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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가 지역 낙농가와 노조 등의 반발로 철회했던 푸르밀이 결국 전주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전주공장이 소재한 임실지역의 경제적 타격이 클 전망이다. 

지난 1978년 롯데우유를 모태로 일심지역에 공장을 설립해 운영돼 온 푸르밀 전주공장은 그동안 ‘비피더스’, ‘검은콩 우유’ 등 우유와 분유 등 유명 유제품들을 만들어 왔으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45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1년 전 고비 넘긴 푸르밀, 대구공장 두고 전주공장 폐쇄키로

푸르밀 전주공장 전경
푸르밀 전주공장 전경

21일 푸르밀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경영난을 피하기 위해 전주공장을 올 12월 30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하고 전주공장 직원들에게 이를 안내하는 등 수개월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제시한 상태다. 전주공장은 지난해 150여명 중 구조조정 및 조기 퇴직 등으로 현재 50여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지난해 10월 매출 감소와 누적되는 적자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가 노사합의에 따라 ‘30% 구조조정을 전제한 사업 재개'를 결정한 푸르밀은 흑자경영 달성 경영을 위해 선택·집중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누적된 경영 악화로 전주공장이 희생 타깃이 됐다. 

푸르밀은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는 이유로 전주공장을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각 사업장들을 축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구공장은 그대로 두고 전주공장만을 폐쇄하다는 방침에 대해 전주공장 직원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지역의 납품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 불안감 호소...일부만 대구공장으로 이동 

이를 의식한 듯 푸르밀은 원유를 납품하는 임실지역 낙농가 20여 곳에 대해 일단 전주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대구공장에 그대로 납품을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동 거리가 멀고 수송 방법에 제한이 뒤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주공장에서 각 거래처로 제품을 옮겼던 50명가량의 화물차 기사들은 늘어나는 운행 시간뿐 아니라 대구공장에서 운송을 이어간다 해도 일감이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남아 있는 공장 직원들은 대구공장으로 일부 고용을 승계한다는 회사 방침이지만 직원 대부분이 임실과 전주 등 전북에 거주하고 있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공장이 문을 닫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낙농가들 “먼 대구까지 납품해야 하는 데다 공급처 갈수록 줄어 생계 막막”

푸르밀 로고
푸르밀 로고

푸르밀 노조 관계자는 “당장 일을 그만두게 되면 생계가 곤란해 지는 직원들아 많다”며 “전주공장에서 제품을 받던 전북지역 대리점들도 판매할 제품이 줄어들게 되고 먼 대구까지 운송 과정에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푸르밀이 경영 정상화 선언 1년 만에 또다시 위기를 맞으면서 지역 낙농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푸르밀에 원유를 납품해온 임실의 낙농가 20여 곳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당분간은 대구공장으로 원유를 납품할 수 있다고 하지만 먼 거리인데다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또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실지역 낙농인들은 “우유 소비가 계속 줄면서 남품처가 갈수록 줄어든 대신 사룟값 등 생산비는 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푸르밀 전주공장 사업 종료의 여파가 임실지역은 물론 도내 관련 업계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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