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되살아나는 '계보·계파 정치', 무엇이 문제?(1)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의 책임을 놓고 벌이는 공방과 갈등이 정치 혐오와 냉소를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두 선거의 패배 책임을 놓고 반성과 성찰은 커녕 반목과 분열로 치닫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선 '친 문재인'(친문) 대 '친 이재명'(친이)계의 갈등으로 번지는 민주당 내부 분열은 계보·계파 정치의 해묵은 구태를 다시 부르고 있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에선 '친 정세균(SK)'계와 '친 이낙연(NY)'계의 세 대결까지 가세해 8월 전당대회와 내년 4월 '전주을'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되살아나는 계보·계파 정치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지방선거 패배 놓고 ‘이재명 책임론', ’친문-친명' 갈등·분열...민주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로고
더불어민주당 로고

대선과 지방선거의 양대 선거에서 완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책임론을 놓고 갈등과 분열의 암운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친문’ 대 '친이‘ 세력 간 갈등으로 치닫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은 또 다른 '친 정세균(SK)'계와 '친 이낙연(NY)'계로 계보·계파가 갈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분열'을 넘어 '붕괴'가 우려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48.7%의 투표율로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포기(기권)한 전북지역과 이보다 더 저조한 37.7%의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광주지역 '민심 이반' 현상에서 잘 나타났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원팀'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선거가 패배로 끝나자 다시 계보·계파 정치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가운데 ‘대통합’은 허울로 전락한 형국이다. 민주당은 ‘티끌’ 하나라도 아쉬운 대선 정국에서 ‘복당’을 대규모로 허용했지만 선거 패배 이후 계파·계보 중심의 정치가 더욱 심화된 양상이다. 

특히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가 이러한 구도를 수면 위로 올리는 '트리거(방아쇠)'가 되고 만 양태다. 주로 ‘친문’ 진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전면에 제기하고 나섰다. '지방선거에 왜 출마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게 주된 이유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선거 기간 중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관한 논란을 악재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친이'계는 “친문계의 일방적 책임론 제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맞서고 있어 당 내분이 양대 계파로 갈리어 설전을 벌이는 사나운 모습이다.

선거 패배 책임론 이후 슬며시 고내 내미는 'NY계' 

JTVC 6월 3일 방송 화면 캡처
JTBC 6월 3일 방송 화면 캡처

여기에 다시 슬며시 등장한 계파가 있으니, 바로 친 이낙연(NY)계다. 당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낙 대전'을 펼쳤던 NY가 지난 2일 밤 가까운 의원들 20여 명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은 물론 세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으로 떠나는 이 전 대표의 환송회였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당내 상황에 대한 성토회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계파 분열을 우려해 선거 패인 분석을 미뤘다간 총선에서 당이 박살날 것”이라고 언론에 흘림으로써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3일 민주당은 국회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논의에서도 대선 패인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친문계 의원들은 공개석상에서 선거의 패인을 ‘이재명·송영길 당시 후보의 공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선 패배의 주역들이 그대로 지방선거를 주도하면서 대선 연장전이 돼버린 것도 민주당엔 불리했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의 잇단 패배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난타전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동안 계보·계파 정치가 보이지 않게 물밑 아래에서 치열하게 전개됐음을 의미해 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민심에서도 이러한 계보·계파 정치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심상치 않은 호남 '민심 이반'과 ‘이재명 책임론’...다음 수순은? 

매일경제 6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매일경제 6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무엇보다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의 아성인 광주에서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40% 미만에 그쳤다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반면 투표율이 최고(58.5%)인 곳이 전남이라는 점도 특이한데, 이 지역에서 국민의힘 이정현 전남도지사 후보는 18.8%를 얻어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 지역에서 얻은 11.4%를 훌쩍 넘겼다. 전북지역도 상황은 흡사하다.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도 국민의힘 조배숙 전북도지사 후보가 17.9%를 얻어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전북에서 얻었던 14.42%를 뛰어넘었다.

국민의힘 김경민 전주시장 후보도 15.5%를 득표해 정의당 후보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러다 보니 '친문' 진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이재명 의원의 '사당화'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에는 '이재명 1명 구하기'라는 영화 포스터 패러디물이 나오는가 하면 '나혼자 산다'는 프로그램 로고에 이 의원의 얼굴을 합성한 게시물이 떠돌고 있을 정도다. 

내년 4월 전주을 보궐선거 놓고 ‘친SK’, ‘친NY’ 세력 물밑 경쟁 ‘치열’ 

JTBC 6월 3일 방송 화면 캡처
JTBC 6월 3일 방송 화면 캡처

반면 '친이' 진영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을 정면 반박하고 나선 모습이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이 선거에 직접 나선 것은 '지지율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따른 '선당후사'의 정신 때문”이라고 3일 JTBC와 인뷰에서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당 일부에서는 "민주당 패배는 바로 이낙연 전 대표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끝나고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의 정치권에서도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친이’ 또는 ‘친SK’, ‘친NY’ 계열로 불리거나 공식적인 지지모임을 주도했던 정치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월 전당대회는 물론 당장 전북의 정치권 현안인 내년 4월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놓고 계보·계파 간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계속)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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