2,592만원이었다”며 “이상직 의원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27억 9,800만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전민일보는 31일 1면 ‘제21대 국회의원 재산 공개 이상직, 민주당 최고 재산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북 지역 국회의원은 이상직 의원이 212억 6,70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민주당 전체로 보더라도 최고 재산가였다”고 평가했다.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본질은 외면한 채 재산에만 관심을 둔 보도에 대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보도’란 따가운 눈총을 받을 만하다.
이스타항공 노조 "9월 3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 시작할 것"
한편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고용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을 개탄한다”며 “노조는 9월 3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스타항공의 노사 갈등과 마찰이 9월 들어서면서 다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논란의 핵심에 있는 이상직 의원은 조세 포탈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노조 측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지난 7월 29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서울 남부지검에 이상직 의원을 고발하기에 앞서 "이 의원이 자신의 자녀들이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 당시 배우자와 자녀의 재산 일부를 고의로 빼고 신고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덧붙였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띄우는 지역언론들
이에 앞서 지난 7월 2일 참여연대는 국세청에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홀딩스 통한 탈세 조사요청서'를 제출하면서 "관련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여 경제 및 조세 정의를 바로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저가항공사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지난 2월부터 이스타항공의 노동자들에 대한 250여억 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스타항공 관련 세금 탈루 의혹의 명명백백한 해명을 통해 경영 과정상 과오에 대해 대주주가 책임을 지도록 하며,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에 대한 빠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유명무실한 비상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대신 독립적으로 구성된 상설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윤리기준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의회윤리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국회에 관련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상직 의원과 대주주 일가를 향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과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그를 ‘최고 부자’, ‘최고 재산가’라며 치켜세우는 지역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낯부끄럽고 민망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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