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6월 29일
'한 지붕 세 가족', '자치단체 사병화'란 따가운 비판 속에 지난해 불안한 출발을 했던 자치경찰제가 출범 1년여 만에 자치경찰위원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결국 전북지역에서 사달이 났다.
현직 전북도자치경찰위원이 지방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고발을 당한데 이어 당사자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방선거 기간에 무슨 일이?...현역 국회의원 보좌관, 자치경찰위원 고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정읍·고창) 국회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지난 24일 전북도자치경찰위원이자 김관영 전북도지사직인수위원인 김동봉 씨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제1항과 제85조(공무원의 선거 관여 등 금지) 제1항의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고발인은 해당 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며, 피고발인은 전직 경찰 출신으로 현직 전북도자치경찰위원과 도지사직 인수위원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자치경찰위원인 김씨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읍시장 후보로 나선 무소속 김민영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 달기 등을 적극 행함으로써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자치경찰위원은 법률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제 받는다” vs “자치경찰위원은 비상임 위원으로 공무원이 아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실은 “시·도자치경찰위원은 법률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제 받는다”면서 “자치경찰위원인 김씨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하게 하거나 낙선하게 하기 위한 정치운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자치경찰위원 중 위원장과 사무국장만 공무원이고 나머지 5명은 일반인이다”며 “민간인 신분으로서 제가 좋아하는 후보자에 대한 댓글을 달았을 뿐, 반사회적 행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위원이 지난 5월 무소속 김민영 정읍시장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댓글 중 "정읍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김민영 후보, 일제 치하의 조선 독립처럼 망가진 정읍 민주당을 바로잡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친 김민영 후보"라고 지지한 내용 등 일부 댓글이 28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현직 자치경찰위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위원은 당시 "나도 찍고, 이웃도 찍고, 친구도 찍자"는 투표 독려도 했다. 이에 대해 윤준병 의원실 보좌관은 지역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역 전북자치경찰위원이 이같은 행위를 통해 정읍시장 선거운동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와 선거 관여 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은 “자치경찰위원은 비상임 위원으로 공무원이 아니고, 정읍경찰서장 시절 알았던 김민영 후보가 정읍을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개인적 의사를 표현한 것 뿐이다”고 부정하고 나서 선관위와 사법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치경찰위원은 정치적 중립 지켜야'...선거 중립 위반 논란

현행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경찰위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특히 공무원이 아닌 위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지방공무원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에 따른 처벌을 명시한 공직선거법은 선거 중립 의무 대상이 '공무원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공무원에 준하는 직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위원은 군산 출신으로 정읍과 군산지역에서 경찰서장 등을 지낸 뒤 퇴직했지만 지난해 7월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할 때 전체 7명의 위원 가운데 국가경찰위원회 추천 몫으로 위원으로 임명됐다. 군산경찰서장 재직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김관영 당선자와 인연으로 현재 도지사직 인수위 도정혁신단 TF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늬만 자치경찰...전직 경찰관 많이 포함된 것은 제도 취지 살리지 못한 것”

한편 지방자치제 부활 30년 만에 자치경찰 시대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전국에서 개막됐지만 일선 경찰과 지방지치단체들 사이에는 혼선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경찰 시대가 열렸다'며 지역마다 자치경찰 출범식이 화려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세례와 함께 개막이 1년 전에 이뤄졌지만 지금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무늬만 자치경찰제임을 알 수 있다.
[해당 기사]
'한 지붕 세 가족', '사병화' 논란...'자치경찰 시대' 불안한 개막
'한 지붕 세 가족' 전북자치경찰, 도의회와 충돌...'정체성' 혼란
무엇보다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 배분 문제,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이 산적한 난제로 제기되고 있다. 출발부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중립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초기부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우려가 높았다. 그러더니 결국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당장 전북지역에서 불거졌지만 언제든지 부각될 소지가 충분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지방자치경찰제 출범 당시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이 소홀할 수밖에 없던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경찰과는 다른 얘기를 할 사람이 자치경찰위에 필요한데 전직 경찰관 등이 많이 포함된 것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갈 길 먼 자치경찰, 독립성 확보가 가장 큰 '난제'

이와 관련 KBS대전총국은 지난 24일 ‘갈 길 먼 자치경찰제 안착...해법은 이원화?’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 달이면 '자치경찰제'가 출범한 지 1년이 된다”며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 강화'를 내세우며 첫발을 내딛었지만, 독립성 확보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한 “당장 자치경찰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출범 1년 가까이 됐지만 조직 분리가 제대로 안 돼 독립성 확보가 미흡한 것도 문제”라며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국가직 신분을 가진 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일원화' 모델로, 지방자치법에도 자치경찰의 성격이 명시되지 않아 법적 개념이 모호한 데다 승진·징계 의결 등 실질적인 인사권도 사실상 국가경찰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는 “자치경찰 사무 예산 역시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다 보니 사업 추진에도 한계가 있다”며 “새 정부가 최근 '자치경찰권 강화'의 세부 실행방안으로 '이원화 자치경찰제'를 제시한 가운데 인력, 예산, 업무 3박자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이형규 자치경찰위원장 도의회 계속 불출석...커지는 ‘갈등’
- '한 지붕 세 가족' 전북자치경찰, 도의회와 충돌...'정체성' 혼란
- '한 지붕 세 가족', '사병화' 논란...'자치경찰 시대' 불안한 개막
- 자치경찰제 출발부터 ‘삐걱’, 위원장 자격 논란...무엇이 문제?
- “도지사 위한 자치경찰위원회?, 안될 말’
-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다양한 의견 반영했을까?
- 전북 자치경찰위원회 7월 1일 출범 앞두고 7명 위원 위촉
- 자치경찰 출범 1년...정체성 '모호' 예산·인사권 없이 '무늬만'
- ‘무늬만 자치경찰’ 출범 2년째, 여전히 정체성 ‘모호’...“무리한 이원화 반대” 목소리까지, 왜?
- ‘무늬만 자치경찰’ 2년째...현직 경찰 90% "시범사업 참여 거부", 제도 정착 ‘난망’
- 유명무실한 '자치경찰제', 이형규 전북자치경찰위원장 2년째 불만만 '가득'...왜?
-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늬만 자치경찰' 오명...2기 전북자치경찰위원 ’남성·경찰·변호사‘ 대부분 차지 '여성' 1명 뿐, "현행법·인권 무시" 비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