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사태' 속보
“오늘 전주공장에서 본사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위원들이 내려와서 갑작스런 교섭을 했습니다. 합의했습니다. 인원 감축 30%에 합의했습니다.”
8일 낮 12시 57분. 김성곤 푸르밀 노동조합위원장은 전주공장에서 이날 긴박하게 4차 노사 교섭이 이뤄진 직후 일부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긍정 메시지를 날렸다. 다소 흥분된 분위기가 행간에서 고스란히 묻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차 교섭까지만 해도 전혀 희망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조조정안을 놓고 사측은 50%안을 제시한데 반해 노조는 30%를 최후 카드로 제시힌 터라 이날 교섭 결과는 전 직원들은 물론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희망퇴직 신청자 공고 이후 분위기 반전...사측 대국민 호소까지 상황 ‘긴박’
발표 직후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다시 언론에 “오늘 오전 교섭한 것은 맞은데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면서 “사측 입장은 협의하고 보고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서로 오해가 있었던것 같다"고 밝히면서 "정정"을 요구해 일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30% 구조조정안에 긍정적 신호를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새로운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음날인 9일 전주공장에는 ‘희망퇴직 신청자 모집 공고’가 붙었다. '이달 10~14일까지 5일간 희망퇴직자를 모집한다'는 공고 문구에 어렴풋이 희망이 보였다.
희망퇴직 모집 공고문 맨 아래는 회사 대표가 아닌 '김성곤 노조위원장' 명으로 돼 있었다.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직원들 사이에는 ‘이달 말 영업 종료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모처럼 한목소리가 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았다. 이런 분위기를 알아차린 듯 바로 다음 날인 10일 신동환 대표이사와 임직원, 노동조합 명의의 대국민 호소문이 나왔다.
“회사는 기존에 발표한 11월 30일부 사업종료를 전격 철회하고, 슬림화된 구조하에 갖추어진 효율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영업을 정상화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직원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특히 이날 신 대표는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도 지속된 누적 적자로 ‘경영 위기’를 넘어 회사의 ‘존폐’를 고민할 만큼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지난 10월 17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온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급여지급이 가능한 날까지만 사업을 영위할 것임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 대표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드린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사업종료만은 막고 어려움을 최소화해달라는 요청을 한 마음으로 해 주셨다”며 “노동조합의 뼈를 깎는 희생과 도움으로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말해 그동안 백방으로 노력해 온 노조에 공을 돌렸다.
게다가 신 대표는 “자금지원의 용단을 내려 주신 주주분들의 지원으로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면서 “회사는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하오니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어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이날 고객들에게도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며 “저희 제품을 사랑해 달라.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곤 노조위원장은 그러나 “전 직원이 '으쌰으쌰 힘으로 모아서 다시 해보자'고 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상 또 그게 안 되는 부분이 남아 있어서 여전히 아쉽다”고 밝혔다. "영업 정상화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다"는 게 그의 조심스런 주장이다.
‘영업 정상화의 길’ 다시 들어설지 기대-우려 '교차'
사업 종료 선언 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유 등 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대형마트 등 주요 거래처도 끊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유 소비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사업 다각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푸르밀이 이달 30일로 예고했던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하고 24일 만에 임직원 30%를 줄여 사업을 유지하기로 하자 임실군에 위치한 푸르밀 전주공장 직원들은 물론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온 낙농가들도 한시름을 놓게 됐다.
지난달 17일 푸르밀 경영진이 사업을 종료한다는 내용과 함께 일방적 정리해고를 통지하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었던 한 달여 기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마찰을 겪은 푸르밀.
과연 '정상화의 길'로 다시 들어설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교차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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