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신문이 사세를 확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판매부수를 늘리거나 이미지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방법이 있지만 노력과 비용이 많이 수반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경품 등을 활용한 구독자 모집 이벤트 행사인데 이 또한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할 소지가 많다.

한 지역에 많은 신문사들이 경쟁하며 치열한 광고·판매 경쟁을 벌이는 중소도시일수록 고민이 크다. 고민이 큰 만큼 위험 부담 또한 크기 마련이다.

지역의 유명 인사들을 필진으로 영입하거나 지역의 토호세력과 결탁하여 공동사업을 펼치는 등의 방법으로 사세를 확장해 나가는 신문들이 그래서 많다.

신문사 부설 교육기관이나 연수시설 등을 설치해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중견 기업인들,지방의회 의원들,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회비 등 돈을 받고 일정 기간 교육(연수)를 실시해 주는 신문사들도 많다.

신문사 부설 아카데미, 또는 신문사 부설 최고 리더과정 등 신문사  고유 명칭을  부각시킨  수입사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쉬운 방법은 필진으로 지역의 유명 인사들을 참여시켜 신문을 알리고 사세를 확장하는 경우다.

전북도민일보 새 필진(8월 3일자1면  알림)
전북도민일보 새 필진(8월 3일자1면  알림)

전북도민일보가 8월 3일 1면에 소개한 필진들을 보면 50명이 넘는 외부 인사들의 이름과 얼굴들이 낯설지 않다.

모두가 지역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정치인, 기업인, 대학 총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화려한 멤버들로 포진됐다.

신문은 “오피니언 필진을 새롭게 개편, 독자 여러분과 만납니다.”란 제목과 함께 “이번 필진에는 각계 오피니언 리더 29명이 새로 참여해 기존 필진과 함께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읽어내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필진 코너는 전북은 지금, 정치마당, 세상만사, 경제판도, 아침의 창, 사회칼럼, 시시각각 등으로 요일별 특색 있게 꾸며진다”며 “개편된 필진의 글은 8월 3일자부터 싣는다”고 상세하게 안내했다.

전현직 국립대 총장, 도의회 의장, 도 정무부지사, 사립대 총장, 21대 국회의원 10명, 은행 부행장, 도 산하 기관장, 기업인, 교수 등 그야말로 전북의 각계분야 리더들이 다 모였다. 

과연 이들이 모두 언론사 필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지 의구심이 들만큼 화려한 이력과 캐릭터 소지자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전북출신 국회의원 모두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최근 이스타항공 사태로 구설수에 오른  의원도 포함됐다.

과연 본인들이 직접 필진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성의 있게  본인 글을 직접 쓸 수 있는지는 두고 볼일이다.

신문의 외부 칼럼은 해당 신문사의 논조나 의제방향과 다른 방향의 글을 게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지나친 자기본위 주장 또는 정당의 정강 정책을 자랑하는 글들이 지면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 독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지탄의 대상인 되는 지역 인사 또는 교수, 기업인들도 때로는 신문사에 얼굴을 내밀며 칼럼을 쓰는 경우가 있다.

직함과 이름을 보고 필진을 섭외하고 구성한 것은 아닌지, 많은 외부 필진들을 보면서 생각이 들게 한다.

좀 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소수자나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필진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비단 전북도민일보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16개의 일간신문들이 등록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뉴스의 획일성과 오피니언 필진의 구성조차 유명인사들 위주로 구성돼 있어서 다양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들은 그렇다 치더러도 지역언론들까지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소릴 듣진 말자.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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