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주요 신문 뉴스 톺아보기] 2020년 6월 29일(월)
오늘(29일)은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했던 인수·합병(M&A) 종결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 (五里霧中)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을 공식 발표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무산위기에다 오너일가 의혹까지 불거지며 자본확충을 위한 임시주총도 지난주 실패했다. '대주주가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파산으로 이르게 될 수 있다'는 분석과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5개월째 임금체불로 격랑에 휩싸인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 등을 선임하기 위해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제주항공 측으로부터 후보자 명단을 받지 못해 무산된 배경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제주항공 측으로부터 명단을 받지 못해 선임안이 상정되지 못한데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전환사채(CB) 발행 기한까지 미뤄지면서 인수의 최종 과정인 '딜 클로징'(인수계약 완료)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대 주주인 그의 자녀 일가에 대한 의혹 제기다.
설상가상으로 이스타항공이 AOC(운항증명) 정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회복에 나서지 못해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AOC는 항공사가 항공운송사업을 위해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증명이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지연으로 운항 재개를 위해서는 반드시 AOC를 다시 받아야 한다.
취득을 위해서는 국토부로부터 조직, 인원, 운항관리, 정비 및 종사자 훈련프로그램 등에 대해 검사를 받아 이에 합격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은 60일간 운항을 중단하면서 지난달 23일 AOC가 일시 정지된 상태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직원들의 고통이 더욱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측은 "반강제적 희망퇴직 및 계약이 해지된 570여 명, 임금이 체불된 1,600여 명의 노동자는 연금미납 등으로 대출이 막혀 어렵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울증으로 불면증에 걸린 노동자도 있다"고 거리에서 연일 하소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제기한 임금체납 소송에 고용노동부는 이스타항공 측에 지난 9일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스타항공은 이 지급시한도 넘긴 상태다.
"사면초가에 파산 위기까지 오게 된 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혈연으로 이어진 '족벌경영'이 큰 이유"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그런데 창업자이자 실질적인 소유주인 이상직 의원과 일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서울언론들과 업계에서는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당사자의 말과 행동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29일)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란 기사도 눈에 띈다.
그러나 전북지역 언론들은 여전히 긴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히려 사측만을 두둔하는 보도형태가 지속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 “전북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기사를 내보내 빈축을 샀던 전북일보에 이어 이번엔 전북도민일보가 빈축의 총대를 멨다.

29일 신문 6면(경제면)에 ‘이스타항공 "근거없는 의혹보도 중단을"'이란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배치했다. 제목에서부터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의도가 가득 묻어났다.
기사는 “이스타항공이 이스타홀딩스 설립 과정과 거액 차익 등 최근 일부 방송이 보도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며 사측의 입장을 친절하게 전달했다.
기사는 이어 “이스타항공이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일부 방송이 보도한 의혹과 관련 ‘임직원들의 생존을 위해 근거없는 의혹 보도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에 이스타항공 주식 매입 자금 출처, 이스타항공의 대주주 이스타홀딩스의 거액 차익 의혹 등 각종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회사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썼다.
이미 주말과 휴일에 서울의 통신사와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던 내용을 월요일자 경제면 머리기사로 배치한 것도 의문이지만, 기사 내용이 온통 사측이 발표한 입장만 충실히 나열한 기사다. 오랜 체불임금과 고용불안 등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생활고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기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극히 합법적이고 공개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정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며 법적대응에 나설 방침”이라는 회사 측 입장을 옹호하며 전달하는 것이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면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말까지 기사 말미에 넣어주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그의 발언과 함께 ‘7월 6일 다시 임시 주총을 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파산 위기’, ‘이상직 의원 침묵’, ‘노동자들 고통 호소’, '민주당 부대변인, 이스타항공 노조에 “체불임금 합의해달라” 종용' 등을 연일 의제화하고 있는 서울언론들과는 대조적인 사례다.
한편, 전북일보는 ‘토종기업, 향토기업 살리자’며 ‘집토끼론’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눈길을 끈다. 최근 일반기사와 사설, 칼럼 등에서 연일 조명하고 있다.
건설업계 살려야 숨통이 트인다 -6월 10일
전북 토종기업을 살리자(상) 역차별 속 향토기업의 눈물 -6월 24일
전북 토종기업을 살리자(중) 무관심 속 사라져가는 도내 향토기업 -6월 25일
(사설) '찬밥 신세' 향토기업 위기 파격적 지원책 내놓길 -6월 25일
전북 토종기업을 살리자(하) “현실적 지원과 적극적 관심을” -6월 26일
그러더니 신문은 29일 ‘집토끼 키우는 지혜’란 제목의 칼럼을 다시 내보내면서 본심을 드러냈다.
칼럼은 “외지기업은 산토끼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잡기가 쉽지 않고 잡았다고 해도 공정이 전자동화로 인력충원효과가 크지 않다”며 “그럴 바에는 거액의 인센티브까지 줘 가며 외지기업을 유치할 게 아니라 향토기업을 육성하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집토끼를 잘 기르는 게 지혜'라는 게 논거의 핵심이다.
그러더니 신문사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주)자광을 슬며시 끄집어 들었든다.
칼럼은 “전주시의 기업유치상황을 보면 가관”이라며 “지난 2017년 (주)자광이 도심속의 흉물로 되어간 도청 옆 대한방직터를 1,980억원에 매입, 2조 5,000억을 들여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 등을 건립할 계획이었다”면서 “이 사업이 끝나면 5,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 전주경제에 결정적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인의 사유재산을 놓고 전주시가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가부간의 결정을 못 내리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춰진 것은 잘못”이라고 나무랐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전주시장의 고유권한에 속한 행정행위라서 시장이 소신껏 법대로 처리하면 문제될 게 없다”며 “김승수 시장은 청년일자리 마련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자광의 의욕을 꺾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절박함이 가득 묻어나는 내부 칼럼이다.
그러나 위의 두 사례(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에서 과연 독자들은 지역신문을 어떻게 이해하며 해석할지, 지역언론을 어떤 이미지로 각인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다음은 6월 29일(월) 전북지역 주요 신문의 1면과 위 관련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승마·요트·영화' 새만금 관광 이끈다
'보랏빛 향기'…정읍 허브원 라벤더 만개
폐기물 창고 잇단 화재, 실태 조사 시급
대전 다단계업체 발 전북 26번째 확진
[오목대] 집토끼 키우는 지혜 -15면
전북도민일보
벌써 3명… 대전發 전북 확산 초긴장
새만금 관광 ‘힘(HYM)’ 싣는다
전북도의회 후반기 의장에 송지용
전북도 신원식 정책기획관 등 국·과장 인사
이스타항공 "근거없는 의혹보도 중단을" -6면
전라일보
소상공-대형 유통업 '상생 경제' 관심
익산 60대 여성 대전발 코로나 확진 도내 26번째
직·간접 접촉 533명 ‘음성’
새전북신문
코로나19에 꼬이는 학사일정...2학기 개강 골머리
코로나 쇼크, 소상공인 긴급대출 1조 돌파
"코로나와 무더위에…"
송지용, 후반기 도의장 당선
전북중앙신문
또 '대전發 코로나19' 익산서 발생
후반기 도의회 의장에 송지용 선출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구분 시행
전민일보
전북체육회 정강선호 잇따른 악재 겹쳐 난항
동선 ‘쉬쉬’…‘제2의 신천지사태’ 재확산 공포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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