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도청 전경
전북도청 전경

7월 1일부터 각 지역마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자치단체들이 들떠 있는 형국이다. 

전라북도는 향후 3년 간 생활안전, 여성·청소년·아동, 교통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하는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지원을 위한 내부 인사까지 단행했다. 

전북도는 28일 자치경찰정책과장과 자치경찰행정과 인사 TF팀장, 치안정책팀장 등 10명을 파견 발령했다. 앞서 24일에는 전북라북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 7명을 구성 완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힘들게 출범한 전라북도자치경찰위원회가 특정 기관 추천 인사들로 치우쳐 정작 도민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민·힘없는 약자 대변해줄 인물 부재...기관장·교수 출신 대부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 캡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 캡쳐

특히 전북도자치경찰위원회 구성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전북도지사 추천 1명과 전북도교육감 추천 1명, 전북도의회 추천 2명 외에 국가경찰위 추천 1명, 추천위원회 추천 2명 등 7명 모두 주요 기관 또는 기관장 추천 일색이다.

전북도가 지난 24일 발표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중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형규 씨)은 전북도 정무부지사와 행정부지사를 지낸데다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면서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전북도 및 도지사와 인연이 깊은데다 새만금을 비롯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승화·발전시키기 위한 중요 사업들에 전념해도 부족할 판에 여러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자치경찰위원회에까지 이름을 올린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다른 위원들도 전 도의회 사무처장(공무원)을 비롯해 대학교수 출신 2명, 전직 경찰서장 2명, 변호사 1명이 위원으로 포함됐으나 인권 전문가 또는 서민과 힘없는 약자들을 제대로 대변해 줄만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전북도가 그동안 자치경찰제도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했는지 의문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전북도지사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북도 예하 기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1명뿐, 전북도 민주적인 절차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결과” 

전북여성단체연합 성명서(5월 27일)
전북여성단체연합 성명서(5월 27일)

전북여성단체연합은 27일 ‘민의를 반영한 성 평등한 자치 경찰 위원회가 구성되길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현재 추천된 자치경찰위원 7명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는 지방자치경찰위원회에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여성위원을 확대하여 위원 구성에서의 성 평등성을 확보하고 여성의 사안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지난 4월 7일 여성과 인권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젠더 감수성을 가진 조례제정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여성 폭력을 상담하는 현장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했다”며 “특히 전북도 지방자치경찰 조례안에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위원 구성에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와 ‘위원 중 1명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는 내용을 전북도에 제시한 바 있지만 전북도에서는 이렇다 할 답변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를 통과시켰고 추천된 자치경찰 위원 7명 중 1명만이 여성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이는 전북지역 여성단체 및 여성 폭력 관련 기관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전북도가 젠더적 요구와 민주적인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성명에서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전락할 가능성”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논평(4월 14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논평(4월 14일)

앞서 지난 4월 14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성위원과 인권전문위원이 배제될 위험이 있다”며 “전북도 조례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회 등의 추천으로 해당 기관의 중심형 구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북도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에 대해 28일 모니터 보고서 ‘전북 주요뉴스 '피클'’에서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북도의 조례는 바뀌지 않았고 7명 중 1명 만 여성 위원으로 위촉됐다”며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칫 지방자치단체장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북민언련은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 만에 자치경찰제가 시작되었지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치경찰이란 점을 감안해 행정에서는 인권경찰·성평등경찰을 만들기 위해 조례를 보완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치경찰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이러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자치경찰제가 전북도 예하 기구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며 도지사 권한을 강화시키는 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전북도자치경찰위원회, 전북도 예하기관 전락해선 안돼

더구나 지방선거가 1년 후면 다가온다. 자치경찰제가 이러한 선거에 활용돼서도 안 된다. 관료들만의 행정을 넘어 민주적 정당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 활동이 절실하지만 위원들을 추천한 해당 기관들의 요구에만 부응하는 식이어서도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전북도는 향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임명 후, 제1차 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위원회 의결과 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상임위원도 임명할 계획임을 밝혔다. 임명된 위원장과 상임위원에 대해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하며 이를 위해 이미 전북도청 1층에 위원회 사무국 조직(2과 6팀)을 신설하고 시범운영을 위해 전북도 공무원과 경찰공무원 등 22명을 배치, 위원회 운영을 지원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그러나 자치경찰위원회 추진 과정에서 조례안과 예산 등을 전북도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위원회가 도지사 권한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소리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곧 출범하게 될 초대 자치경찰위원회 역할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관련 기관들은 이러한 민의를 겸허히 새겨야 할 것이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