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3월 25일

‘무늬만 자치경찰, 한 지붕 세 가족' 

‘구호만 요란, 사병화 논란' 

지난해 7월 1일 불안한 출발을 보인 자치경찰제가 1년도 채 안 돼 내부에서 파열음이 연신 나오고 있다. 말만 자치경찰이지 예산도 권한도 없는 그저 허울뿐이라는 볼멘 소리가 높다. 

특히 주민 맞춤형 자치경찰제 실현이 불가능한 현 실정에 대한 이형규 전북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이 작심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내 이목을 끌었다.

‘목표·사람·돈’ 없는 유명무실 자치경찰…내부 비판 고조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장이 2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치경찰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장이 2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치경찰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이형규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자치경찰제 시행 의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례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치경찰제는 정책에 대한 목표와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조직이 유명무실하며,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국민 사기”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7월 1일 주민참여 및 지역실정을 반영한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면 시행됐지만 일선 경찰과 지방지치단체들 사이에는 혼선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그동안 곳곳에서 나왔다.

[해당 기사]

‘한 지붕 세 가족', '사병화' 논란...'자치경찰 시대' 불안한 개막

그러더니 1년도 안 돼 자치경찰 사무가 명확치 않고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없어 행정 절차상·운영상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치경찰제가 명확하지 못한 사무규정 탓에 시행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상황대로라면 주민 맞춤형 치안서비스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북자치경찰위의 입장이다. 특히 자치 사무인지 국가 사무인지 여부에 대한 법령 해석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데다 예산도 없어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정책에 대한 목표·개념 모호하고 조직 유명무실”

JTV 3월 24일 뉴스 영상 화면 캡처)
JTV 3월 24일 뉴스 영상 화면 캡처)

이와 관련해 이형규 위원장은 “경찰법 제4조 제1항에 ‘자치경찰 사무는 경찰의 임무 범위에서 관할 지역의 생활안전, 교통, 경비, 수사 등에 관한 사무’라고 범위만 명시돼 있을 뿐 자치경찰의 목표, 개념, 기능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위원장은 또 “이러한 자치경찰 사무가 ‘지방자치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자치 사무인지, 국가 사무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행정 절차상·운영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실제 총 예산 78억원 가운데 44억원이 어린이와 노인 돌봄에 투입되면서 체감도 높은 주민치안 정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던 법적인 해석이 제각각이다보니 자치경찰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 법적 해석을 의뢰한 결과 ‘법무법인(로고스, 서교)’은 ‘경찰법 상의 국가사무로서 시·도지사에 위임된 기관위임 사무'라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행정안전부는 '원칙적으로 자치 사무로서의 성격은 지니고 있으나, 자치 사무로서의 일정한 제약을 가지고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전북자치경찰위원회는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최종적으로 요청했지만 법제처 역시 “국가사무에 대해 지자체장에게 위임된 기관위임사무에 관한 사항은 조례 제정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며 “이 사안은 조례의 상위법위반 여부를 다투는 것이 되므로 법령해석을 진행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양해 바란다”며 반려한 상태다.

“진정한 자치경찰 실현할 의지 있는지 강한 의문”

전주MBC 2021년 6월 30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2021년 6월 30일 보도(화면 캡쳐)

이에 대해 이형규 위원장은 “정부 부처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법률상 문제점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자 진정한 자치경찰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든다”며 “새 정부가 이러한 자치경찰제의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진정한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해 관심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불안과 우려 속에 출발한 지방자치경찰제는 예상대로 ‘속빈 강정’,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셈이 됐다. '지방자치경찰 시대가 열렸다'며 지역마다 자치경찰 출범식이 화려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세례와 함께 개막이 이뤄졌지만 1년 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무늬만 자치경찰제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 배분 문제,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이 산적한 난제로 제기되고 있다. 출발부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중립성 논란이 가열됐지만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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