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 뉴스 톺아보기] 2020년 7월 9일(목)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며 손가락을 탓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사태를 보도하는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의 보도행태를 빗대어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일보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8일 ‘오늘의 전북 주요뉴스 ’피클‘이란 새로운 모니터보고에서 “오늘의 주요 의제는 ‘이상직 의원의 꼼수 승계 의혹’”이라며 “그러나 전북일보는 합병이 무산되면 도내 하늘길이 사라질 우려가 크다며, 제주항공의 개입 정황과 규탄 기자회견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고 비평했다.
전북일보는 8일과 9일 연속해서 아래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스타·제주항공 합병 난항(군산∼제주 하늘 길 끊기나-상) -8일 1면
“체불임금 이유 인수 거부...악질적 행태 규탄” -8일 2면
이스타·제주공항 합병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군산∼제주 하늘 길 끊기나-하) -9일 1면
제목에서 이미 무엇을 강조하려는지 잘 암시해준다. 현재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스타항공 사태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이 신문의 이스타항공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애정(?)'은 그동안 여러 지면에서도 묻어났다.
다른 언론들이 '이스타항공 사태의 본질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실질적 오너(대주주)인 그의 가족 일가의 수상한 자본형성과 흐름의 과정에서 불거진 편법 의혹', '그럼에도 묵묵부답인 당사자의 입'에 초점을 모으고 있는데 반해 이 신문의 의제형성은 달리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에는 1면과 2면에서 ‘전북 기반 이스타항공 지원 절실’이란 제목의 기사를 크게 다루었으나 이 때도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진행 여부를 떠나 전북도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즉각적이고 지속성 있는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6월 19일 4면에선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해결·정상화를”이란 제목의 기사를 다뤘으나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전주에서는 처음으로 '오랜 체불임금과 해고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의 책임을 회피하는 창업주이자 전 회장 이상직 의원과 일가(오너)를 비난하며 책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정부 여당은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다.
가뜩이나 이 신문은 전북민언련으로부터 이스타항공 관련 기사를 지난 10일 보도하는 과정에서 6면에 실린 ‘지역 기반 항공사 존폐 여부 곧 판가름’ 기사 중 상당 부분을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베껴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명이나 사과없이 오로지 일방향으로 의제를 형성시켜 나가는 모양새다.
이 외에 전북도민일보와 새전북신문이 최근 이와 관련된 보도를 하고 있지만 의혹의 실체 검증이나 규명 노력보다는 연합뉴스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이스타항공 사태의 책임을 제주항공으로 전가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역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새전북신문은 9일 사설 ‘이스타항공 인수, 제주항공 의혹 조사해야’란 제목과 함께 “분명한 것은 이미 이스타 구조조정과 운항중단, 심지어는 임금체불에 제주항공이 개입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부나 국회에서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썼다.
신문은 하루 전에도 "제주항공이 이스타 자력회생 기회 박탈"이란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3면에 크게 다뤘다. 그러나 최근 이스타항공 내부에서 발생한 임금체불 책임과 의혹의 실체들을 규명하려는 노력보다 "제주항공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확대해 보도했다.
9일 전북도민일보는 “‘셧다운 강제한 사실 없다...신뢰 훼손”, 제주-이스타 합별 ’악화일로‘란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비중 있게 다뤘지만 연합뉴스 내용을 그대로 전해주는 수준이었다.
이 신문은 지난 6월 29일에도 6면(경제면)에 ‘이스타항공 "근거없는 의혹보도 중단을"'이란 다소 뜬금없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배치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 때도 “이스타항공이 이스타홀딩스 설립 과정과 거액 차익 등 최근 일부 방송이 보도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며 사측의 입장을 친절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 언론들과 지역의 방송사들은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합병이 양 항공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책임 원인과 많은 의혹들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종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게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대주주인 자녀 등 일가의 편법승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심층취재 및 보도가 연일 잇따르고 있다.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서울언론들은 제쳐두고라도 전주MBC는 ‘수상한 지배 구조.."지주회사로 이용만"’이란 제목의 전날 기사에 이어 8일에는 ‘이스타홀딩스, 왜 만들었나?’, "첫월급 받기도 전에 이스타항공 주식부터 떠안아"란 제목의 두 기사에서 더욱 심층적으로 취재해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방송은 이날 기사에서 “전라북도의 혈세가 투입된 새만금 관광개발이 이스타 항공의 지주회사로 전락한 뒤,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며 ‘새만금 관광개발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은 이스타 홀딩스의 실체’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는 특히 “2015년 이스타홀딩스가 취득한 지분은 이스타항공 전체 주식의 68%에 달하는 5백 24만주”라며 “2014년 이스타 항공의 지분현황과 비교해 보면 이스타홀딩스가 주식을 사들인 대상은 새만금 관광개발에서 240만주, 아이엠에스씨 26만주, 그리고 이스타항공 증자를 통한 300만주의 일부로 추정되며, 이들 세 회사 모두 사실상 이상직 개인회사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상직 일가는 결국 자기네 주식을 자기들이 사들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사의 핵심 내용은 “이스타항공 사태로 많은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사는 “당시 지분의 소액주주 현황을 보면 2015년 16%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54%까지 치솟는다”면서 “결국 이스타항공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 약 520만주가 소위 개미투자자에게 떠넘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기사는 “그러나 상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걸 뻔히 알고도 증자와 매매를 통해 500만주의 주식이 시장에 풀렸다는 의혹이 일 수 밖에 없고 시가차액만으로도 이미 수백억의 수익실현이 가능했을 이상직 일가인데 반해, 반대로 만약 이스타 항공이 파산한다면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전북도와 직결되는 ‘새만금 관광개발이 이스타항공의 지분 49.4%를 가진 명실상부한 최대주주였지만 2015년 문제의 이스타홀딩스가 등장하면서 새만금 관광개발이 지분 모두를 이상직의 자녀들에게 넘겨준 점’, ‘꼼수 승계에 이용돼 온 새만금 관광개발을 비롯해, 하루가 멀다 하고 소유와 지분 구조를 바꿔 온 이상직과 이스타항공, 차명이나 은닉재산 의혹과의 연관성’ 등을 밝히는 노력이 돋보인 보도사례다.
이 외에도 방송은 다른 기사에서 “직급에 따라 직원들에게 배당된 주식은 많게는 천만 원, 그런데 이미 올초부터 회사는 직원들 월급에서 공제해 오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금도 빼돌렸다”며 “4대 보험 미납, 유용, 횡령 사실에 대해서 이스타항공 사측을 노조 차원에서 검찰에 고소ㆍ고발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기사의 “향토기업이라며 지역에서 명예는 명예대로 얻고 당선된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됐다며 오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는 마지막 멘트는 많은 의미가 함축됐다.
이런 상황임에도 지역의 몇몇 일간지들은 지역경제, 애향심 등을 호소하거나 지역주의, 지역성을 자극시키는 프레임으로 의제를 설정하여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언론의 본령인 진실성과 공정성은 차치하고, 이로 인해 자칫 지역언론 전체의 신뢰성에 더욱 금이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다음은 7월 9일(목)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의 1면 및 관련기사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국립전문과학관, 전북이 최적지"
“인구 50만 대도시 특례 확대 통해 지방자치 발전을”
이스타·제주공항 합병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전북도민일보
道 5년간 제조업 일자리 1만개 창출
전북지역 교통인프라 개선 지역협력 절실
제주-이스타 합병 ‘악화일로’
군산 미군부대 또 코로나 확진… 전북 33번째
전라일보
고용 창출-상용차 위기 극복 구심점 구축
“특례시 선정 기준 확대 조속한 법령 개정 필요”
상품박람회 포함 온라인 전환
새전북신문
일자리 1만개 만들어 상용차 고용위기 넘는다
지역별로 시험시간 다른 국가고시
`호남제일문' 주변 전통경관으로 바꾼다
[사설]이스타항공 인수, 제주항공 의혹 조사해야 -10면
전북중앙신문
5년간 신규 일자리 1만개 창출
50만 대도시 특례확대 필요 한뜻
10일부터 교회 정규예배 빼곤 다 안돼
전민일보
道고용안전사업단 출범 일자리 1만개 창출 시동
‘국비지원 연계’ 지역재생 정책 신설 시급
전북 찾은 김부겸“현안 직접 챙기겠다”
전주MBC
수상한 지배 구조.."지주회사로 이용만" -7일
이스타홀딩스, 왜 만들었나? -8일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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