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주민자치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치경찰은 주민자치의 완결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북일보 6월 1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일보 6월 1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형규 초대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장이 지난 6월 17일 한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자치경찰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재정 문제에 대해 “진정한 자치경찰제가 되려면 시·도지사님과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더욱 논의가 되어야 한다”며 “재원 분배하는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행정 경험이 많은 그가 첫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수장 자리를 맡아 이끌면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음이 인터뷰 곳곳에서 읽혔다. 더구나 그는 전라북도 행정 및 정무부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어 전북도지사와 가까운 인물로 평가됐다.

그래서 출발부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임에서 도지사 입김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연히 공정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주민자치 완결편’ 되겠다더니, 출범 한 달도 안 돼 전북도의회와 갈등 '불안' 

전주MBC 7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7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그러더니 “주민자치의 완결편이 되겠다”고 큰 소리 치던 그가 주민자치의 보루로 일컫는 지방의회에서 갈등과 충돌을 불러 일으켜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일 본격적으로 출범한 전북도 자치경찰위원회가 한 달도 안 돼 전북도의회에서 갈등을 표출해 도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22일 열린 제383회 전북도 임시회 제4차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형규 자치경찰위원장은 그간의 전라북도 자치경찰의 진행 방향 등에 대한 보고를 진행하면서 업무보고에 대한 회의적인 발언으로 일순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JTV 7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JTV 7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이날 일정 보고를 마친 이 위원장은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사무국장이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도의회 문승우 행정자치위원장은 “위원장이 보고를 안 하고 사무국장에게 위임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자치경찰위원회가 의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답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이 위원장은 “예산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보고할 필요가 있나 생각을 한다”고 말하자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도민 참여형 자치경찰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위원장이 도의회 업무보고를 해야 할 지 혼란스럽다는 말을 하니 당황스럽다”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끝내 정회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지역언론들, ‘갈등’, ‘충돌’, ‘신경전’...양측 모두 비판, '어리둥절' 

전북일보 7월 23일 2면 기사.
전북일보 7월 23일 2면 기사.

결국 추후 업무보고를 하는 것으로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지만 이를 바라본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갈등', '충돌', '신경전'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전달하는 과정에서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곳이 많았다. 

전북일보는 23일 해당 기사에서 “이날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도의원들이 전북자치경찰위원회를 기선제압 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하면서 “반대로 도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공개적인 석상에서 자치경찰위원장이 법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향후 논의를 해야지 갈등을 야기시킨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전주MBC는 관련 보도에서 “자치경찰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며 독립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어 전달했다. 

방송은 기사에서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는 22일 도의회와의 갈등과 관련해 위원회는 도지사 소속의 독립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국가경찰 사무의 일부를 수행하고 있어 검찰청처럼 의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도의회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면서 “도의회는 이형규 자치경찰위원장이 업무보고에 응하지 않고 퇴장한 데 대해 도민의 의견을 반영할 의사가 없는 불통기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JTV는 관련 보도에서 “지난 1일 출범한 자치경찰위원회가 도의회 업무보고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며 역시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장에 초점을 가했다. 

기사는 “도의회 행자위에서 예산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경청하고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자신이 세부 사항까지 보고해야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발언해 의원들의 반발로 업무보고가 중단됐다“며 ”도의회 행자위는 이 위원장이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무국장이 대신 보고하도록 요청하는 건 부적절하고 의회를 경시하는 처사라며 이런 태도가 시정되지 않으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주민자치기구들 간에 빚어진 묘한 신경전과 갈등 양상에 대해 지역언론들 또한 묘한 스탠스를 유지하거나 양비론으로 전달해 독자와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주민이 선출한 지방의원 무시한 것은 도민 무시한 처사” 비난 높아 

이를 바라본 도민들 사이에는 “주민들이 선출한 지방의회 의원들을 무시한 자치경찰위원장의 태도는 도민들을 무시한 행위와 같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 김모 씨(55.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는 “자치경찰이 전북도지사 등 행정과는 잘 소통하더니 도의회와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전북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서울과 충청지역 등에서도 지방자치경찰이 지방의회 또는 경찰청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와 관련된 조례와 이행에 관한 문제가 전국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자치경찰 사무 범위를 정할 때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전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들을 수 있다’를 ‘들어야 한다’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들을 수 있다’는 문구에 대한 반발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청북도에서는 한 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이 ‘들을 수 있다’는 문구를 반대하며 1인 시위까지 벌이고 나설 정도다. 경기도는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자치 입법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초안에는 ‘들을 수 있다’로 표기했으나 이후 의견 청취를 통해 ‘들어야 한다’로 변경해 입법 예고했다. 

“도지사로부터 독립, 주민의 편에선 자치경찰 되어야” 목소리 높아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6월  2일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식'을 열고 이형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6월  2일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식'을 열고 이형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이처럼 17개 시·도 가운데 이와 같은 조례안이 의결된 곳은 단 6곳 뿐이다. 대전광역시·충청남도·부산광역시 등 3곳은 ‘들어야 한다’로 결정됐고, 인천광역시는 ‘협의하여야 한다’, 강원도는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청취하여야 한다’는 표현으로 정해진 상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자치단체들의 자치경찰 조례 심의가 보류된 상태에서 전북에서는 자치경찰이 지방의회와 충돌을 빚는 현상까지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더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자치경찰은 주민자치의 완결편’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누구보다 주민들의 편에 서서 독립된 기구로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에 기대는 자치경찰보다는 지방의회와 협력하며 주민들 편에서 공정하고, 정의롭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가뜩이나 전북에선 출범 초기에 전북자치경찰위원장 선임 과정에 도지사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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