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3년 전 출범 당시부터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지적에 이어 3년 내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자치경찰제가 1기 임기를 마치고 2기 체제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구성이 편향적인 데다 단체장으로부터 독립한 운영과 역할은 할 수 없는 종속적 행정기구로 전락해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무엇보다도 자치경찰의 기본 취지인 주민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를 보장할수 있는 방안이 미흡한 가운데 자치경찰위원회가 경찰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3년 전에 이어 또 다시 제기돼 제도 개선이 요원하기만 하다.
1기에 이어 2기 출범 앞두고 위원회 구성 편중화 심각...’남성·경찰·변호사‘ 대부분, 여성 1명 뿐

30일 (사)인권누리(공동대표 신양균·송년홍)에 따르면 2021년 제1기에 이어 ‘제2기 전북특별자치도 자치경찰위원회(전북자경위)’가 위원구성을 완료하고 6월 3일 출범을 앞두고 실시한 위원 구성은 자치경찰제의 본래 취지와 달리 법조인과 전직 경찰 간부로만 이루어져 경찰법 제19조 제2항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는 지적이다.
경찰법 해당 조항에 따르면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위원 중 1명은 인권 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2기 전북자경위원회 구성은 남성 6명, 여성 1명으로 남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고 있으며 전직 경찰과 변호사만으로 구성하여 인권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되었는지 의심스럽다는 게 인권누리 주장이다.
앞서 전북자치도는 최근 차기 전북자경위 위원장으로 이연주(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를 내정했으며, 신일섭 전 정읍경찰서장·나유인 전 익산경찰서장·박성구 전 덕진경찰서장·하태춘 전 군산경찰서장 등 4명의 퇴직 경찰관과 남준희(사법연수원 27기) 법무법인 온고을 대표변호사, 최낙준(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가인로 대표변호사로 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음 달 3일 출범하는 제2기 전북자경위원은 남성 6명과 여성 1명으로 구성됐으며 직업은 전직 경찰관 4명과 변호사 3명이다. 위원들은 도지사와 도의회, 국가경찰위원회, 교육감 등이 각각 추천한 7명의 인사로 구성됐다.
“자치경찰 본래 취지 훼손, 3년 전 1기 출범과 다르지 않아...도민 인권·사회적 약자 보호 전혀 반영하지 못해”

문제는 위원 구성이 자치경찰제의 본래 취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출범을 코앞에 둔 2기 전북자경위는 이미 남녀 성비가 현행법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특정 직군에 편중돼 있는 상태다. 2기에 앞서 지난 1기 당시에도 퇴직 경찰관과 법조인만으로 구성하는 등 자치경찰제에 반하는 구성으로 조직을 이뤄 비슷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인원누리는 이에 대해 “위원회가 전직 경찰관, 판사 출신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만 구성되어 도민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성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지방분권·주민자치 실현과 경찰권에 대한 견제·균형 실현과 성평등을 목적으로 한 법률의 취지를 배제한 채 이들을 추천한 도지사, 도의회 의장, 교육감 그리고 추천위원회는 인권에 대한 무의식, 성평등의 부재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권누리는 “1기에 이어 2기에도 자치경찰제의 취지를 무시하고 퇴직 경찰관과 법조인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처음부터 위원회는 단체장으로부터 독립한 운영과 역할은 할 수 없는 종속적 행정기구로 전락해버린 것”이라며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적인 운영 및 역할을 스스로 무너뜨린 자치단체장과 이를 견제하지 못한 지방의회를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누리는 “위원을 추천한 도지사, 도의회 의장, 교육감, 추천위원회는 자치경찰제 법률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전북특별자치도의 지방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촉구했다.
3년 전인 지난 2021년 7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 시행 30년 만에 이룬 지방분권의 취지에 맞는 성과로 반기는 시각도 있었지만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비판이 거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초대 전북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이 시민들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들에서 잇따라 제기됐었다.
2021년 5월 27일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추천된 1기 자치경찰위원 7명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는 지방자치경찰위원회에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여성위원을 확대하여 위원 구성에서의 성 평등성을 확보하고 여성의 사안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여성단체연합은 “여성과 인권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젠더 감수성을 가진 조례제정이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여성 폭력을 상담하는 현장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했다”며 “하지만 전북도는 이렇다 할 답변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례를 통과시켰고 추천된 자치경찰 위원 7명 중 1명만이 여성으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해 5월 31일 (사)인권누리도 성명을 내고 “전북자치경찰위원회의 추천과 구성은 자치경찰제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무시한 행정조직으로 강한 유감과 함께 최소한의 법적 조건을 준수하지 못한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의회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문성·중립성 등 제도적 보완 절실 불구 3년 동안 개선 의지·노력 미온적”

인권누리는 또한 “구성한 위원 중에는 인권전문가가 전혀 없어 자치경찰제 위원 구성을 명시한 경찰법 제19조를 무시했다”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에 대한 법률의 취지인 '도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주민자치, 지방분권, 도민의 인권보호를 근간으로 하여 자치경찰의 인권 전문성과 민주적 통제 확보‘와 도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위원회 구성”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더 큰 문제는 초대 자치경찰위원장에 대한 자격과 전문성·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인권누리는 성명에서 “전북도가 자치경찰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한 이형규 전주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북도 행정·정무부지사와 행정공제회 이사장,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한 퇴직 공무원 출신”이라며 “전북도는 도지사가 위원장으로 지사를 보좌한 퇴직 공무원을 내정한 것은 자지경찰제 본질을 무력화시키는 행태이며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적인 운영 및 역할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이 유사한 지적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본래의 자치경찰제를 실현하기에는 매우 불완전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불안전한 법적 근거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권한의 모호성, 예산의 부족 등의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과 관련해서도 도지사의 인사권과 자치경찰 전담 인력의 제한, 도경찰청장 임용 시 도지사와 협의하는 등 실질적인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수 있는 방안이 없고 인건비, 경상비 등 자치경찰 운영에 들어가는 모든 경비에 대한 국비 지원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세원 확보를 위해 자치경찰교부세 설치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에 대한 개선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미온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치경찰의 기본 취지인 주민의 참여와 민주적 통제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전혀 없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오명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따라붙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