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방자치제 부활 30년 만인 지난해 자치경찰제가 전국에서 일제히 출범해 올해로 1주년을 맞지만 여전히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선 경찰과 지방지치단체들 사이에 혼선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책임은 있고 권한은 없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해당 기사]

'한 지붕 세 가족', '사병화' 논란...'자치경찰 시대' 불안한 개막

'한 지붕 세 가족' 전북자치경찰, 도의회와 충돌...'정체성' 혼란

자치경찰위원 다양성 상실...출범 1년 맞아 우려·한숨 ‘가득’ 

25일 전북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 1년을 맞아 전북도청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25일 전북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 1년을 맞아 전북도청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무엇보다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 배분 문제,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이 산적한 난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출발부터 제기된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중립성 논란은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치경찰 출범 1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했지만 정작 겉과 속은 다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북자치경찰위원회도 25일 자치경찰 출범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했으나 정작 우려와 한숨이 가득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 서거석 전북교육감, 강황수 전북경찰청장 등과 도내 자치경찰사무 담당 경찰관 100여 명이 함께했다. 그러나 이날 이형규 전라북도자치경찰위원장은 “현 자치경찰제는 자치경찰이 아닌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등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채 출발했다”고 작심한 듯 발언했다.

그는 또 “다행히 현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통령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도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면서 “진정한 자치경찰제가 실시 될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지원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위원장이 현 자치경찰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어서 더욱 시선을 모았다. 

독립적 행정기관으로서 처분권·집행권 없어...제도 안착에 가장 큰 '걸림돌' 

전주MBC 2021년 6월 30일 보도(화면 캡쳐)자치경찰
전주MBC 2021년 6월 30일 보도(화면 캡쳐)자치경찰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 7월 1일 ‘지방 자치시대 실현’이라는 기대와 함께 출발할 때부터 제기돼 왔다.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비판 속에 출발한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자치경찰사무가 현행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명시한 지방자치사무에 대한 비용 지원 등에 한계가 발생하는 등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예산 편성권이나 인사권 등 독립적 행정기관으로서 처분권이나 집행권이 없다는 점이 제도 안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 1년이 지난 가운데 지역 간 자체 재원 불균형이 심각해 치안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자치경찰 사무관련 재원확보 및 치안 균질성 유지 방안 마련'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각 지자체로 예산 규모 중 자체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전남·경북 재원 비율 가장 낮아...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 예산 규모 중 자체 재원 비율은 서울(51%)과 세종(48%)이 가장 높고, 전북·전남·경북(18~19%)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반회계 중 자체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세 비중도 광역단체 간 최소 31.1%p에서 최대 70.9%p까지, 기초단체 간 최소 14.3%p에서 최대 59.5%p까지 차이가 났다.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이처럼 지역별로 편차가 큰 상황인 만큼 보완 장치가 없으면 자체 재원이 낮은 지역은 치안 서비스에서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 때문에 나온다.

일각에선 자치경찰위원회 예산이 국고보조금 형태가 아닌 지방 사무 이양에 포함돼 지원되기 때문에 자치경찰교부세 신설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경찰국의 신설 문제로 어수선한 경찰청의 향후 자치경찰제 이원화 방안 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에선 자치경찰에 경찰 출신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치경찰위원 대부분이 경찰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균형이 기울어졌다는 비판이 높게 일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 논란도 제기됐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고발 사례까지...’첩첩산중‘

전주MBC 6월 28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6월 28일 뉴스(화면 캡처)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정읍·고창) 국회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지난 6월 24일 전북도자치경찰위원이자 김관영 전북도지사직인수위원인 김동봉 씨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제1항과 제85조(공무원의 선거 관여 등 금지) 제1항의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고발인은 해당 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며, 피고발인은 전직 경찰 출신으로 현직 전북도자치경찰위원과 도지사직 인수위원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자치경찰위원인 김씨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읍시장 후보로 나선 무소속 김민영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 달기 등을 적극 행함으로써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위원은 군산 출신으로 정읍과 군산지역에서 경찰서장 등을 지낸 뒤 퇴직했지만 지난해 7월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할 때 전체 7명의 위원 가운데 국가경찰위원회 추천 몫으로 위원으로 임명됐다. 군산경찰서장 재직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김관영 당선자와 인연으로 도지사직 인수위 도정혁신단 TF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이처럼 지방자치경찰제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만 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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