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전주시 옛 대한방직부지 개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1)

전주시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는 옛 대한방직 부지는 수년 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람 잘날 없는 곳이 돼버렸다.

대규모 개발이 우선인가, 시민들 공원시설이 우선인가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기 시작했던 이 곳은 그러나 대규모 개발사업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특혜시비가 끊임없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전주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조감도((주)자광이 언론에 제공한 조감도 )
전주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조감도((주)자광이 언론에 제공한 조감도 )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문제가 시민공론화 탁자에 올려 진 것은 2019년 말. 개발이냐, 보존이냐, 환지냐, 매입이냐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전주시는 그해 11월 19일 ‘대한방직 부지에 대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이른바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위한 예산 1억 8,000만 원 편성을 전주시의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론 수렴을 위한 특단의 고육지책'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심 반전을 모색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곧바로 12월 2일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전주시가 제출한 대한방직 부지 관련 시민 공론화위원회 운영 예산 1억 8,000만 원을 그대로 반영키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뜨거운 논란의 불씨는 공론화위원회로 넘겨지기 시작한다. 전주시는 서부신시가지에 위치한 옛 대한방직 부지가 사유지이지만 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야 개발이 가능한 사안인 만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행정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책임 회피라는 비판은 여전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전주시는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면 그간 개발과 보존, 특혜 논란을 야기해온 옛 대한방직 부지에 대해 시민들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며 사회적 합의 도출과정을 거쳐 올바른 존치 방향을 정립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는 논리로 밀어붙였다.

"시민공론화위원회,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책임 회피성’" 비판

전주시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
전주시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

전주시는 즉각 2019년 12월 공론화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언론, 시의원, 공무원 등으로 사전준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전준비위원회는 시민 공론화의 방식과 주요 의제, 위원회 구성, 운영기간 등을 폭넓게 검토해 공론화위원회의 출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주시 관계자는 “시의 정책결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 방식을 실현하고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며 “대한방직 부지에 대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과의 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들끓던 찬반 여론이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개발사업의 주체가 실제로 누구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낯선 사업체였던 ㈜자광은 대한방직으로부터 23만 565㎡부지를 인수해 2018년 11월 공동주택 3,000세대와 복합쇼핑몰, 430m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호텔, 문화시설 등을 건립하는 주민제안 개발계획을 전주시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이 제안이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아 ‘수용불가’ 입장을 회신하면서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이르게 되었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과거를 복기해 보면, 옛 대한방직 부지가 특혜논란에 직면하게 된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란다. 서부 신시가지 조성대상지에 이 부지가 포함됐으나 대한방직측이 공장존치 등을 이유로 제척을 요구해 관철시키면서 비롯됐다.

당시에도 특혜시비가 일었던 이 부지는 신시가지 조성과 함께 ‘노른자위 땅’이 돼버렸다. 대한방직은 공업용지인 이 땅을 싯가의 5배를 받고 (주)자광에 팔아넘겨 ‘먹튀’논란이 일었다.

공업용지, 상업용지로 전환은 ‘특혜’ 반발

(주)자광이 계획대로 공동주택과 복합쇼핑몰, 타워 등을 건설하려면 현 공업용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야 가능하다.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는 '특혜성' 이유다.

이같은 논란 속에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여부를 본격 논의하게 될 시민공론화위원회가 5월 28일 첫 회의를 갖고 참여위원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시민공론화위원회는 이날 전주시청 4층 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열고 위원장에 원광대 도시공학과 이양재 명예교수를 선출했다. 시민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명단도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이양재 위원장을 비롯해 오용준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희진 사무총장, 이승모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원내교수(이상 갈등 조정 분야), 유대근 우석대 명예교수·엄영숙 전북대 교수(이상 사회경제 분야), 최종문 현대 감정평가사무소 대표(회계ㆍ감정 분야), 연합뉴스 홍인철 전북본부 부본부장(언론분야), 전주시의회 박선전 도시건설위 부위원장,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이상 시민단체 분야) 등 모두 11명이다.

지역언론들은 전주시 대신 공론화위원회를 예의주시하며 위원회가 발표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의 보도는 거의 유사하다.

첫날 회의 직후 지역언론들은 “전주 완산구 유연로 일원의 대한방직 부지는 총 23만 565㎡에 달하며 전북도와 전주시가 각각 6,228㎡와 7,873㎡를 소유하고 있고, 지난 2017년 ㈜자광이 21만 6,463㎡를 매입한 상태”라며 “자광은 1,980억 원에 자사가 소유한 부지를 사들이면서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를 비롯해 60층짜리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호텔 건립 등 2조 5,000억 원 규모의 개발계획을 내놓았다”고 발표 내용을 그대로 받아썼다.

또한 언론들은 기사에서 "시는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과 장기적 도시개발 계획 등과 맞지 않는다”며 제안서를 보류한 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며 ”현재 이곳은 도시기본계획상 주거용지로, 도시관리계획상 공업지역(22만 2,692㎡)과 자연녹지(7,873㎡)로 돼 있고, 자광은 부지 개발을 위해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보도했다. 그동안 수차례 보도해 왔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론화위원회, 검증 아닌 통과의례” 곱지 않은 시선

전주시민회(페이스북)
전주시민회(페이스북)

그러나 전주시민회 입장은 다르다. 이문옥 사무국장은 “정상적인 땅에 고층 타워를 만들고 복합시설을 개발한다면 반대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나 현 부지는 ‘알박기’를 한 곳인데다 용도를 변경해 줘야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서부신시가지 개발 당시 평균 감보율이 59.9%였는데 이를 적용해 사업을 하라고 하면 손사래치고 달아날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기존 관례를 볼 때 검증차원이 아닌 통과의례의 하나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별다른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주시민회는 7월 1일 공론화위원회 4차 회의를 하루 앞두고 다시 성명을 냈다.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다.

공론화위원회가 대한방직부지 개발사업을 제안한 (주)자광을 초청해 자광이 제안한 사업내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지만 의견 청취할 대상은 자광이 아닌 ‘기은센구조화제이차(주)’라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시민회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제시한 뒤 대안을 내놓았다.

첫째, 전주시의 도시계획 실패와 책임회피에 대한 입장 표명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회는 “전주시는 서부시시가지 개발사업(약 90만평) 당시, 대한방직(주)이 공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현 대한방직부지를 개발대상에서 제척했다”면서 “그러나 대한방직은 약속을 어겨, 거액의 개발차익을 남기고 전주시와 전라북도에서 철수한 상태”라고 전제하면 서 “명확한 알박기 사례로 전주시의 도시계획 실패”라고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시민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방직공론화위원회는 이에 대한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을 회피하고 있다”며 “도시개발의 주체는 어떠한 경우든 전주시일 수밖에 없으며, 대한방직부지 용도변경의 법적 제도적 책임을 져야할 전주시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슬그머니 공론화위원회에 책임을 미루는 행태에 대한 대한방직공론화위원회의 공식 입장 표명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대한방직부지 개발계획의 실체는 자광 아닌 기은센구조화제이차(주)” 주장

전주시민회가 6월 30일 공개한 자료
전주시민회가 6월 30일 공개한 자료

둘째, 전주시민회는 대한방직부지 개발계획의 실체는 기은센구조화제이차(주)라는 주장이다.

시민회는 “(주)자광은 자본금 15억원의 페이퍼컴퍼니”라며 “대한방직부지 매입대금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이자까지도 전액(2,435억원) 부동산 담보신탁을 통해 조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법적 소유권도 하나자산신탁(주)로 이전했으며, 신탁계약서 부속특약에 의해 대한방직부지의 우선 매수권자는 기은센구조화제이차(주)”라는 것이다.

시민회는 또한 “롯데건설(주)은 기은센구조화제이차(주)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자금보충이라는 연대보증을 서 관련 자금을 조달했다”면서 “전주시 대한방직공론화위원회가 의견청취할 대상은 (주)자광이 아니라 기은센구조화제이차(주)와 롯데건설(주)이며 이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해당 부지는 전주시 도시계획을 역행하고, 알박기라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여 전주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시민회는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의견과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한방직 부지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도시개발 관련법을 적용하여 전주시는 해당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부지를 수용하여 서부신시가지 계발사업의 원칙을 지켜 땅으로 되돌려 주(환지)거나 현금으로 매입하는 것이 어느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이다. 

이 방법만이 대한방직(주)의 부동산투기 알박기로 왜곡된 전주 서부신시가지 개발계획을 정상화시키고 전주시 도시계획에 대한 전주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선이다.”

자광, "40m 더 높은 153층 470m 조성 계획?", 더 커진 '특혜' 불씨

KBS 전주방송총국 7월 3일 관련보도(화면 캡쳐)
KBS 전주방송총국 7월 3일 관련보도(화면 캡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4차 회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논란의 불씨를 오히려 키웠다.

우선 개발에 뛰어든 (주)자광이 시민공론화위원회에 출석해 개발 제안 배경 등에 대해 처음 설명한 자리였지만 과거 제안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아 시민 공감대 형성은 물론,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이날 자광 측이 시민공론화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추후 검토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인데다 기존 143층 430m 익스트림타워를 40m 더 높은 153층 470m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가뜩이나 전주시의 토지용도 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도심 한 복판에 타워를 40미터 더 높게 변경하여 조성하겠다는 자광의 계획을 공론화위원회는 물론 전주시가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그러자 공론화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는 공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시민 의견을 듣기도 전에 자광이 타워 중심의 복합개발만 선호하면서 공론화위원회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침묵하는 전주시, 왜?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옛 대한방직 부지의 개발안까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과 함께 “여러 논란 속에도 일방적인 제안과 설명을 듣는데 그치고, 판단은 시민들에게만 맡겨 역할을 놓고 의문을 낳고 있다”고 JTV와 KBS전주방송이 4차 회의 다음 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전주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론화위원회 뒤로 꼭꼭 숨어 버린 모양새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 신문들도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아끼고 있다. 왜 그럴까?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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